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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법 질서 외면하는 두 전직 대통령

등록 2018.03.27 13:45:12수정 2018.04.02 0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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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지난해 10월26일, 재판을 받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에서 충격 발언이 나왔다. 

 그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날 이후 현재까지 어떤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법치 부정은 실망스러웠다. 전직 대통령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는 법과 원칙을 수호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서를 하지 않았나.  

 그로부터 150여일이 지났다. 그 사이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 앞에 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주 의혹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민간으로부터의 불법 자금 등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도 새롭게 포착됐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구속됐다. 1년 사이 두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갇혔다. 국가적인 비극이다.

 둘의 상황은 여러모로 닮았다. 불과 1년의 시차를 두고 있지만 비슷하다 못해 판박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된 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구치소 방문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이 무망(無望)하다고 했다. 수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역시 정치 보복을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이 외친 말을 반복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을 믿지 못하겠고,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법에 보장된 방어권 행사를 왜 포기하는지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때 국가원수였던 이들이 사법 질서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심각하다.

 그들이 재직 시절 국민에게 내내 강조했던 게 사법 질서다. 그들은 대통령 취임 당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법치'를 강조했고, 이 전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임을 자부했다.

 그러나 피의자가 된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법 체계를 송두리채 부정하고 있다. 의문이 든다. 그들조차 사법 질서를 외면하면 과연 어느 국민이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을 믿을 수 있겠는가. 누구에게 따르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007년 한나라당 19대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당시 후보자였던 박 전 대통령은 또 다른 후보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대통령은 법은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한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상황을 되돌려야 한다. 정답은 나와 있다. 사법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의 도리이고,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들 입을 통해서 답하는 게 좋다. 그래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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