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택배기사 면접 갔더니 "트럭 사야 한다"…취업 사기 횡행

등록 2018.03.04 12:58: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안양=뉴시스】이정선 기자 = 민족대명절 설을 앞두고 7일 오후 경기도 한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택배 물류를 옮기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이 없음). 2018.02.07. ppljs@newsis.com

【안양=뉴시스】이정선 기자 = 민족대명절 설을 앞두고 7일 오후 경기도 한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택배 물류를 옮기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이 없음). 2018.02.07. [email protected]

택배 사원 모집 광고 보고 갔더니 실은 물류회사
"트럭 사서 냉동탑차로 개조해야 택배할 수 있다"
냉동탑차 개조 비용만 1200만~2700만원 요구
회사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500만원 이상 떼
영업용 번호판조차 안 주고 택배 업무 시키기도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OO택배 신입사원 모집, 월 450만원, 근무시간 오후 6시까지'

 한 아르바이트 포털에 올라온 택배기사 구인광고다. 이 광고에는 '면접은 본사에서만 진행합니다'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택배회사에서 직접 채용을 하는 것처럼 읽힌다. 택배기사 김모(35)씨는 몇 달 전 이와 유사한 구인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갔다가 쓰디쓴 경험을 했다.

  "안내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더니 택배회사가 아닌 물류회사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광고에는 월 500만원은 벌 수 있다고 써 있었는데 실제 일을 하고 있는 기사들의 급여명세서를 보여주면서 못 벌어도 300만원, 잘 버는 사람은 600만원 이상은 벌 수 있다고 말했어요. 대신 1500만원짜리 트럭을 사야하고 냉동탑차로 개조하는 비용 1200만원까지 27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빼곡히 쓰여 있는 계약서는 김씨가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로 회사 직원이 빠르게 읽고 넘어갔다. 모자란 돈은 회사에서 알선해 준 캐피탈 회사에서 빌렸다.

 너무 비싼 값에 차를 샀다는 것은, 굳이 냉동탑차로 개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실제로 일을 하고서부터야 알게 됐다.  개조비용 1200만원 중 500만원 이상이 회사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떼 가는 수수료라는 것도.

 여름에도 신선제품의 경우 얼음포장이 된 상태로 배송되니 냉동탑차가 필요없을 뿐더러 냉동 기능을 위한 부품이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다보니 적재량이 적어졌다. 무게가 무거워 기름값도 더 들게 됐다.

택배기사 면접 갔더니 "트럭 사야 한다"…취업 사기 횡행


 고질화한 극심한 취업난 속에 택배업계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회 초년생들의 등을 치는 수법도 횡행하고 있다. 계약서를 썼기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차 값을 부풀리거나 불필요한 개조 비용을 내게 해 과도한 빚을 지우는 방식이다.

 이런 수법에 당한 것은 김씨 뿐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 '택배 지입 사기'로 검색을 해 보면 비슷한 일을 겪은 이들의 하소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피해자들 중에는 본인을 20, 30대라고 밝힌 이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계약 당시에는 영업용 넘버, 흔히 말하는 '노란 번호판'을 주기로 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도 번호판을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씨의 회사 역시 "영업용 번호판을 달려면 기본 1~2년은 일 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박대희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은 온라인 광고를 보고 김씨처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새 차를 뽑아도 적재공간을 손보는 공임비를 따지면 2000만원 이하로 충분한 수준인데 냉동탑차는 공임비가 더 들어가다보니 회사가 중간에서 돈을 남기려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인광고 자체도 (택배회사인 것처럼 사칭했다면) 허위광고에 속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구인광고에 적힌 임금이나 노무관계, 노동시간 등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