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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아들'에 밀린 이동형 부사장…다스 내막 폭로할까

등록 2018.01.24 16: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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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18.01.2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18.01.24.  [email protected]

협력업체 근무 후 한동안 무직…특검 끝날 무렵 다스 입사
총괄부사장까지 오른 뒤 MB 아들 이시형에 밀려 내리막
검찰 수사 시작되자 측근에 다스 경영권 승계 의사 피력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다스(DAS)'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한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24일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이 부사장은 이상은 다스 회장의 장남이자 이 전 대통령의 조카다. 검찰이 '다스 사건'을 실소유주 의혹(서울중앙지검)과 비자금 조성 의혹(서울동부지검)으로 나뉘어 동시 수사 중인 가운데 MB 일가에서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나온 건 이 부사장이 첫 번째다.

 이 부사장은 다스와 인연이 깊다. 1990년대 다스에 자동차 시트 레일을 용접·납품하는 협력업체였던 세광공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했다. 다스에 정식으로 입사한 건 2008년 특검 수사가 끝날 무렵으로 관리 이사로 들어갔다. 입사 계기는 불분명하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채 전 팀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다스 내부 상황과 특검 수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부사장에게 짜증이 난 말투로 '그럼 네가 가서 잘 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당시 변변찮은 직업이 없던 이 부사장을 다스에 입사시킨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아버지 이상은 회장이 경영권을 가진 회사에서 아들이 직함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사장은 한때 다스 총괄부사장까지 올랐지만 2016년 10월 부사장으로 강등된 후 충남 아산공장 책임자로 밀려났다. 2008년 설립된 자동차 시트프레임 제조업체 IM(아이엠)의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사촌형인 이 부사장보다 입사는 2년 정도 늦었지만 경영권이 집중되면서 거의 매년 초고속 승진했다.

 2010년 8월 다스에 입사한 시형씨는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시작해 2011년 기획팀장, 2013년 경영기획실장 겸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2015년에는 전무로 직급이 한 단계 더 상승했고 지난해 다스 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CFO(최고재무책임자)에 올랐다. 중국 법인 4곳의 대표와 미국 법인 이사를 겸직하며 해외 법인도 컨트롤 하고 있어 다스를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스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다스 내부에서 실세로 급부상한 것과 달리 다스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맏아들 동형씨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비교된다.

 이상은 부자(父子)의 주변 측근들도 하나 둘씩 정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에는 이 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했던 직원이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2016년 말에는 이 부사장의 수족이나 다름없던 아산공장의 모 부장이 퇴사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다스 안팎에서는 이 부사장이 다스 경영권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말도 흘러 나왔다. 이 시점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다스 실소유주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할 채비를 하던 때였다.

 동형씨는 측근들에게 아버지에 이어 본인이 다스를 승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여전히 부인할 수밖에 없는 만큼 시형씨에게 밀린 본인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다스 수사가 동형씨한테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만 하다.

【서울=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사진 = 뉴시스DB) 2017.07.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이런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검찰이 'MB 패밀리' 중 첫 번째 소환자로 이 부사장을 낙점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의 주된 수사대상은 '120억원 비자금'이지만 이 부사장은 별건으로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이 부사장을 소환하는 이유에 대해 "불법자금 조성 혐의"라고만 밝혔다. 혐의는 IM 대표 시절 2009~2010년 다스로부터 9억원을 송금받고 다스 통근버스 용역업체인 '대학관광'으로부터 리베이트 자금 7200만여원을 수수한 의혹 등이다.

 이 부사장은 120억원 비자금의 조성 기간인 2002~2007년 다스에 재직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경리직원 조모씨→ 권승호 전 다스 전무→ 김성우 전 다스 사장으로 이어지는 비자금 결재라인에도 없었다. 물론 다스 자금이 IM측에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120억 비자금의 일부가 섞였을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일가에서 이 부사장을 가장 먼저 소환한 건 다스 최대주주 겸 회장의 아들이라는 신분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별건'으로 당장 사법처리가 가능해 이를 이용해 이 부사장을 강하게 압박, 비자금의 진짜 주인을 캐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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