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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프라노 레즈네바 "바로크 음악은 재즈같아…조수미 존경"

등록 2018.02.19 09: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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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율리아 레즈네바, 소프라노. 2018.02.19. (사진 = 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율리아 레즈네바, 소프라노. 2018.02.19. (사진 = 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세계 성악계에서 신성으로 떠오른 러시아 태생의 스타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29)가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오는 2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율리아 레즈네바의 바로크 음악' 무대에 오른다.

 "천사 같은 아름다움"(뉴욕타임스),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의 소유자"(가디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레즈네바는 청아한 음색과 화려한 테크닉이 강점이다. 독특하고 신비스런 외모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했고, 200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엘레나 오브라초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헨델과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지휘자 폴 굿윈(62)이 지휘봉을 드는 이날 공연 역시 헨델을 비롯 비발디, 퍼셀, 텔레만 등 평소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바로크 음악과 초기 고전 레퍼토리로 꾸며진다.

레즈네바는 헨델 오페라 '알렉산드로' 중 '사랑스런 고독이여'와 아리아 '대기여, 샘물이여', 그리고 '영혼에 빛나는' 등을 통해 기교를 뽐낸다. 비발디 오페라 '그리젤다' 중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 모차르트의 희극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 중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도 선보인다.

내한공연에 앞서 한껏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레즈네바를 서면으로 먼저 만났다.

Q. 사할린이 고향으로 안다. 그곳에는 한국 동포가 많다. 한국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 데뷔 무대를 갖는데,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한국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해왔고, 이번 공연에 대해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나?

A. "사할린에서의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다! 한국 스타일의 예쁜 옷, 특히 드레스가 가득한 사할린의 옷가게가 생각이 난다. 사할린에서 모스크바로 이사가던 일곱 살까지 한국에서 온 옷을 자주 입고 놀던 제 모습이 기억난다! 물론 초등학교 때 한국인 친구들도 많았다. 항상 예의바르고 친절히 웃어주던 친구들이다. 이번 한국에서의 협연이 정말 기대가 되고, 시간이 허용되는 한 한국이라는 곳을 충분히 탐험하고 느끼고 돌아가고 싶다."

Q. 사할린은 역사적으로 슬픔이 많은 땅으로 안다. 한국인들에게도 안타까운 사연(일제강점기 강제 이주)이 있다. 안톤 체홉은 사할린을 '슬픔의 틈새'라고 표현했더라. 사할린에서 태어나고 자란 당신이 이곳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

A. "사할린이라는 곳은 저에게는 슬프거나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일곱 살 때까지만 사할린에 살았기 때문이겠지? 멋진 사람들과 친구들, 동료들, 저의 부모님, 엄청난 눈, 그리고 예쁜 한국 옷까지! 모든 것이 저에겐 재미있고 훌륭했다."

Q. 엘레나 오브라초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은 당신에게 어떤 전환점이 됐나? 콩쿠르에는 많이 출전했나? 젊은 성악가에게 콩쿠르는 어떤 의미가 있나?

A. "처음에는 당시의 우승이 저의 모든 것처럼 다가왔다. 많은 응원을 받았고 곡 선정도 마음에 들었다. 학생일 때에는 공연할 기회가 거의 없지만 콩쿠르에 참가하면 중요한 심사위원과 관객들 앞에서 독주회 같이 공연을 할 수 있다. 그 경험이 성공적이어서 더욱 행복했다."

Q. 세계적인 성악가, 세계적인 미디어, 세계적인 공연장으로부터 호평과 관심을 받고 있나? 이런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나?

A. "전 아직 어리고 먼 여정의 시작점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만들어나가고 연습하는 모든 순간을 즐긴다. 대학 시절 학교 공연장 데스크 위에 차이콥스키의 초상화와 함께 적혀있던 그의 명언이 생각난다. '가장 훌륭한 천재조차도 최고, 아니 평균조차 미치지 못한다, 일에 미쳐있지 않다면.'"

【서울=뉴시스】 율리아 레즈네바, 소프라노. 2018.02.19. (사진 = 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율리아 레즈네바, 소프라노. 2018.02.19. (사진 = 서울시향 제공) [email protected]

Q. 안토니오 파파노와 같은 명지휘자들과 함께 했다. 지휘자와 호흡을 맞출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플라시도 도밍고, 안나 네트렙코 등 거장 성악가들과도 함께 했는데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

A "큰 영광이자 최고로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이다. 도밍고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만났다.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하게 대해 주셨고, 마치 아버지처럼 모든 면에서 응원을 해주셨다. 실제로 같이 올랐던 헨델의 오페라 '타메르라노' 공연에서도 도밍고가 '바자제' 역이였고 제가 딸인 '아스테리아' 역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안토니오 파파노도 현재 최고의 음악가 중 한 명이다. 그와 함께 공연할 때면 음악은 기적이 되고, 언제나 즐거운 경험으로 남는다. 파파노는 무슨 작품이라도 기쁘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연이 가득한 음악이라도 즐겁게 연주해나가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Q. 특히 헨델 등 바로크 음악에 강한 것으로 안다. 이번 서울시향 데뷔 무대도 바로크가 중심을 이룬다. 바로크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A. "어린 시절부터 바로크 음악을 아주 좋아했다. 세실리아 바르톨리의 '비바 비발디' 앨범부터 수많은 해석의 바흐와 헨델의 오라토리오들을 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크 음악의 신선함은 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리드미컬한 음악에 더해 즉흥연주까지, 바로 자유가 포함돼 있으니까. 마치 꿈속같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날고, 음악과 함께 나는 거다! 뛰어난 기교와 감성도 물론 필요하다."

Q. 이름을 아는 한국 소프라노가 있는지?
A. "소프라노 조수미를 존경한다. 특히 어린 그녀와 세실리아 바르톨리가 카라얀과의 공연을 위해 오디션을 보는 영상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또 2008년 저와 함께 미르얌 헬린(Mirjam Helin) 성악 콩쿠르에 참가하고 우승까지 거머쥔 성악가 심기환도 알고 지낸다."

Q. 당신이 내한공연하는 시점은 평창 동계올림픽 시즌이다. 4년 전에는 러시아에서 열렸다. 동계올림픽을 함께 즐길 계획이 있나?

A. "너무 멋지다! 전 스포츠를 좋아한다. 겨울도 사랑하고! 사할린에 쌓이던 눈을 잊을 수가 없다.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본 광경이다. 스키와 스케이트를 직접 타기도 하고 스키점프와 바이애슬론 경기를 참관하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올해 모스크바에서는 기록적인 눈이 내리기도 했다. 그 정도의 눈은 사할린에서밖에 본 적이 없었는데 말다. 눈이 많이 오면 어릴 적 기억이 생각나는데, 전 그런 요즘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한국의 관객 분들도 평화와 사랑의 음악으로 가득한 공연장 오셔서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다가올 일정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Q. 이번 시즌 콘서트 및 오페라, 레코딩 등 주요 계획은?

A. "이번 시즌은 제게 꽤나 책임감이 느껴진다. 루체른 부활절 음악제(Lucerne Eastser Festival)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러시아에서의 공연과 바로크 오페라 무대 이외에도 한국에서의 협연과 시애틀, 멕시코에서의 해외 공연도 잡혀있다. 오페라 공연으로는 바이로이트 섭정국 오페라극장(Bayreuth Margräfliches Opernhaus)에서 하쎄의 오페라 시로에(Siroe)의 라오디체(Laodice)로 데뷔를 하게 된다. 그리고 함부르크에서의 헨델 '알치니'의 모르가나 역,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역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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