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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임원 인사에 노조 "산은의 매각 책임 회피"

등록 2018.03.21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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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임원 인사에 노조 "산은의 매각 책임 회피"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해외손실 책임을 물어 대우건설이 임원 인사를 단행하자, 노조가 산업은행이 매각실패 책임을 대우로 돌리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대우건설은 해외 현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지난해 목표 실적치를 채우지 못했다며 책임을 물어 지난 19일자로 본부장급 보직인사를 단행했다고 21일 발표했다.

 해당사업은 모로코 사피지역 남쪽 해안가에 1320㎿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공사다. 누수로 인해 기자재를 교체하면서 공기가 지연됐고, 이에 3000억여원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하지만 노조 및 업계는 이번 인사가 목표 실적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 '매각 무산책임'을 묻는 문책성으로 봤다. 대주주인 산은이 매각 무산책임을 정작 대우 임직원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이번 인사가 노사 임단협 중에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과, 인사대상자가 해외손실과 직접적으로 관련있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이영래 대우건설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인사는 연초 등 매년 정기적으로 하는 인사가 아니었다. 지난 19일 노사가 임단협을 실시했는데 그날 저녁 기습적으로 경영진 인사가 났다"며 "그 대상자에는 사측 교섭대표도 포함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교체된 보직이 해외손실과 관련이 없는 분야라는 설명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우건설은 이번에 사업총괄 보직을 폐지했다. 토목사업본부장과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조달본부장, 기술연구원장, 품질안전실장 직무대리에 상무 및 전문위원을 새로 배치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모로코 사피 현장의 책임을 묻는다면 플랜트나 해당 사업부문 담당자를 대상으로 집중 단행했어야 했는데, 이번 인사는 그와 직접 관련없는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매각책임을 묻기 위한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2016년 12월 대우건설이 시공 중이던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자료제공 = 대우건설)

【서울=뉴시스】 지난 2016년 12월 대우건설이 시공 중이던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자료제공 = 대우건설)


 실제로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한 뒤 산은은 대우 전무급 이상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했다. 당시 면담에서는 매각실패의 원인 및 문제점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우건설 측은 "크게 보면 해외사업의 문제는 플랜트 부문이지만 결국에는 인사와 조달, 기술, 품질안전 등 분야와 직·간접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인사와 면담은 지난 해외손실의 문제점을 짚고 조직을 개편하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의혹이 이 처럼 의혹이 커지는 이유는 해당 현장이 매각실패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던 호반건설이 이 해외손실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올해 2월 호반건설은 이 곳 손실이 보도되자 마자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 우발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를 접하며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인수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모로코 사피현장의) 사고 원인을 면밀히 조사한 뒤 해당 자재를 재발주했고, 다른 기기에서도 이상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사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업계 13위가 3위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과연 주택사업만 집중해온 호반건설이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우건설을 운영할 능력이 되겠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게다가 산은이 처음 공고와 달리 호반의 분할매각 제안을 받아들이자 '정계유착설'과 '특혜설'도 흘러나왔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은성수 수출입은행 은행장의 발표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18.03.08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은성수 수출입은행 은행장의 발표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그럼에도 산은이 호반의 매각을 강행하는 가운데 정작 호반이 해외손실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자, 매각실패 책임을 해외손실을 핑계삼아 대우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산은의 '매각실패 회피'라고 지적했다.

 대우 노동조합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매각 실패는 산은의 공정한 관리의 실패다. 그런데 산은은 늘 그래왔듯 또 다시 대우건설을 향해 그 책임을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대우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면서도 쓴소리하는 임원진은 해고하고 있다"며 "실패의 책임을 대우건설로 떠넘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재매각을 원한다면 즉각 배후경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우리는 대우 내부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충분히 준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내부에서 지는게 맞다고 본다"며 "이번 인사는 대우가 회사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 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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