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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음악감독이 이끄는 예술단 평양공연 어떻게 열릴까?

등록 2018.03.18 19: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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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상, 뮤지션. 2018.03.06. (사진 = 오드아이앤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상, 뮤지션. 2018.03.06. (사진 = 오드아이앤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남북이 오는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한 예술단 평양공연과 관련 실무접촉을 연다. 예술단 음악감독으로 작곡가 윤상이 내정되면서 남한예술단 구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상, 전방위 뮤지션…방북예술단, 대중음악 중심

클래식음악가 전문가가 아닌 대중음악 전문가인 윤상이 음악감독으로 낙점되면서 남한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좀더 다채롭게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예술 교류에서 순수문화예술계가 아닌 대중문화계에서 음악감독이 낙점된 건 이례적이다.

윤상은 1987년 김현식이 부른 '여름밤의 꿈'을 통해 작곡가 데뷔했다. 강수지 '보라빛 향기' 김민우 '입영열차 안에서' 등이 크게 히트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90년 1집 '이별의 그늘'로 데뷔한 윤상은 현재 작곡가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라는 인식이 짙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한국에 소개해온 선구자로 통한다. 특히 발라드는 물론 팝 음악, 전자음악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힙합, 아이돌 팝까지 온갖 장르를 넘나든다. 이미 입지를 굳힌 2003년 돌연 유학을 결심해 버클리음악대학교 뮤직신서시스학과와 뉴욕대학교 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뉴시스】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과 소녀시대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8.02.1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과 소녀시대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8.02.11.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스펙트럼이 넓다. 2000년대 초반에는 아이돌 제국 SM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고 보아, 동방신기와 작업했다. 가수 신해철과 결성한 듀오 '노댄스'는 테크노와 일렉트로니카 기반의 팀이었다. 최근에는 프로듀서 스페이스카우보이와 프로듀싱 팀 '원피스'를 통해 전자음악에 주력하고 있다. 강수지를 비롯 아이유와 걸그룹 '러블리즈' 등 섬세한 감성으로 당대 트렌드를 이끄는 여자 가수와도 작업했다. 상명대학교 대학원, 성신여대에 이어 최근 용인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부임하는 등 강단에도 꾸준히 서왔다.

이로 인해 이번에 방북하는 남한예술단에 포함되는 가수들의 성격은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가요계 관계자는 "단순히 K팝 아이돌로 꾸리는 것이 아닌, 한국 대중음악을 다양한 면을 북한에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측은 지난달 방남한 예술단을 이끈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번에도 실무 접촉에 나선다. 모란봉악단 등을 통해 북한에서 음악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현 단장인 만큼 윤상과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구성은?

대중음악이 중심이 되더라도, 예술단 구성에는 관례상 오케스트라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공연의 중심을 잡아주고 고전음악이 많아 소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정명훈, 지휘자. 2017.11.22. (사진 = KBS교향악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명훈, 지휘자. 2017.11.22. (사진 = KBS교향악단 제공) [email protected]

북한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는 KBS교향악단을 비롯 지난달 실무접촉에 나섰던 정치용 음악감독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점쳐진다. 이들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연합하는 형식의 오케스트라도 가능성이 있다.

지휘자 중에서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유력 후보군에 올라 있다. 정명훈은 북한과의 평화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지난 2011년 방북해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직접 지휘하고 젊은 단원들에 대한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듬해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라디오프랑스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합동 연주를 지휘하기도 했다.

또한 정명훈은 지난해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는데, 이 악단은 정명훈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프로젝트성 연합 오케스트라다. 그는 당시 "남북한 연주자가 하나 되는, 말 그대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가 생긴다면 다른 걸 포기하더라도 맡고 싶다"고 말해 이 오케스트라가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 만든 악단임을 내비쳤다. 정명훈은 이번에 평양에서 지휘를 하게 된다면,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 일부 역시 함께 데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묘하게도 윤상과 정명훈은 간접적으로나마 인연이 있다. 지난 2011년 한국인 처음으로 '라틴 그래미 어워드' 후보가 돼 이름을 알린 재즈 가수 신예원이 정명훈 며느리인데, 그녀는 윤상과 작업한 적이 있다.


【서울=뉴시스】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과 소녀시대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2018.02.1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과 소녀시대 서현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2018.02.11.   [email protected]


◇그간 남측의 북한 공연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다양한 형태의 남측 예술가들의 공연이 열렸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 중장년 가수 외에도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 출연했다.

2002년 9월 평양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연합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무대에 올랐다. 같은 달 역시 평양에서 가수 이미자·윤도현 밴드 등이 공연했다. 2003년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코미디언 송해와 북한 여성방송원 전성희가 공동으로 진행한 '평양노래자랑'은 남북이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2005년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에서 마지막에 울려 퍼진 '홀로 아리랑'을 북한 관객 대다수가 따라 부른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기도 한다. 2006년에는 금강산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남북 음악인들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윤이상 기념 음악회'가 펼쳐졌다.

이번 남측 예술단의 북한 공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지난달 9일 강릉아트센터와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방남 공연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보인다.

애초 지난달 4일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예정됐었으나, 직전에 무산된 적이 있어 이번 남측 예술단의 북한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가수 보아가 금강산 공연에 참여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가수 이적, 정인 등도 물망에 올랐었다.

【서울=뉴시스】 조용필, 가왕. 2018.03.08. (사진 =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용필, 가왕. 2018.03.08. (사진 =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일부에서는 이번 남한예술단의 평양 공연에서 발레 공연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한다. 지난달 11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통일되기 전에 평양에서 발레공연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아울러 과거 북한에서 공연했던 인기 스타들이 재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이 북한에서 다시 공연할 수 있는지 여부도 급부상하고 있다. 조용필은 5월부터 전국 투어를 돌 예정이라, 물리적인 시간은 여유가 있다. 남한 예술단의 북한 공연은 4월 초중반으로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같은 달 말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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