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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다" 김용화·정병길·강동원 해외로

등록 2018.02.23 09: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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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다" 김용화·정병길·강동원 해외로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인들이 그들의 활동 무대를 국외로 확장한 시기였다.

당시 선두에 선 사람이 박찬욱(55)·봉준호(49)·김지운(54) 감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연출가는 당시 그들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내놓았고, 흥행을 떠나 능력을 또 한번 인정받는 한편 한국 영화의 높은 수준을 증명했다.

이후 박찬욱·김지운 감독이 한국 영화계로 다시 돌아오면서 우리 영화인의 해외 진출은 한동안 뜸했다(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옥자'를 만들었다).

최근 다시 한번 한국 영화인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번엔 김용화(47)·정병길(38) 감독, 배우 강동원(37) 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The Orange British Academy Film Award)에서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아가씨'(2016)가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것은 상징적이다. 영화 '스토커'로 미국 영화계에 발을 내당은 박 감독은 이번엔 TV 드라마로 유럽 무대를 노린다. 이들이 한국 영화계 밖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또 한번 주목된다.

김용화 감독

김용화 감독


 지난해 12월20일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을 역대 국내 개봉 영화 흥행 순위 2위(약 1440만명)에 올린 김용화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슈퍼 히어로 영화 '프로디걸'(Prodigal)을 만든다. 마블 코믹스 명예회장이자 영화 제작사 파우엔터테인먼트 회장인 스탠 리(95)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스파이더맨2'(2004)의 각본을 쓴 알프레드 고흐와 마일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스탠 리와 제작진은 평소 김 감독 작품을 관심있게 지켜봐오다 연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작사는 김 감독 영화 특유의 진한 감성은 물론 국내 최고 VFX(특수시각효과·Visual Effects) 스튜디오인 덱스터를 이끄는 그의 기술력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디걸' 측은 "김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휴머니즘에 관한 통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신과 함께' 영상을 보고 그의 세계관과 완벽한 테크닉이 '프로디걸'을 완성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정병길 감독

정병길 감독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2012) '악녀'(2017) 등으로 뛰어난 액션 연출을 선보인 정병길 감독 또한 할리우드에서 도전에 나선다. SF액션영화 '애프터번'이다. 레드5 코믹스의 만화가 원작인 이번 작품은 태양 폭발 이후 보물 사냥꾼과 무기 전문가가 '모나리자' 등 명화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할리우드 스타 제라드 버틀러가 출연 물망에 올라 더 화제를 모은다. 이번 작품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간다고 전해졌다.

 정 감독의 액션 연출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 평가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아크로바틱한 액션 시퀀스들은 스턴트맨 출신인 정 감독의 주특기다. 할리우드는 액션 분야에서의 보여준 그의 장점이 현지 관객에게도 충분히 통한다고 본다. 

 강동원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쓰나미 LA'(감독 사이먼 웨스트)에 출연한다. '쓰나미 LA'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역사상 가장 큰 쓰나미가 도시를 강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영화다. 다음 달부터 미국·영국·멕시코 등에서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내년 개봉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사이먼 웨스트 감독은 '툼 레이더'(2001) '익스펜더블2'(2012) '와일드 카드'(2015) 둥 주로 액션 영화를 만들어왔다.

 강동원은 스타성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배우다. 게다가 영어는 물론 일본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점은 할리우드의 선택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동원은 그간 각종 인터뷰를 통해 해외 진출에 열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은 영국 BBC와 손잡고 스파이를 소재로 한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The Little Drummer Girl)'을 연출한다. 박 감독이 드라마 연출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작가 존 르 카레의 동명 스파이 소설이 원작으로 이중 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영화 '레이디 맥베스'로 주목받은 신예 배우 플로런스 퓨와 함께 '레전드 오브 타잔'(2016) 등에서 활약한 스웨덴 배우 알렉산더 스카르스고르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마이클 섀넌 등이 합류했다.

 이 작품은 최근 촬영에 들어갔다. 박 감독 특유의 극도로 세밀한 연출과 아름다운 미쟝센이 TV 드라마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3)가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후 10여 년 전부터 '거장'으로 불려왔다. 이 때문에 그가 영국에서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보다는 그가 영화가 아닌 TV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것이 더 화제다. 엄격한 영화 미학을 추구해온 그가 드라마에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흥미를 더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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