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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극장가 100만 관객 '실종'…올림픽 탓?

등록 2018.02.19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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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설 연휴 극장가가 올림픽에 무릎을 꿇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설 연휴 극장을 찾은 총관객 수는 487만9780명이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감독 라이언 쿠글러 )가 246만4297명을 모아 1위, 코믹 액션 사극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이 85만7488명으로 2위, 스릴러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가 81만2440명으로 3위에 각각 올랐다. 사회파 사극 '흥부'(감독 조근현)는 32만1851명으로 4위다.

이는 역시 나흘이었던 지난해 설 연휴(1월27~30일)와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이 기간 총관객 수는 583만2208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위 코믹 액션 '공조'(감독 김성훈)가 269만6116명, 2위 사회파 드라마 '더 킹'(감독 한재림)이 168만155명을 각각 앉혔다.

기간이 같았는데 올해 설 연휴 관객 수는 지난해 그것과 비교해 무려 95만2428명이나 감소한 셈이다.

특히 개봉 2주 차인 '조선명탐정'은 그렇다 해도 '블랙 팬서'와 '골든 슬럼버' '흥부'는 설 연휴 직전인 14일 개봉해 따끈따끈한 신작이었지만, 부진에 빠지며 관객 수를 끌어올리지 못 했다.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의 한 장면.

영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의 한 장면.


'블랙 팬서'는 15일 56만3864명, 16일 56만2504명, 17일 73만9471명, 18일 59만8458명 등을 기록해 17일 하루 빼고는 오히려 개봉일(63만479명)보다 관객 수가 적었다.

'골든슬럼버'는 15일 18만3938명을 들여 개봉일(16만1568명)보다는 성적이 나았으나 17일 22만3281명을 끄는 데 그치며 '조선명탐정'(23만1688명)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내려간 뒤 연휴 내내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개봉일(4만3697명)에 굴욕을 겪은 '흥부'는 15일 6만2913명, 16일 8만706명, 17일 7만9879명, 18일 5만1325명 등 연휴 내내 하루도 10만 관객을 넘기지 못 했다.

지난해 설 연휴 흥행작인 '공조'와 '더 킹'이 각각 2주 차였으나 각각 '구름 관객'을 끌어당겼던 것과 대조적이다.   

왜 그랬을까. 일단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평창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큰 종목들이 줄줄이 열전을 벌였다.

연휴 첫날인 15일과 16일에는 금메달이 기대된 스켈레톤 윤성빈(금메달) 경기가 열렸고, 16일과 17일에는 차준환(15위)이 출전한 남자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펼쳐졌다. 17일에는 한국의 금메달 보고인 쇼트트랙 경기가 거행돼 여자 1500m 최민정(금메달), 남자 1000m 서이라(동메달) 등이 나섰다. 2014년 소치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인기를 끄는 여자 컬링은 15일 일본(패) 16일 영국(승) 17일 영국(승) 18일 중국(승)과 각각 대결했다. 18일에는 이상화(은메달)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3연패에 도전했다.    

【서울=뉴시스】영화 '골든슬럼버'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영화 '골든슬럼버'의 한 장면.


예년 같으면 설 연휴 가족, 연인과 함께 극장가를 찾았을 관객이 그냥 집에 머물며 '각본 없는 드라마'에 열광한 셈이다.

배급사, 멀티플렉스 등 국내 영화계는 이번 설 연휴가 시작하기 전만 해도 "영화는 스포츠 빅 이벤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한국에서 열렸고, 한국이 '4강 신화'를 썼던 '2002한일월드컵' 기간(5월31일~6월30일)에도 극장은 잘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올림픽의 완승, 영화의 완패로 나타난 셈이다.

【서울=뉴시스】영화 '흥부'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영화 '흥부'의 한 장면.


이에 관해 영화계에서는 올림픽을 떠나 설 특수를 노리고 영화는 많이 개봉했지만 콘텐츠가 약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크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올림픽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을 이길 정도로 좋은 영화가 많았다면 관객이 다소 줄어든다 해도 100만 명 가까이 관객이 실종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면서 "이번 주에는 관객을 매혹할 만한 개봉작도 없어 극장가 부진은 오는 25일 올림픽이 폐막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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