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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웰컴 투 후쿠로이”…日소도시가 럭비월드컵 개최지된 비결

등록 2018.03.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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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 개최지중 하나로 선정된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후쿠로이(袋井)시는 인구 8만의 소도시이다. 15일 후쿠로이시청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모습이다.2018.03.20.yunccho@newsis.com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 개최지중 하나로 선정된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후쿠로이(袋井)시는 인구 8만의 소도시이다. 15일 후쿠로이시청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모습이다[email protected]

일본 후쿠로이(袋井)시는 멜론과 차 농사를 많이 짓는 인구 8만의 작은 도시다. 인구로 비교하면 우리의 김제시 정도다. 이런 작은 도시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 개최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다. 지방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어 고민이 많은 일본에서 출생률 1.72%로 전국 평균(1.42%)보다 높고 인구도 10여 년 전보다 약 10%정도 늘었다.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오래 전부터 여러 고민과 시도를 해온 후쿠로이시의 성공 사례는 지방 활성화에 고민이 많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두 번째 월드 손님 맞이 준비로 한창인 후쿠로이시를 조윤영 주일특파원이 지난 14일부터 1박 2일로 다녀왔다.<편집자주>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의 '도만나카(ど真ん中·한가운데라는 의미)' 후쿠로이 시에 지난 14일 도착하니 봄의 한복판이었다. 역을 나서자 남쪽 기운을 머금은 따뜻한 바람과 활짝 핀 벚꽃이 먼저 맞이해줬다.

 교토(京都)가 일본의 중심이었던 시절, 교토에서 지금의 도쿄(東京)인 에도(江戸)까지 가는 길을 도카이도(東海道)라고 불렀다. 교토에서 보면 도쿄가 동쪽에 위치한 까닭이다. 교토에서 도쿄까지 가려면 밤낮을 걸어도 한참 걸려 도카이도에는 53곳의 숙박지가 만들어졌다. 후쿠로이는 교토에서부터 세도 27번째, 도쿄에서 세도 27번째여서 일본의 한가운데라 불렸다.


[르포]"웰컴 투 후쿠로이”…日소도시가 럭비월드컵 개최지된 비결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이 개최되는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후쿠로이(袋井)시의 에코파(ECOPA) 경기장을 14일 방문했다. 5만여석의 관중석을 갖춘 에코파 경기장은 럭비월드컵을 위해 전광판을 2개 설치했으며, 조명도 LED로 교체한다. 2018.03.20.yunccho@newsis.com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이 개최되는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후쿠로이(袋井)시의 에코파(ECOPA) 경기장을 14일 방문했다. 5만여석의 관중석을 갖춘 에코파 경기장은 럭비월드컵을 위해 전광판을 2개 설치했으며, 조명도 LED로 교체한다. [email protected]

사실 이번 취재 전까지만 해도 기자는 후쿠로이를 몰랐다. 후쿠로이는 약 1억 2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일본에서 그만큼 작은 도시다.

 후쿠로이에 도착해 버스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올해 농사 채비를 서두르는 논밭과 비닐하우스라 전형적인 농업도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쿠로이 시청의 기획정책과 오야이즈 카즈히코(小柳津和彦) 실장은 인근에 야마하, POLA, 오츠카제약 등의 공장이 많아 도시 전체 인구의 40%는 2차 산업에 종사한다고 했다. 

도시 활기의 제1조건은 '고용확보'

 오야이즈 실장은 후쿠로이시는 고용 확보가 도시 활기의 제1조건이라고 생각하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애를 써 왔다고 했다. 요즘은 공장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도 많이 유입됐다. 후쿠로이시에는 약 4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으며 60%는 일본계 브라질 출신이다.

 2015년 3월 후쿠로이를 포함한 일본 내 12개 도시가 2019년 럭비월드컵 개최도시로 결정됐다. 후쿠로이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부흥의 상징으로 선정된 이와테(岩手)현 가마이시(釜石)시를 제외하고는 도시 규모가 가장 작은 개최지이다. 2019년 9월 2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럭비월드컵에는 미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 지역 예선을 통과한 17개국이 참가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럭비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사실 럭비월드컵은 몇 안되는 흑자 스포츠대회로 꼽힐만큼 전 세계에서 인기가 많다. 후쿠로이시에서는 총 4회의 경기가 열리는데 한 경기당 5만여명의 관중이 올 것으로 예상, 럭비월드컵 기간에 후쿠로이를 찾는 관광객 수는 20만에서 많게는 40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후쿠로이가 럭비월드컵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도시의 국제화'라고 했다. 하라다 히데유키(原田英之) 후쿠로이시 시장은 “럭비월드컵을 통해 경제적으로 얼마나 돈을 벌지는 계산도 안 했다”면서 “세계 각지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준비, 또 직접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후쿠로이 시민 특히 아이들에게 일본의 작은 도시에 살지만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하라다 히데유키(原田英之) 후쿠로이시 시장은 15일 후쿠로이시 시청에서 “럭비월드컵을 통해 경제적으로 얼마나 돈을 벌지는 계산도 안 했다”면서 “세계 각지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준비, 또 직접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후쿠로이시민, 특히 아이들에게 일본의 작은 도시에 살지만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18.03.20.yuncho@newsis.com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하라다 히데유키(原田英之) 후쿠로이시 시장은 15일 후쿠로이시 시청에서 “럭비월드컵을 통해 경제적으로 얼마나 돈을 벌지는 계산도 안 했다”면서 “세계 각지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준비, 또 직접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후쿠로이시민, 특히 아이들에게 일본의 작은 도시에 살지만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하라다 시장은 “후쿠로이에는 최근 브라질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며 “어떻게 보면 이들은 우리(일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을 무시하거나 편견을 가지면 결국 우리 손해”라며 “후쿠로이에 함께 사는 사람들이란 인식을 아이들에게 갖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럭비월드컵이 이런 인식을 키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후쿠로이 시 정부는 이를 위해 학교에서 매일 15분씩 영어 교육을 실시한다. 경기장 및 시청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번 반드시 영어로만 하는 수업을 받아야 한다. 

 경기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사용한 경기장을 활용한다. 5만여석의 에코파(ECOPA)라는 별칭을 가진 시즈오카(静岡)현 경기장은 월드컵 이후 축구 및 육상 경기장으로 사용돼 왔다. 럭비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내 2개의 전광판을 설치하고, 비를 90%이상 막아주는 지붕으로 보수했다. 내년에는 경기장 조명을 LED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아이들의 럭비 친해지기 수업도 시작됐다. 최근 후쿠로이에서는 체육시간 구기종목을 축구에서 럭비로 바꾸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날 럭비 수업을 하는 후쿠로이 북(北)소학교 5학년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 몸싸움이 없어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는 태그럭비를 남녀학생들이 섞어서 경기를 했다.

 럭비를 주제로 한 영화도 보여주고, 럭비 용어 등도 배웠다. 이날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내년 럭비월드컵때 경기를 직접 보러 가겠냐고 물으니 전원 가겠다고 말했다. 에구치 미키(江口美紀)양은 “럭비를 잘 몰랐는데 텔레비전으로 보니 박력 넘치는 경기”라며 “럭비가 좋아졌다”고 했다.

2019년 럭비 월드컵 개최..."돈보다 국제화가 목표"

 후쿠로이 시 정부가 럭비월드컵 준비에서 가장 크게 고민하는 문제는 숙박 시설이다. 호텔 신축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홈스테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후쿠로이 시민들의 외국인 접촉을 적극 장려하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현재 후쿠로이에는 100여곳의 홈스테이 가정이 있는데 이를 내년까지 50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후쿠로이(袋井)시는 학교 체육시간에 럭비 교실을 열어 아이들이 럭비에 친숙할 수 있도록 했다. 후쿠로이북(北)소학교 5학년 학생들이 14일 학교 체육관에서 몸싸움이 덜한 태그럭비를 하고 있다. 2018.03.20.yunccho@newsis.com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후쿠로이(袋井)시는 학교 체육시간에 럭비 교실을 열어 아이들이 럭비에 친숙할 수 있도록 했다. 후쿠로이북(北)소학교 5학년 학생들이 14일 학교 체육관에서 몸싸움이 덜한 태그럭비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후쿠로이에 위치한 가츠라기기타노마루(葛城北の丸)는 골프장 손님을 위해 만들어진 료칸이다. 아는 사람만 안다고 할 정도로 일본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아 한해 외국 손님은 100명 미만이라고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 일본선수 숙박지로 사용됐지만 이번 럭비 월드컵 때는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일반 관광객들을 받아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했다. 벌써 몇몇 럭비월드컵 참가국에서 숙박지로 시찰하러 왔다고 한다.

 기타노마루 료칸은 우리에게 피아노로 익숙한 야마하가 만든 리조트로 야마하의 목재기술이 많이 활용됐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복도의 바닥도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야마하의 피아노 장식 기술을 활용한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이 지역 출신인 창업주가 마음 먹고 만든 료칸이라며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후쿠로이는 절이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잠을 자도 된다는 의미의 가수이사이(可睡斎) 사찰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 앞에서 졸았던 스님이 도쿠가와에게 특별히 잠을 자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가수이사이는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수행도장이기도 하다. 쇼진요리(精進料理), 즉 사찰요리로도 유명해, 좌선 프로그램과 사찰요리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템플 스테이를 내놓았다. 현재 후쿠로이에서는 세 곳의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시행하고 있는데 럭비월드컵을 앞두고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방 소도시가 살아남는 비결..."살고 싶게 만들기"

 후쿠로이는 적극적인 행정을 추구하는 도시다. 하라다 시장은 "도시 전체를 14구획으로 나누어 각각의 구획별로 도시를 운영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8만8000여명의 도시 인구를 14개로 나누면 약 6000명이 된다. 이 6000명이 하나의 공동체가 돼서 자체적으로 움직인다는 구상이다. 하나의 구획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반드시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 고령화 대책도 공동으로 한다. 혼자 이동을 못하는 어르신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차와 연료비를 시에서 제공하면 구획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구획 별로 건강 관리사도 둔다. 또 오래된 집들도 정비해 살고 싶게 만들었다.

 하라다 시장은 "후쿠로이와 같은 지방 소도시가 살아남을려면 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 스스로 활기를 만들려면 일단 시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주민 참여를 유도하면 결과적으로 '주민 참여'로 인해 비용 절감하는 효과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육정책도 15년 전부터 다른 지자체보다도 일찍 힘을 기울였다. 지역이 공동으로 아이들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막 태어난 신생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이용할 수 있는 보육지원센터를 지역 곳곳에 만들었다. 현재 8곳이 있으며 연간 1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덕분에 후쿠로이는 시즈오카현에 있는 24개 도시 중에 출생률이 높아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힌다.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4일 방문한 후쿠로이시에 위치한 가츠라기기타노마루(葛城北の丸)는 우리에게 피아노로 익숙한 야마하가 만든 리조트로 야마하의 목재기술이 많이 활용됐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복도의 바닥도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야마하의 피아노 장식기술을 활용한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2018.03.20.yuncho@newsis.com

【후쿠로이=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4일 방문한 후쿠로이시에 위치한 가츠라기기타노마루(葛城北の丸)는 우리에게 피아노로 익숙한 야마하가 만든 리조트로 야마하의 목재기술이 많이 활용됐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복도의 바닥도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야마하의 피아노 장식기술을 활용한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email protected]

앞서 소개한 것처럼 후쿠로이는 고용 확보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제1조건이라고 생각하고 기업 유치에 많은 애를 썼다. 이와 함께 지역 농업도 브랜드화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었다. 후쿠로이 하면 멜론이다. 1921년부터 멜론 농사를 지어온 후쿠로이시는 200여 농가들이 농업법인을 만들어 일본 제1의 멜론이라는 평가를 받는 '크라운멜론'이라는 브랜드 멜론을 탄생시켰다.

 보통 한개에 3~4000엔(약3~4만원) 정도하는데 비싼 것은 2만5000엔(약25만원)도 한다. 멜론의 모양과, 겉면의 그물, 당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물 주는 기술이 상품성을 좌우한다. 많이 버는 농가는 1년에 약 5000만엔(약5억원)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곳도 있어 이를 물려받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후계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후쿠로이를 둘러보는 동안 지역색을 살린 산업 발전, 보육·복지 등의 적극적인 행정 등이 인구 8만의 후쿠로이시가 2002년에 이어 2019년 럭비월드컵도 개최할 수 있는 저력을 만들어낸 밑바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도쿄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가장 떠올랐던 건 럭비를 하면서 깔깔거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외국인 기자들을 향해 쑥스러워하면서도 '헬로우' 인사하던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이 아이들이 후쿠로이시를 이끌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세계 어떤 나라의 사람들과도 편견없이 어울릴 수 있는 국제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후쿠로이 어른들의 '생각'이 더 큰 저력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쿠로이에도 고민은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이후 아이들이 인근 큰 도시의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하라다 시장은 아이들이 후쿠로이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할 방법이 뭐가 있을지 럭비월드컵을 치르면서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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