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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청소노동자 농성 37일째…졸업생들 "학교 부끄럽다"

등록 2018.02.21 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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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동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18.02.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동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18.02.21.  [email protected]


'구조조정, 알바 대체' 학교 방침에 본관 점거 최장기 농성
졸업생들 "정부 일자리 늘리기에 연대는 정면으로 역행"
청소노동자들 "적립금 5200억…26일 학위수여식서 삭발"
동국대도 점거 농성 시름…고대와 홍대는 구조조정 철회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방침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연세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공개적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슷한 논란을 빚었던 고려대와 홍익대는 인원 감축 계획을 철회했지만 연세대는 청소노동자들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한 달이 넘도록 학교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는 있는 상황이다.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지하는 졸업생 모임'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에서 청소경비 노동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동문 기자회견을 열었다.

 졸업생 조윤(세라믹공학 08학번)씨는 "6년차 직장인으로 연세대가 하는 모습을 보면 부끄러웠다. 부끄럽지 않은 연세인이 되기 위해 졸업생들이 모였다"고 강조했다.
 
 졸업한 지 5년이 흘러 학교를 찾았다는 최하림(정치외교학 09학번)씨도 "현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넘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향인데 연대는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명문사학 연대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라며 "학적이 부끄럽지 않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중(철학 04학번)씨는 "1학년 때 사회학 입문 수업을 들었던 김용학 교수가 총장이 됐단 소식에 더 합리적인 모습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정반대"라며 "기존보다 더 악랄하고 미묘하게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연대가 명문사학이라지만 학교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졸업생들이 드리는 편지'라는 형식으로 "오늘 후배님들과 은사님들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손을 맞잡을 것을 밝힌다"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동문 기자회견에서 최다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18.02.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동문 기자회견에서 최다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18.02.21.  [email protected]


 졸업생들까지 나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이 학교 당국과 청소노동자들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연세대분회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37일째 학교 본관 1층에서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다.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부장은 "연세대분회가 생기고 10년 만에 최장기 농성"이라며 "2011년 생활임금 쟁취를 투쟁하면서 기록한 32일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말 31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퇴직했다. 학교 측은 이들의 공백을 모두 채우지 않고 하루 3~4시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학 측은 학생 수 감소와 재정 압박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노동자들은 "적립금을 5200억원이나 쌓아두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투쟁에 나섰다.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정부에서 반장식 일자리수석, 고용부 서부지청장 등이 학교와 청소노동자들과 면담하며 중재에 나섰으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연세대는 부총장 명의로 이달 초 학교 동문들에게 학교 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동문 260여명은 "연세대의 행보가 실망스럽다. 직접 당사자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라"는 답장을 전했다.

 서경지부에 따르면 연세대는 설 연휴에 앞서 단기간 근로자를 투입하는 안은 철회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결원 충원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설 연휴에도 노동자들은 차례로 본관을 지키며 점거 농성을 이어왔다. 

 연대분회는 학교 측이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경자 서경지부 연세대분회장은 "노동자들은 될 때까지 투쟁한다는 각오로 싸우겠다"며 "26일 학위수여식에서 삭발을 하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8.02.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8.02.21.  [email protected]


 동국대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지난달 29일부터 본관 로비와 총장실 앞 복도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동국대 측은 지난해 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의 자리를 올해부터 근로 장학생으로 채우기로 했다.

 앞서 비슷한 홍역을 겪었던 홍익대와 고려대는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했다.

 홍익대는 지난해 말 새 용역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청소노동자 4명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기로 했다가 이달 1일 이런 결정을 취소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말 청소노동자 10명이 정년퇴직한 자리에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뒤 학교 안팎의 비판에 이를 철회하고 다시 전일제 노동자를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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