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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오닐 "아름답지 않은 일들 많은 지금, 어느때보다 음악 중요"

등록 2018.03.19 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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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8.03.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8.03.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비올라를 연주하면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웃음). 음악가로서 느끼는 건 어제 마라톤을 뛰면서 겪은 감정과 비슷해요. 제 마라톤 친구인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42.195㎞를 완주했는데, 결승선에서 아내가 감격하며 저를 얼싸 안아줬을 때 느낀 감정이요."

전날 마라톤 42.195㎞를 완주했다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0)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보다 기쁨의 빛이 어려 있었다.

 그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자적인 성향으로 국내에서 주목 받기 힘들었던 비올라의 위상을 격상시킨 주인공이다.

19일 오전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새 앨범 '듀오(DUO)' 발매 간담회에서 "마라톤 완주하는 과정과 음악을 만드는 것도 비슷해요. 칭송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무대 위 연주자는,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음악의 감동을 나누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용재 오닐은 더 이상 비올라가 조롱이나 놀림을 받지않는 악기가 됐다고 만족해했다. 프랑스의 앙투안 타메스티 등 훌륭한 솔로 연주자가 많아졌고 비올라를 위한 레퍼토리 역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용재 오닐도 비올라의 위상에 기여했다. 그래미상 후보로 지명됐으며 미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상의 하나인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받았다. 지난 2016년 발매한 정규 8집 '브리티시 비올라'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윌리엄 월튼(1902~1983)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등을 통해 비올라의 숨겨져 있던 매력을 펼쳐 보였다.

하지만 용재 오닐 본인은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비올라처럼 튀지 않는다. 젊은 클래식연주자 앙상블 '디토'의 리더인데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내기보다 온화함으로 화합을 일궈낸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8.03.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18.03.19. [email protected]

10년 전부터 호흡을 맞춰왔고 이번에 '듀오'에서도 함께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는 용재 오닐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주는 배려가 많다"면서 "자칫 하면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소리가 부각될 수 있는데, 용재 오닐의 성품에서 배어져 나오는 배려로 조화가 잘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용재 오닐은 리더로서 자신감이 떨어진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서 자선 사업가로 활동하는 멘토에게 '자신이 내향적이라 리더에 알맞지 않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복잡다단하며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일부분만 부각해서 사람의 성향을 나누는 건 말도 안된다'는 말을 듣고, 큰 힘이 됐다"고 미소지었다.

용재 오닐은 한국전쟁 당시 고아가 돼 미국으로 입양된 어머니와 아일랜드 출신 미국인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2001년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투어에 함께하면서 한국을 첫 방문했다.

이듬해 부인이 별안간 리처드에게 줄 선물이라면서 한국 이름 '용재'를 제안했다. 용기를 뜻하는 '용'(courageous)과 재능을 뜻하는 '재'(talented)를 합친 것이다. 2004년 KBS 1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그와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2005년 1집 '리처드 용재 오닐'을 발매했고 그해 한국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열어 전석 매진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인생을 통틀어 음악가로서의 삶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멋진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름답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음악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비올리스트라기보다 뮤지션으로 불리기를 원해요."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첼리스트 문태국, 비올리스트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2018.03.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연주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첼리스트 문태국, 비올리스트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2018.03.19. [email protected]

이번 앨범에는 노르웨이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요한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2중주, 호프마이스터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2중주, 베토벤의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곡, 힌데미트의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곡, 브리지의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애가', 벤자민의 비올라 2중주곡 등이 담겼다.

세 팀의 듀오로 편성됐다. 구성은 바이올린-비올라, 비올라-비올라, 비올라-첼로다. 신지아 외에 비올리스트 이수민, 첼리스트 문태국이 참여하고 용재 오닐은 매개 역할을 담당했다.

용재 오닐은 "현악기들은 '스트링 패밀리'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가족 같다"면서 "비올라는 현악기 중에서도 중간 위치에 자리 잡아 있어요. 음색이 낮은 첼로나 음색이 높은 바이올린과도 각각 잘 어울리는 악기"라고 소개했다.
 
솔로 연주와 듀오 연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솔로 연주는 한 배우가 펼치는 독백 연기와 같아요. 그런데 어느 정도 골격을 갖춘 최소한의 드라마를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이 소통하고 교감해야 하죠. 이번 앨범이 그런 예"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3.1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도이치 그라모폰 9집 음반 'DUO'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3.19. [email protected]

유니버설뮤직 산하 유명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된 이번 앨범은 용재 오닐의 9집. 비올리스트가 정규 9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요즘처럼 레코딩이 어려운 시대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연주도 중요하지만 앨범도 중요해요. 특히 요즘처럼 빨리 움직이는 시대에 순간에만 머무는 음악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죠. 앨범 같은 경우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을 영구적으로 포착하죠."

한편 용재 오닐은 '듀오'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오는 23일 김해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24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안동 문화예술의 전당, 30일 인천 문화예술회관, 3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상반기 중에 '안녕?! 오케스트라'의 후속작 '엄마를 위한 노래'가 방송된다. 6월에는 다시 디토 페스티벌 음악 감독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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