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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 북·미 정상회담과 미국의 정치 상황

등록 2018.03.23 16:17:44수정 2018.04.02 09: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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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박사가 23일 오전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 조찬 세미나에서 북미정상회담과 미국의 정치상황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박사가 23일 오전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 조찬 세미나에서  북미정상회담과 미국의 정치상황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북미정상회담이 사실상 한국의 안보상황을 더욱 꼬이게 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 조찬세미나에서 ‘북미정상회담과 미국의 정치상황’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에 동의함으로써 트럼프를 북미정상회담장으로 유인해 결국 주한미군 감축, 합동군사훈련 축소 등 한미동맹약화를 가져오는데 성공하겠지만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의 성과를 얻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미회담의 결과를 매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고 연구위원은 북한이 첫 단계에서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로 미국과 한국을 유인하지만 검증단계에서 시간을 끌며 핵 혹은 관련 핵심기술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북미회담의 결과는 비핵화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기보다 군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고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고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뮬러특검에 의한 탄핵위기와 11월 중간선거 등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오바마가 이룬 이란과의 핵협상을 넘는 북미협상의 업적을 이루려는 야심 때문에 자칫 북한의 전략에 말려 들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 연구위원은 결국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시간을 벌며 국제적 경제압박을 모면하면서 핵무력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에 미국과 한국이 놀아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시스는 이날 고 연구위원이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 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다.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북한이 도발 사이클을 중지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든 것은 트럼프의 최대 압박 및 간여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이었다. 전례 없이 강력한 경제제재와 북한을 떨게 만든 미국의 군사압박은 북한이 2여년전 시작된 도발 사이클을 중지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문 정부가 작년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북한과의 대화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북한의 도발 전략이 결국 벽에 부딪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출구 가능성을 미리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전적으로 예측불허한 트럼프였다. 김정은이 제안하고 문 정부가 뒷받침하는 북미대화 노력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노선을 채택했다기 보다는 트럼프라는 불확실성을 비핵화 협상이라는 외교 프로세스를 통해 제어하고 예측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평양에서 갓 돌아온 한국 특사단과의 면담 직후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즉각 수락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미 주류 언론에서는 정상회담 수락은 트럼프의 즉흥적 성격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 주류언론,  미·북 정상회담, 트럼프 즉흥적 성격 반영

사실 그의 예측불허한 행동에 비추어 볼 때 트럼프가 회담 제안을 즉흥적으로 수락했더라도 북한과의 협상 결과가 미흡하면 트럼프는 다시 손쉽게 이전의 강경기조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가진 의도의 진정성을 중요치 않다고 본다. 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해야 한다. 트럼프가 즉흥적으로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북한은 정상회담 전후로 CVID에 준하는 비핵화를 약속해야지만 현재 당면한 압박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미국 정치권 내 북한에 대한 기류는 여야를 떠나 매우 강경하며 북한과의 대화파는 일부 극소수 전직 관료나 재야 학자뿐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만남을 위한 만남, 대화를 위한 대화를 김정은과 가질 경우 트럼프 자신이 자가당착에 빠질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전후로 김정은에게서 CVID 수준의 비핵화 약속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트럼프가 취임 이후 꾸준히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라인도 북한의 대화 노력에 대해 깊이 회의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트럼프에게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 폐기“에 근접한 비핵화를 약속한 것이 아닌지 추측하게 된다.  

사실 북한에게도 트럼프에게 전격적인 비핵화를 약속하는 것이 향후 전략에 유리하다. 북한에게 있어 비핵화 약속은 생각보다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단 북한에게 유리한 점은 평시에 핵보유국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사례가 전무하여 미국이 단기간 내에 제안할 수 있는 협상 패러다임이 없다는 점이다. 남아공과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매우 특수한 경우이다.

◇북한, 비핵화 검증단계 최대한 뒤로 미룰 것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향후 비핵화 협상을 하게 되면 결국 “행동 대 행동” 즉,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북한은 가장 부담이 되는 verification, 즉 검증 단계를 최대한 뒤로 미루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트럼프에게 CVID에 준하는 비핵화를 약속하고 대신 정상회담을 초입으로 삼아 대화 프로세스를 확고히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 제안이 진정성이 있다고 믿고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것일까? 사실 이에 대한 답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예전에 실패한 북미대화의 사례를 트럼프가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 제안 수락은 북한과의 전략적 줄다리기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현재 트럼프가 처해 있는 미국 내 정치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일단 트럼프는 현재 러시아 선거 개입이 촉발시킨 뮬러 특검 조사로 인해 탄핵 위협에 놓여 있는 상태이며, 주류 언론은 그를 밑도 끝도 없이 비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지도 또한 역대 대통령 중 최하를 맴돌고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탄핵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방패막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의회이다. 문제는 당장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탄핵안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력까지도 의문시 될 수 있다. 여소야대 상태라면 북한과의 협상력 또한 저하될 수 있다.

◇트럼프,  정상회담으로 정치기반 강화와 재선 노려

만약 트럼프가 정치적 계산에서 자유로운 이단자적 정치인이고 선거 결과에 연연치 않는다면그가 당면한 정치적 위기는 북한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선거와 정치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은 현재 그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수긍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기반을 강화하고 재선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미 트럼프는 2020년 재선을 위한 기금모금을 시작했으며 선거 슬로건도 정한 상태이다 (“Keep America Great”).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한 세금감면안, 국경장벽 조성을 둘러싸고 심화되는 멕시코와의 갈등, 그리고 점차 격화되고 있는 통상마찰은 모두 트럼프 본인의 지지기반인 블루칼라 백인 노동계층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11월 중간선거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 핵개발에 종지부를 선언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을 조기 추진하는 것은 트럼프의 선거전략에 부합할 수 있다.

북한이 전격적인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오바마가 이란과 달성한 핵협상을 넘는 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 공화당계 상원의원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트럼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던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미 그의 “미치광이” 압박전략이 효과를 보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실현되어 북한이 궁극적 비핵화를 받아 들인다면? 비록 북한과의 협상 리스크는 항상 상존하지만 선제타격으로 인한 한반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의 시간벌기 전략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정상회담에 쉽게 동의한 것은 어느 정도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북한의 전략적 계산의 일부라고 보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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