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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MB 결백 외친 날, 사위는 뒷돈

등록 2018.03.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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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18.03.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18.03.15.  [email protected]

2007년 대선 경선 연설회 당일 뇌물수수
가훈에 '정직' 쓴 달, 다스 소송비 대납돼
"도덕적으로 완벽" 자부 땐 특활비 수수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지난 2007년 8월6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연설회장.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합동연설회에서 이같이 외쳤다. 이 전 대통령은 "언제부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허풍입니다"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최근 검찰이 조사한 결과 이날 이 전 대통령 사위 이상주(48) 삼성전자 전무는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주요 금융 관련 기관장에 임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BBK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정국이 뜨거웠던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받는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지만 그런 외침은 현실과 반대였던 것이다.

 21일 뉴시스가 취재한 결과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곳곳에 담겨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런 상황은 2007년 대선 전후로 더욱 빈번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17일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있고 난 다음날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71) 여사는 이 전 회장 측으로부터 현금 2억원을 받았다. 이 역시 이 전 회장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이후 경선 후보에서 승리한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25일 대선 후보자로 등록했다. 당시 그가 프로필에 적은 가훈(家訓)은 정직(正直)이었다.

 그러나 후보자 등록 약 일주일전이었던 2007년 11월19일부터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스 미국 소송에 투입된 유명 로펌 에이킨검프 측에게 삼성이 12만5000달러를 송금한 것이다. 유력한 후보시절부터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셈이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00억 원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이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및 민간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 혐의, 다스를 통한 수백억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18.03.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00억 원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이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앞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및 민간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 혐의, 다스를 통한 수백억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18.03.14  [email protected]

소송을 맡은 김석한 변호사는 이미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학수 전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 소송비를 대납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였다. 요청을 받은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한 만큼 향후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2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후 김 변호사에게 삼성 쪽에 고맙게 생각하고 계속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전해달라"는 취지로 주문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임을 자부했다.

 그는 지난 2011년 9월30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그 무렵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뒷돈을 받아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원 전 원장은 국회의 경질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장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보답과 향후 직 유지, 예산 편성 등 편의를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며 김희중(50)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보낼 것을 이야기했다.

 이후 원 전 원장은 담당 예산관에게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돈은 이 전 대통령이 기거하는 청와대 관저 내실로 옮겨졌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임하던 2011년에는 다스를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에게 상속하기 위한 프로젝트까지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의 집사라 불리던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은 대통령 퇴임 후 활동 계획과 재원 등에 관한 일명 'PPP(Post Presidency Plan)' 기획안을 작성해 보고했다.

 이 기획안은 이 전 대통령이 그간 숱하게 논란이 불거져 왔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제 소유주임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아들 시형씨가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도록 가능하게 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 기획안을 그대로 승인해줬다.

 앞서 검찰은 이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전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년 전 되물었던 '한 방에 간다'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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