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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서재형·한아름 부부 '리처드 3세' 뚝심

등록 2018.02.20 15: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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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와 한아름(오른쪽) 작가 부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2.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와 한아름(오른쪽) 작가 부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2.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는 연극 '리차드 3세' 성공의 표면적인 이유는 배우들의 호연이다. 황정민을 비롯해 정웅인, 김여진, 정은혜 등 매번 혼신을 다하는 원캐스트 배우들에게 마땅한 공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배우들에게 판을 제대로 깔아준 공연계 부부 콤비인 연출가 서재형(48)·작가 한아름(41)의 공도 기억해야 한다. 잔재주 부리지 않고 정직한 극작, 연출로 승부한 뚝심의 작품이다.

 두 사람은 은유로 넘치는 이 셰익스피어 고전을 현대로 바싹 당겨왔다. 희대인 악역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인간 본성을 톺아보는 원작의 정수는 살리면서 모던한 각색으로 대중적인 호흡을 더했다.

 성공한 소감을 묻자,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부부를 대학로에서 만났다.

함께 이끌고 있는 극단 이름이기도 한 첫 합작 연극 '죽도록 달린다'를 2004년 무대에 올린 뒤 잇단 수작을 낸 두 사람은 집에서까지 공연 이야기를 하며 여전히 '퇴근 없는'(?) 치열한 공연인생을 보내고 있다. 공연은 절반가량 달려왔다. 3월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Q. 배우 황정민, 제작사인 샘컴퍼니의 김미혜 대표(두 사람 역시 부부)와 작업은 처음이다.

A. "친분은 없었다. 작년 여름 김미혜 대표께서 '리차드 3세'를 제안하셨다. 홀린다고 해야 하나, 운명 같이 하게 됐다. 일주일 정도 다른 작품과 겹쳐서 준비를 해야 했다. 원래 겹치기는 절대 안 한다. 하지만 김 대표님이 많이 배려를 해주셨다. 본래 한아름 작가 역시 참여할 수 없는 스케줄이었는데, 기적처럼 연결이 됐다(웃음)."(서재형)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와 한아름(왼쪽) 작가 부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2.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와 한아름(왼쪽) 작가 부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2.20. [email protected]


Q. 원작 자체는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자체에 다소 불친절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러닝타임 100분 안에 설득력을 잘 부여했다.
  
A. "빈 공간이 많아 작품이 어려웠다.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 단계, 캐릭터가 결심하는 단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서브 텍스트를 끊임없이 찾았고 계속 근거를 만들었다. 새로 만든 대사가 꽤 많은데 꼭 살려야 하는 명문은 가지고 왔다. 그 정리 작업이 오래 걸렸다."(한아름)

Q. '리처드 3세' 외에도 '메디아'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등 고전 비틀기 혹은 고전의 각색이 일품이다.

A. "모두 다 다시 쓰다 시피 한다. 글자의 물리적인 숫자가 어마어마하지만, 이 작품이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하려면 해내야 하는 작업이다.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아깝더라도 다 뒤집고 처음부터 다시 쓴다. 그게 편하다(웃음)."(한아름)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와 한아름(왼쪽) 작가 부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2.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와 한아름(왼쪽) 작가 부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2.20. [email protected]

Q. 고전을 대하는 연출의 자세는 어떠한가.

A.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가 한 작가가 말한 그런 작업의 처음이었다. 이후 그 작품 안에서 '살려고 살려고' 노력을 한다. 내가 한 작가가 쓴 글을 읽고 이해가 안 되면 한 작가가 끊임없이 수정을 한다. 아니면 한 작가가 나를 납득시켜주든가. 그 때가 가장 괴로운 순간이다(웃음). 작품이 흘러가는 동안에 서로 불편한 점을 없애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몰입이 잘 돼야 해야 하는데, (작품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물처럼 생각하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고단하다. 이번처럼 '연극의 신(神)'이 도우시면 행복한 거다."(서재형)

Q. 마지막 장면이 정말 '연극의 신'이 도운 것 같더라. 리처드3세가 최후를 맞는 순간에 CJ토월극장 뒤편의 깊숙한 공간이 드러나고 그가 쓰러진 무대 자체가 관이 되는 미장센은 일품이었다.

A.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도 같이 부여잡고 고민을 해야 응답이 오는 거다. 한 작가와 나는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은 믿는다. 또한 연출은 데스크로 하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고민해야 한다. 그러던 중에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번 '리차드 3세'가 그런 경우였다."(서재형)

Q. 황정민과 호흡이 잘 맞는 듯하다.

A. "연습과 공연 때문에 아직 술자리도 제대로 못했는데 친해졌다. 근데 아직 서로 극존칭을 쓴다. 앞에 설 때면 두 손을 모아서 배로 가져가기도 하고(웃음). 정민 배우, 나, 한 작가 모두 집요한데 서로에 대한 배려를 끊임없이 한다. 김 대표님이 정리도 잘 해주시고."(서재형)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부인인 한아름(왼쪽) 작가를 바라보고 있다. 2018.02.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리차드 3세'의 서재형 연출가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부인인 한아름(왼쪽) 작가를 바라보고 있다. 2018.02.20. [email protected]

Q. 연극은 물론 뮤지컬('주홍글씨'), 오페라('천생연분') 창극('아비, 방연' '메디아'), 희랍극(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선보인 작품('왕세자 실종사건' '청춘, 18대 1'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도 매번 작품의 완성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A. "어느 날부터 믿기 시작했다. '연극의 신'을(웃음). 근본이 연극인데 뮤지컬, 오페라, 창극을 한다고 못 품어주시겠나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한 작가와 저는 다른 장르로 가도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 가기 전에 충분히 공부를 하고 가서도 공부를 한다. 각 분야의 프로들로부터 배워오는 것도 많다. (비운의) 왕비 마가렛 역의 정은혜 씨는 창극을 하면서 만난 최고의 소리꾼이다."(서재형)

Q. 실제 정은혜는 이번에 황정민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걸출한 소리꾼인데 노래 하나 없이 내레이터 같은 역을 맡아 연기로만 극중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A. "정은혜 씨랑은 '메디아'에서 만났다. 매번 볼 때마다 재능과 열정에 놀란다. 이 작품에 잘 어울릴 거 같아 출연을 부탁했고 기대대로 잘하고 있다."(서재형)

Q. 이번 '리차드 3세'에서 또 특기할 만한 점은 여성 캐릭터다. 셰익스피어 원작에서나 한국 연극판에서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데 세밀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리차드3세'는 단순히 소비되지 않고 능동적인 부분이 있다. 마가렛은 물론 김여진이 연기하는 마가렛 못지않은 비운의 왕비 엘리자베스 왕비, 박지연이 연기하는 기구한 운명의 앤 모두 마찬가지다.

A. "엘리자베스가 마지막에 하는 대사는 원래 리치몬드 대사다. 앤 같은 경우도 굉장히 수동적이고 희생양으로만 그려져서 입체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마게렛도 서사적인 것에 중심으로 뒀다. 현대에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야 할 지 정말 많이 고민을 했다."(한아름)
 
【서울=뉴시스】 황정민, 연극 '리차드 3세'. 2018.02.12. (사진 = 샘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정민, 연극 '리차드 3세'. 2018.02.12. (사진 = 샘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Q. '리차드 3세'까지 호평 받으면서 서재형·한아름이라는 콤비 이름 자체가 공연계 하나의 브랜드가 된 듯하다. 부담은 없나?

A. "앞으로 할 작품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없다. 자신감이 아니라 하면 되고, 해야 되는 것이니까. 다만 '리차드 3세'는 지금 진행되고 있으니, 끝까지 잘 끝났으면 좋겠다는 부담은 있다. 우리는 많이 만들자는 생각보다는 한번 만들 때 잘 만들자는 생각이다. 만들어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버릴 작품은 아예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3월에 다시 공연하는 '왕세자 실종사건'을 비롯 '주홍글씨' 등 우리가 만든 작품을 계속 수정하면서 올리는 이유다. 다만 첫애인 '죽도록 달린다'는 한동안 공연을 안 하고 있다. 일부에서 평이 좋지 않은데, 첫 애가 욕을 먹는 건 싫더라(웃음)."(서재형)

Q. 이번 '리차드3세' 작업이 두 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A. "계속 확장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상업적, 대중적이라는 말이 나쁜 말이 아닌데 우리는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연극이 그걸 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실험적인 작품도 필요하다. 우리는 연극판을 가구 거리, 떡볶이 거리에 비교하곤 하는데 비슷한 가게들이 모여 있어야 그 판도 커진다. 다양한 작품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 필요하다."(서재형)

"경쟁자가 많으면, 옆집만큼 잘해야 하니 연극판이 좋아지고 커질 수 있다. 우리는 웬만하면 '연극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다 같이 잘 돼야 한다. 다양성이 있어야 관객들도 골라 본다. 연극신이 다양성을 품어야 한다."(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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