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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불명예 은퇴' 위기 빅토르 안, 파란만장 풍운아 안현수

등록 2018.01.23 11: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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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 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17.12.06.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 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17.12.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이어 온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33·안현수)이 불명예 은퇴 위기에 놓였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러시아로 귀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재기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영예와 나락을 모두 경험한 빅토르 안은 도핑 의혹에 휩싸여 조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러시아 언론은 23일(한국시간) "빅토르 안이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자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리처드 맥라렌 교수가 주도한 세계반도핑기구(WADA) 보고서가 빅토르 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러시아 언론의 설명이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제출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희망선수 500명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사, 111명을 제외했는데 여기에 빅토르 안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IOC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IOC가 명단에서 제외했다면, 빅토르 안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해 구제받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에 또 하나의 장벽이 나타난 셈이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까지 빅토르 안은 화려함 자체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될성 부른 떡잎'이었던 빅토르 안은 17세이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 출전, 1000m 결승까지 오르며 당시 황제로 군림한 김동성의 후계자로 면모를 뽐냈다.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는 '황제 대관식'의 서막이었다. 빅토르 안은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등극했고, 이듬 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00m를 제외한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4관왕에 올랐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안현수(빅토르 안)가 16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500m 예선을 1위로 통과 하고 있다. 2017.11.16.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안현수(빅토르 안)가 16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500m 예선을 1위로 통과 하고 있다. 2017.11.16. [email protected]

빅토르 안은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5000m 계주 금메달과 500m 동메달을 수확하며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토리노올림픽 이후 빙상계 파벌 싸움에 휘말려 심한 갈등을 겪은 빅토르 안은 부상까지 겹치면서 추락했다.

 2008년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해 세 차례 수술을 받은 빅토르 안은 2009년 4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소속팀이던 성남시청까지 해체되면서 힘든 시기를 겪은 빅토르 안은 2011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결국 빅토르 안은 국적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력 강화를 노리던 러시아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인 빅토르 안은 2011년 8월 귀화를 결심했고, 그해 11월 정식으로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러시아연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전성기 기량을 되찾은 빅토르 안은 소치올림픽에서 500m와 1000m, 5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동메달을 품에 안으며 멋지게 재기했다.

 재기에 성공한 빅토르 안은 모국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2015~2016시즌을 통째로 날린 빅토르 안은 모교인 한국체대를 찾아 훈련했고, 2016년 12월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도 참가했다. 지난해 여름과 올 겨울에도 한국체대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빅토르 안은 "딸이 보는 가운데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간다면 무척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IOC가 국가 주도의 대규모 도핑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켜 길이 막힐 뻔했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가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을 허용해 다시 기회를 잡았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안현수(빅토르 안)가 16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500m 예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날 안현수는 500m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2017.11.16.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안현수(빅토르 안)가 16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500m 예선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날 안현수는 500m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2017.11.16. [email protected]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후에도 빅토르 안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한만큼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빅토르 안은 올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500m 은메달을 따며 평창올림픽 리허설도 마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핑 의혹으로 인해 은퇴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러시아 두마(의회) 의원인 스베틀라나 주로바는 "빅토르 안이 제외된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 나이가 적지 않은 빅토르 안은 사실상 은퇴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CAS를 통해 구제 받는다고 해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다음 시즌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여름 빅토르 안은 은퇴와 관련해 "지금까지 해왔던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쉽게 못 하겠다.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지만, 그 시기를 정하지는 못했다"면서도 "마라톤으로 치면 (현재가 선수 생활의) 40㎞ 지점이다. 돌아보면 징그럽고, 다시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IOC의 공식 발표와 빅토르 안의 결정에 모든 것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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