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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女아이스하키 감독 "팀 전략만큼은 윗선 지시 안 따른다"

등록 2018.01.22 19: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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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사라 머레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2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1.22 inphoto@newsis.com

【진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사라 머레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2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1.22 [email protected]

"최강의 선수들, 선택할 것···위에서 지시 내려와도 전략 등은 내가 컨트롤"
"北 선수들, 빨리 내려왔으면"

【진천=뉴시스】 박지혁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어수선한 여자 대표팀의 세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머레이 감독은 22일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의 단일팀과 관련, 속내를 털어놨다.

 "코치로서 당연히 기분이 가라앉을 수 있다. (우리선수) 3명이 못 뛰게 되면 감독으로선 걱정이 된다"며 "상황이 위쪽에서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컨트롤을 못한다. 선수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남과 북의 올림픽위원회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까지 4자 간 회의를 열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출전을 확정했다.

기존의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을 추가해 35명 엔트리를 구성하기로 했다. 23명으로 대회를 치를 참가국들의 양해가 있었다.

경기당 출전 가능 엔트리는 22명로 동일하다. 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사전 협의 없이 단일팀이 추진되면서 대표팀 안팎으로 시비가 일었다. 더욱이 북한과 협상 과정에서 경기당 최소 3명의 북한 선수를 기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감독의 선수 기용권한을 침해했다.

머레이 감독은 "감독으로선 최강, 그리고 가장 능력치가 높은 선수들을 선택하고 싶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따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감독으로서 내가 전략적인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짚었다.

선수들의 분위기에 대해선 "우리가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훈련을 열심히 하고 명단에 있는 이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이민지(26)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선수에게 경기를 뛰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작심 비판했다.

이에 대해 머레이 감독은 "SNS에 올린 글은 모르지만 처음 이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감정을 컨트롤하라고 주문했다. 힘들겠지만 (북한선수가) 5명보다는 3명이 하게 됐다"며 다른 의견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우리와 상대할 일부 국가들이 단일팀의 35명 엔트리 확대는 '스포츠의 룰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협회와 연맹에서 불공정하다고 하겠지만 감독으로서는 컨트롤할 수 없는 처지다. 북한 여자 선수가 와서 완전히 경기를 바꿀 만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로는 "되돌아보면 처음 단일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뭐라도 했어야 하는데···"라며 "지금 하게 돼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아직 북한 선수 12명의 합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어떤 선수가 올지도 알 수 없다.

【진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사라 머레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2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1.22 inphoto@newsis.com

【진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사라 머레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2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1.22 [email protected]

머레이 감독은 "훈련을 준비할 때, 선수마다 플레이북이 있다. 북한 선수들이 오면 코치와 약 3시간 동안 미팅을 잡아놨다. 북한 선수마다 플레이북을 짜려고 한다"며 "북한 선수에 대한 임시명단을 만들었지만 그 선수들이 올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아이스하키는 소통이 중요한 팀 스포츠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소통을 잘 하려면 '카카오톡' 같은 것을 해야 해서 핸드폰을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생각을 많이 안 해봤지만 결속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가 되는 게 필요하다. 북한 선수들도 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기존 선수 1~3라인은 호흡이 좋고 몇 년 동안 같이 뛰었다. 북한 선수는 4라인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략적으로도 피지컬과 체킹이 강한 선수들이 4라인을 맡는다"고도 했다.

아이스하키는 총 6명이 한 팀을 이룬다. 골리(골키퍼)를 제외한 3명의 공격수와 2명의 수비수까지 한 조를 이루고 이를 라인이라고 한다.

북한 선수 3명을 모두 한 라인에 넣는 게 북한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살리면서 조직력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단일팀의 세부 내용은 북한 선수들이 합류한 후 기량을 점검하고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목표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단일팀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선 "너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역사상 최초로 단일팀이 만들어지게 돼 좋은 감정도 있겠지만 감독으로선 원래 준비했던 23명을 못 뛰게 해서 걱정이 된다"고 고백했다.

"북한 선수들이 좀 빨리 좀 왔으면 좋겠다. 오자마자 연습을 해야 한다"며 "(북한 선수에 대한 정보가 없지만) 화가 나거나 나쁜 감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4일 스웨덴과 한 차례 평가전을 치르고 올림픽 조별리그 일정에 돌입한다.

머레이 감독은 "이 경기에 (북한 선수들도) 뛰어야 한다. 올림픽 전에 스웨덴과 하는 연습경기가 하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올림픽이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에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단일팀이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홍보가 많아질 것 같다. 올림픽 이후로도 대한민국 전체적으로 볼 때 많은 여성 선수들이 아이스하키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한편, 머레이 감독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대해 "오해가 많았다. 선수들의 멘털 강화를 위해 연습 때 사용했던 사진이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에만 집중하자고 전하고 싶었다. 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머레이 감독은 프포필을 최근 늑대 무리가 어딘가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으로 변경했다. 늑대들의 머리 밑에는 'KOREA'(한국)가 적혀 있다. 사진 상단에는 '우리는 맹수인가, 아니면 먹이인가?'라는 문구가 담겼다. 단일팀 논란과 관련해서 여러 추측을 낳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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