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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재판관도 속여'…사지마비 환자 행세로 수십억 챙긴 모녀

등록 2018.01.23 11: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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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의정부=뉴시스】이경환 장상오 기자 = 10년 동안 가짜환자 행세로 수도권 요양병원을 전전하며 수십억원대 보험금을 챙기려한 모녀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엄마 고모(65·여)씨와 딸 정모(36·여)씨를 보험금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딸의 남자친구 박모(33)씨를 사기 방조 혐의로 함게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4월에 일어난 가벼운 교통사고를 빌미로 의사를 속여 사지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은 뒤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원을 가로채고 이후 21억원을 더 받아 내려고 한 혐의를 받고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의 어머니인 고씨는 10년 이상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중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사지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을 많이 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범행을 모의했다.

 고씨는 딸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강직 증상을 마치 사지마비 증상인 것처럼 속여 고양시에 있는 요양병원 의사로부터 '상세불명의 사지마비' 진단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계속적으로 사지를 꼼짝도 못하는 것처럼 환자 행세를 하며 의사와 간호사들을 속였고 외출할 때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주변을 철저히 살피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무려 10년 동안 수도권 일대 14개 요양병원을 옮겨다니며 보험사 두 곳으로부터 추가적으로 21억원의 보험금 청구소송을 벌였고 마비증세를 확인하러 나온 재판관까지 속여 1심에서 승소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의 오랜 사기행각은 같은 병실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환자와 작은 다툼 때문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들 모녀와 다툰 상대 환자는 한밤중에 정 씨가 멀쩡히 걸어서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 분한 마음에 바로 경찰에 알린 것이다.
 
 병원에서 이를 진료기록부에 적자 정 씨는 다급한 마음에 3년 전 채팅방에서 만난 남자친구 박씨를 끌어들여 사촌오빠라고 속이며 진료기록부 등에 기재된 보행사실 내용을 삭제 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와 박씨는 부산까지 여행을 다니고 등산을 하며 공원에서 멀쩡하게 그네를 타는 등 정상인과 똑같이 행동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양손에 물건을 들고 발길질로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한편 정씨에게 사지마비 진단을 내린 해당 의사는 경찰의 수사 동영상을 본뒤 "사지마비 환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나도 속았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 범죄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만큼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유사범죄에 대해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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