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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스미는 '소확행'...소공녀·리틀포레스트 관객 지지

등록 2018.03.21 10: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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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

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22일 개봉하는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이솜)는 집이 없어 친구 집을 전전한다. 그렇다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번듯한 회사에 자리잡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30대이지만, 그는 하루 4만5000원을 벌면 충분하다. 미소의 만족은 하루가 끝나갈 때즈음 마시는 위스키 한 잔, 까칠한 담배 한 개비 정도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미소에게 인생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만 보장된다면 크게 불행할 이유가 없다.

 '소확행(小確幸)'이 영화에도 스며들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니고 우스워보이지만,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큰 행복감을 준다면 그걸 즐기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관객들 또한 이런 작품에 꾸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리틀 포레스트'(누적 138만명) 흥행 또한 이런 사회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일본에서 같은 이름으로 만화·영화로 만들어졌던 이 작품은 사실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 마치 도를 닦듯 직접 농사 짓고 음식을 해먹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나 원작은 임 감독 손을 거치면서 '힐링 무비'가 됐다.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같지만 그의 마음을 치유하는 건 혼자서 하는 반성과 성찰이 아니라 하루를 마치고 오래된 친구들과 둘러앉아 밥 먹는 시간이다. '친구랑 먹는 밥'이라는 어쩌면 별 것 아닌 행위에 감정 이입한다는 건 최근 관객이 작은 행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올해 초 극장가 흥행작 면면에도 소확행 분위기가 감지된다. 할리우드 대작이나 스타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똑같은 시간과 돈을 들였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48만명)나 '쓰리 빌보드'(5만명) '플로리다 프로젝트'(6만명) 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낸 것이 그렇다. 세 영화 모두 높은 완성도로 해외에서 이미 호평받았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었다. 이른바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이런 영화들이 같은 시기에 성공을 거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해 3월 흥행에 성공한 다양성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17만명)가 유일했다.

 신진범 문화평론가는 "영화는 만들어지는 시기와 개봉 시기가 제각각이어서 최근 '소확행' 트렌드가 적극적으로 영화나 극장가에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또 여름이 가까워지고 대작 영화가 하나둘씩 개봉하시 시작하면 이런 트렌드는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관객이 영화를 더 적극적으로 소비한다는 걸 알려줬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더 다양한 영화가 나올 가능성을 열었다는 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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