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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캐비닛 문건, 김기춘·조윤선 혐의 입증 '스모킹건' 됐다

등록 2018.01.23 13: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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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8.01.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8.01.23.    [email protected]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근거 책임 인정
박근혜 재판에도 증거 제출…불리하게 작용할 전망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판결을 받은 데에는 일명 '청와대 캐비닛 문건'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항소심에서 원심 형량인 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청와대 캐비닛 문건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먼저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좌파 배제 인식을 공유했고,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등을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며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만들어 지원 배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기초로 예술위원회나 영화진흥위원회,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지원 배제를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았다"며 "정부 입장에 의문을 제기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나 영화관의 지원배제를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은 항소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청와대 문건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김 전 실장의 책임이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비서실·제2부속비서관실·민정수석실·정무수석실 등 문건으로, 청와대는 지난해 7~9월 각 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이 문서들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사건 1심 선고 이후 해당 문건들이 발견되자 특검은 항소심에서 이 문서들을 블랙리스트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제출했다.

 김 전 실장 측은 "청와대 문건이 원본인지 사본인지, 원본이라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것인지 해명을 해야 한다"며 증거능력에 이의를 제기했다. 조 전 장관 측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수집된 증거가 아닌지 검토됐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대통령기록물이긴 하지만 원본이 아닌 사본을 제출했다"며 "법이 금지하는 유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 "원본이 지정기록물로 지정됐다 하더라도 사본에까지 미치지 않는다"며 "청와대 문건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유죄 증거로 삼았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정구속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8.01.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정구속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8.01.23. [email protected]


 청와대 문건은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무죄 판단받은 조 전 장관에게 항소심이 실형을 선고하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문건 중 실수비 회의자료 등을 언급하며 "조 전 장관은 신동철 당시 소통비서관으로부터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관련 업무 보고를 받았다"며 "이후 교문수석실의 요청에 따라 지원 배제 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명단 검토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원 배제 명단을 교문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내려보내 과거 지원 내역을 파악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면서 "정무수석실의 지원배제 업무를 인식하고 그에 관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며 조 전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청와대 문건이 이들의 혐의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공범 관계인 박 전 대통령도 블랙리스트 혐의 관련 유죄 판단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청와대에서 좌파 배제 국정 기조가 형성됐고, 박 전 대통령은 지원 배제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여기에 검찰이 지난해 9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에 청와대 문건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박 전 대통령 측의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 무죄 입증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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