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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음모 아닌 일상…정치적 판단 말라"

등록 2018.03.08 16: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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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들이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2018.03.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들이 성폭력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여성들, 도심 '여성의 날' 집회·행사 참여
"주변 피해 눈 감으면 나도 또 다른 가해자"
"폭로전 양상 지양해야…피해자 보호가 최우선"

 【서울=뉴시스】사건팀 =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성폭력 저항운동에 동참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가면을 쓴 참가자가 미투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8.03.08.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가면을 쓴 참가자가 미투 손피켓을 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들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성찰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진영 논리로 미투 운동을 재단하려는 일부 세력들에 대해서는 극도로 경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생 김다진(20·여)씨는 "미투 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투 운동이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더욱 일상적인 운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투가 음모론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이는 음모나 정치가 아니라 일상"이라며 "여성들이 불의의 일을 당한 것을 정치적 이념으로 판단할 게 아니다. 제대로 알면 음모론이라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모(72·여)씨는 "최근 미투에 정치적 색채가 덧입혀져 진보·보수의 대결 양상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씨는 "야당 측이 '좌파에서 많이 터지라'며 만세를 부르는 모양인데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미투는 피해자들이 당한 일에 마음 아파하고 그들에 동조하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미투 폭로가 연일 보도되는 시점에서 유명인의 성폭력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피해자를 보듬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눈감는 것은 또 다른 가해라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성평등모범상을 수상한 최현희 조합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성찰하고 자신부터 바꾸는 것이 미투 운동의 본질"이라며 "성폭력이 어떤 구조에서 발생하는지 성찰하지 않으면 폭력 구조를 승인하는 또 다른 가해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미투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성폭력 문제가) 자신의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멀리 있는 미투를 지지하기는 쉽다"면서 "내가 속한 집단과 조직의 미투를 보며, 바로 내 옆자리 피해자를 보며 아픔과 상처를 연대하자"고 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계 성폭력 사태 규탄 미투 운동 지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가두행진하고 있다. 2018.03.0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계 성폭력 사태 규탄 미투 운동 지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가두행진하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이번 기회에 사회 각계에 깊숙하게 뿌리 내린 남성 권력을 해체하고 정화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한 시민도 있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지훈(66·여) 창원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연출가 이윤택씨의 수상 철회를 주장하고 가해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지지행진을 했다.

 이 교수는 "연극의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오염됐다고 판단해 연극계 정화운동을 하기 위해 나왔다"며 "남성들이 만든 남성 중심의 연극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훼손된 연극계를) 무너뜨리고 여성들이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투 운동은 무엇보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데 다수 시민들이 동의했다.

 프리랜서 이건아(27·여)씨는 "지금 미투 운동이 피해자의 모든 것을 노출시키는 폭로전 양상으로 가는 것 같다"며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고 폭로가 아닌 신고를 통해서도 피해자는 보호를, 가해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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