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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트럼프 경제정책은 좀비들의 남북전쟁"

등록 2018.03.20 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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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트럼프 경제정책은 좀비들의 남북전쟁"

"신 중상주의-신 금본위제 신봉자들 간 충돌"
"부자 감세로 경제기적 이룬다는 착각도 여전"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신 중상주의와 신 금본위제 신봉자들이 바야흐로 ‘좀비 남북전쟁’이 벌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지닌 양 진영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충돌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 교수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트럼프와 무역, 그리고 좀비들(Trump and Trade and Zombies)’이라는 글을 통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OTMP) 국장을 중심으로한 신 중상주의 진영과 데이비드 멀패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축으로 한 신 금본위제 진영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경제 정책을 둘러싼 충돌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와 함께 부자 감세가 경제적 기적을 낳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함에도 여전히 좀비처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의 기고문 요지.
 
 그 옛날 뉴욕 주 상원의원을 지낸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은 “갑자기 공화당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정당으로 바뀌었다”라고 선언했다. 모이니한 의원이 그 유명한 발언을 한 지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모이니한 의원의 선언은 지금도 여전히 진실을 담고 있다. 요즘 공화당은 “좀비 아이디어(zombie ideas)”로 넘치는 당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한 아이디어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정치인들의 뇌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좀비 중 하나는 “공급 사이드(supply side)”를 고집하는 것이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경제적 기적을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자 증세는 역으로 재앙을 낳는 처방으로 생각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증세를 통해 경제 붐을 일궈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감세정책은 경기 회복 둔화와 궁극적인 재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감세 좀비’에 대한 믿음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래리 커들로를 지명했다. ‘감세 좀비’들이 죽지 않고 건재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커들로는 감세에 대한 무한한 미덕을 신봉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정책에 세금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의회로부터 송부되는 어떠한 감세안에도 서명할 의향이 있다. 그러나 그는 국제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특히 무역적자의 폐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게리 콘 전 NEC 위원장 같은 글로벌리스트는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에게 국제경제 자문을 해주는 이들은 모두 좀비 아이디어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이상의 좀비들이 있다. 이들 좀비들은 사실상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둘 다 잘못된 생각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지만 서로 다른, 정반대의 방향에서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다.

 트럼프 주변 사람들은 국제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좀비 남북전쟁’이라도 벌일 기세다.

 한쪽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OTMP) 국장이다. 그는 신 중상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나바로는 세계 무역을 승자와 패자로 구분한다. 무역흑자국은 승자로, 무역적자국은 패자로 보는 것이다.

 이론으로 보나 역사로 보나 이런 견해는 넌센스라고 할 수 있다. 무역흑자는 종종 경제적 약점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 있다. 무역적자는 때로는 경제적 강점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다. 신 중상주의자들은 조악한 실수들을 하고 있다. 예컨대 부가세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잘못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트럼프의 귀를 가까이 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제 경제에 관한 위험한 넌센스를 들려주는 부류는 이들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신 금본위주위자(neo-goldbugs)들의 온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국력의 척도를 그 나라의 통화가치로 판단한다. 달러의 약세를 거부한다. 약 달러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 중상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신 금본위주의자들의 견해 역시 그릇된 것이었음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 왜냐하면 이들의 견해가 부유하고 권력을 지닌 이들의 편견에 어필을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눈에 뛰는 신 금본위주의자는 데이비드 멀패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다. 그는 (월가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베어스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다. 지난 2011년 멀패스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미국 경제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강 달러와 고금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이상한 주장이었다. 당시 실업률은 9%를 기록하고 있었다. 강달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다. 미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트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무역적자를 더욱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커들로가 멀패스와 의견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커들로는 트럼프로부터 NEC 위원장 지명을 받은 뒤 그는 강달러에 대한 주문을 했다. 트럼프가 우려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국제 경제 정책에서 서로 부닥치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불러 들였을까? 그 해답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간 충돌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국제경제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좀비 남북전쟁’의 길로 들어섰다.  나쁜 아이디어들을 지닌 양 진영이 서로 물러서기를 거부한 채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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