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주여행' 떠난 호킹 박사…장애에 굴하지 않았던 '영웅'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이자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했던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현지시간) 향년 76세로 눈을 감았다. 휠체어에 앉아 세상과 우주를 내다봤던 그는 이제 힘들었던 육신을 훌훌 벗어버리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우주로의 영원한 여행을 이미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학자들에게 호킹은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천제물리학자였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했던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만큼 그는 천재성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인간이었다.

 호킹 박사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호킹 박사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가족들은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특별한 인간이었다.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942년 영국에서 태어난 호킹 박사는 옥스포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중 21살인 1963년,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루게릭 병)이란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고통 속에서도 휠체어에 설치된 컴퓨터와 음성 합성장치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는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연구와 후학 양성에 헌신했다. 지난 2000년 방한해  '호두 껍데기 속의 우주'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던 그는 당시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업적"이라며, 죽음에 직면하면서 오히려 연구와 삶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호킹은 양자 물리학과 상대성 이론을 결합해 블랙홀이 빛을 포함한 모든 물체를 삼켜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이론(호킹 복사)을 발표해 과학계를 흔들어 놓았다. 빛마저도 중력에 의해 휘어 흡수돼 버린다는 기존의 일반상대성이론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호킹은 또한 우주에 시작과 끝이 있다고 믿고 상대론에 근거해 과거 빅뱅을 수학적으로 증명(특이점 정리)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04년, 호킹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제17차 일반상대성이론과 중력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블랙홀에 관한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고 인정해 학계를 다시 한번 경악시켰다.  그는 이날 '블랙홀 정보 패러독스(역설)'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정보가 방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 75년 논문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지면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하며 , 이른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해 질량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완전히 수정한 것이다. 그는 새 이론에서 "블랙홀이 빨아들인 모든 것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않으며 대신 더 긴 시간 방출을 계속한다"고 밝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정보를 바깥에서 재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호킹은 당시 "30여년동안 고민해온 문제를 풀게 돼 기쁘다"며 "공상과학소설 독자들을 실망시켜서 미안하긴 한데 아무리 정보가 방출된다하더라도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우주로 여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중과의 대화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88년 대중적인 과학서로 펴낸 '시간의 역사'는 지금까지 1000만 권 이상 판매된 최고 인기 과학 서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에는 언론인인 딸 루시와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소설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을 펴내기도 했다.

호킹은 지난 2012년 8월 영국 런던 패럴림픽 개막공연 무대에 깜짝 등장해 전 세계인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당시 호킹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여주인공 미란다를 17세기 영국 계몽주의 시대,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로 중력을 발견하는 순간을 거쳐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로 이끄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사생활 면에서는 20년 넘게 자신을 극진히  간호했던 첫번째 부인 제인과 1990년 이혼했으며, 이후 자신의 간호사와 재혼했다가 구타와 학대를 받고 있다는 소문 속에 또다시 이혼했다. 3명의 자녀와 3명의 손자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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