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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영장청구권 삭제' 반기는 경찰…"수사권 걸림돌 제거"

등록 2018.03.20 18: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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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조국 민정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2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관련 질문에 대화하고 있다. 2018.03.20.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조국 민정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2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관련 질문에 대화하고 있다. 2018.03.20.  [email protected]

"檢, 영장청구권 악용 수사지휘…헌법 삭제 중대 의미"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도 합의될 수 있는 여지 마련"
"나중에 법 개정 여건이 돼도 헌법 그대로이면 무망"

【서울=뉴시스】박준호 박영주 채윤태 안채원 기자 = 20일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 전문(前文)에서 검찰에 유리한 영장청구 관련 조항을 삭제하기로 하자, 경찰은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한 것으로 평가했다.

 개헌안에는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은 검찰과 같은 국가 수사기관이지만 수사는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어 제한적이었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의 최우선 과제로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를 요구한 것도 검찰과 동등한 수사기관으로서 입지를 넓히려는 의도가 크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한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의 궁극적 목표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안 받는 것인데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또한 지금껏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는, 검찰에 유리한 해석을 하는 근거로 작용해왔다. 그런 점에서 헌법조항 삭제는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일선의 한 총경은 "헌법은 국가 권력 구조나 국민의 기본권을 다루는 것인데 영장청구권은 원래 헌법에 규정할 사항이 아니다. 영장을 어디서 청구하느냐는 하위 법률에서 규정할 성질"이라며 "우리나라의 수사기관은 경찰과 검찰 두 군데인데 영장청구는 검찰만 하도록 규정하다 보니 사실 검사가 모든 권한을 다 갖고 있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일선서의 한 관계자도 "헌법개정안 쭉 다 읽어보니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 특히 검사의 영장청구권 부분이 삭제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청와대 개헌안에 공감했다.

 이어 "영장청구권이 검찰에 있어 수사 과정에서 급하게 영장을 받아야하는 때 검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늦게 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어차피 법원이 판단을 최종적으로 하는 것인데 절차가 너무 많아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필요해도 반려되면 곤란해진다"고 지적했다.

 헌법에서 조항 '한 줄'이 빠지더라도 검찰의 권한이 당장 무력해지는 건 아니다. 즉, 헌법 개정안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삭제한 것일 뿐,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 조항에서 삭제하더라도 현행 소송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물론 이를 검찰과 경찰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가 있다.

 검찰로서는 법 중의 법, 최상위법이나 다름없는 헌법에서 수십년 간 안정적으로 지켜준 권한을 상실한 만큼 차후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독점적으로 누려온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양보하거나 쪼개야 하는 위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경찰로서도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형소법상으로는 여전히 검사의 독점적인 권한이 유효한 만큼 앞으로 개헌 보다 더 중요한 형소법 개정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어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무안=뉴시스】류형근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경찰청 1층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에 대한 신군부의 강경 집압을 거부한 고(故) 안병하 치안감 흉상에 참배를 하고 있다. 2018.03.15.  hgryu77@newsis.com

【무안=뉴시스】류형근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경찰청 1층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에 대한 신군부의 강경 집압을 거부한 고(故) 안병하 치안감 흉상에 참배를 하고 있다. 2018.03.15. [email protected]

청와대는 이런 검경 수사권 싸움에 가능한 관여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된다하더라도 현재 형사소송법은 합법이다.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국회 몫"이라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돼 논의할 것이다. 헌법에서 삭제되면 논의는 개시될 것"이라며 국회로 공을 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개헌안에 대해 "형소법 개정의 시발점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법률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나. 형소법에 있는 검찰 영장청구권도 마찬가지"라고 낙관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은 대물 압수수색 영장 뿐만 아니라 인신 압수수색 영장도 갖고 오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추진하면 국민들이 경찰 권한만 확대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면서 납득 못할 수도 있는데 헌법에 영장청구권 조항이 명시돼 있으면 법률개정 논의 자체가 안 된다"라며 "물론 헌법에서 조항이 삭제된다고 해서 형소법 조항에 대한 효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대로지만 헌법에서 해당 조항 사라짐으로써 향후 형소법 개정도 합의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당장 형사소송법이 바뀌진 않는데 헌법에서까지 못 박아두면 나중에 바꾸려해도 바꿀 수 없지 않냐"면서 "지금은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법 개정이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후에 신뢰를 얻고 검찰 영장청구권이 문제가 될 때에도 헌법에 명시돼 있으면 법 개정을 못 한다"고 말해 형소법 개정 전 헌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군사 독재정권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정권 유지를 위해 만든 조항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이번 개헌안에서 삭제하기로 한 건 너무나 당연하다"며 "앞으로 개헌안이 실현되려면 국회 동의와 국민 투표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개헌안 통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형소법 개정에 대비해 필요한 준비는 하나씩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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