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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정현, 우상 조코비치 넘어 스스로 새 우상···2년새 급성장

등록 2018.01.22 21: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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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정현, 우상 조코비치 넘어 스스로 새 우상···2년새 급성장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세계 남자 테니스 '빅4'로 군림한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세계랭킹 14위)는 2년 전 정현(22·한국체대·세계랭킹 58위)에게 아픔을 안겨준 선수다.

 정현은 호주오픈 본선 첫 출전이던 2016년, 1회전부터 조코비치를 만나 0-3(3-6 2-6 4-6)으로 완패했다.

 2년이 흐른 뒤 정현은 같은 장소에서 조코비치에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다. 정현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에서 조코비치를 3-0(7-6<7-4> 7-5 7-6<7-3>)으로 물리쳤다.

 2016년 호주오픈 당시 세계랭킹 51위 정현은 아직 소년티도 벗지 못한 20세의 유망주였다.

 조코비치는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며 로저 페더러(38·스위스·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32·스페인·세계랭킹 1위), 앤디 머레이(31·영국·세계랭킹 19위)로 이뤄진 빅4 중에서도 최강자로 군림했다.

【멜버른=AP/뉴시스】 노박 조코비치, 정현

【멜버른=AP/뉴시스】 노박 조코비치, 정현

2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2016년 컨디션 난조와 복부 근육 부상 속에 성장통을 겪은 정현은 지난해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테니스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4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8강까지 올라 나달과 '꿈의 대결'을 펼쳤고, 1주 뒤 BMW 오픈에서는 개인 통산 처음으로 투어 대회 4강까지 진출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3회전을 경험했고, 니시코리 게이(일본)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특히 정현은 지난해 11월 21세 이하 선수 가운데 순위가 높은 8명이 출전해 기량을 겨루는 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남자 테니스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초점]정현, 우상 조코비치 넘어 스스로 새 우상···2년새 급성장

정현은 지난 2년간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와 포핸드 스크로크를 보완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했다. 네트 플레이도 적절하게 구사하는 등 경기운영 능력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정현이 '떠오르는 별'이었던 반면 조코비치는 지난 2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라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 우승을 일군 조코비치는 2016년 호주오픈에서도 우승하며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조코비치는 '무결점 선수'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2016년 10월 세계랭킹 1위를 머레이에 내주면서 주춤한 조코비치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윔블던에서 연이어 8강 탈락한 후 팔꿈치 부상을 이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코치와의 불화설, 동기부여 부족 등 여러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초점]정현, 우상 조코비치 넘어 스스로 새 우상···2년새 급성장

이번 호주오픈에서 정현은 1회전에서 기권승을 거두며 상쾌하게 출발했다. 2회전에서는 세계랭킹 53위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도 3-0(7-6<7-4> 6-1 6-1)으로 완파했다.

 3회전 승리는 정현이 차세대 주자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정현은 빅4 후계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즈베레프(21·독일·세계랭킹 4위)를 3-2(5-7 7-6<7-3> 2-6 6-3 6-0)로 꺾었다.

 조코비치는 1~3회전을 거치면서 단 한 세트만 내주며 건재를 뽐냈지만 여전히 오른 팔꿈치 상태는 좋지 않아보였다. 3회전 도중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맞대결에서 정현은 조코비치라는 큰 산을 넘고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쓰는 데 성공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한 것은 정현이 최초다.

[초점]정현, 우상 조코비치 넘어 스스로 새 우상···2년새 급성장

정현은 포핸드샷 범실이 적잖았지만, 전반적인 수치에서 조코비치에 우위를 점했다. 위너 포인트에서 47-36으로 크게 앞섰고, 서비스 포인트에서도 80-72으로 우위였다.

 2년 전과 달리 심리적으로도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정현은 3세트 게임 스코어 5-4로 접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이는가 하면 조코비치가 끈질기게 따라붙는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오른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조코비치는 더블폴트를 9개나 저지르는 등 실책을 쏟아내며 정현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어릴 적 우상이 조코비치라고 밝혀 온 정현, 어느새 우상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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