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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국회 앞 10m 집회 참여 송경동 시인 무죄…이례적 판결

등록 2018.02.23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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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송경동 시인. 2017.12.22.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송경동 시인. 2017.12.22. [email protected]

"시·공간 제약 없이 다양하게 의견 표출할 수 있어야"
"집회·시위는 현 대한민국에서 순기능 제대로 발휘"
"성과에 걸맞도록 폭넓게 보장하는 게 사회에 이로워"
"의원을 폭력 등에서 보호하는 범위 내 입법 목적 정당"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지난 2015년 국회의사당 앞 100m 이내 장소에서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시인 송경동(51)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23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씨와 희망연대 조직국장 김모(53)씨, 집회 참가자 김모(48·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5년 2월5일 국회 앞 10m 거리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하라', '재벌의 갑질을 멈춰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이 4차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집시법 11조는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등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류 판사는 "집회와 시위는 다른 어떤 나라의 경우보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그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며 "집회와 시위를 폭력이 잠재된 위험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그것이 이뤄낸 성과에 걸맞도록 이를 넓게 보장하는 편이 우리 사회에 이롭다"고 밝혔다.

 류 판사는 "국회 혹은 국회의원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가능하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집회·시위로 인해) 국회의원이 압박을 느끼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자각하는 것으로, 위협에 이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가진 합헌적 법률해석 권한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판결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합헌적 법률해석 권한은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로 합헌의 범주 안에서 법률을 해석할 권한을 뜻한다.

 집시법 11조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위헌 소지를 둘러싼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다.

 2004년 국회 내 공사 현장 건설 장비에 올라가 '비정규직 개악 철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구호를 외친 집회 참가자 이모·김모씨는 2006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2009년 12월29일 "국회의원 등이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고 국회의사당과 국회 시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류 판사는 헌재의 결정을 거론하며 "이 같은 입법 목적은 좀 더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류 판사는 "국회의원을 물리적 압력이나 위해가능성 등으로부터 보호해 의원이 대의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만 그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국회의원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주장, 이해관계 등을 널리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집단적 의사 표명으로부터 국회의원이 영향을 받는 것을 금지할 헌법적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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