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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폭로에서 영장 기각까지…만신창이된 안희정의 24일

등록 2018.03.29 00:23:17수정 2018.03.29 00: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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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자진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3.0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자진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3.09 [email protected]

구속이라는 최악 상황은 면했으나 이미 몰락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승승장구하다 급전직하
30년 정치인생 종지부 찍었다는 평가 지배적
향후 재판 등서 '합의된 관계' 방어권 주력할듯

 【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28일 기각됐다.

 안 전 지사 측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판 기사회생이라기보다는, 정치인 안희정은 이미 추락·몰락했다는 평가다.

 자신의 비서로부터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가 불거진 지 24일째다. 구속 수감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나 안 전 지사의  현재를 나타내는 단어는 '만신창이'라고 할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로까지 발돋움했던 그의 30년 정치 인생은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리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추락은 갑작스럽게 시작돼 급속도로 진행됐다. 지난 5일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당시 정무비서)인 김지은(33)씨가 JTBC 뉴스룸을 통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전격 폭로하면서 몰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지난해 6월말 이후 8개월간 안 지사로부터 4차례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김씨가 의혹을 제기한 날은 안 전 지사가 오전 직원들에게 "미투 운동은 남성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날이었다.

 안 전 지사는 결국 6일 새벽 페이스북에서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도지사직을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폭로가 제기된 당일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고 그의 제명과 출당을 의결한 뒤 이를 확정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9일 자진출석에 이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8.03.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9일 자진출석에 이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8.03.19.  [email protected]

검찰의 수사는 김씨가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다음날 안 전 지사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성폭행 장소로 지목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고 안 전 지사의 출국금지를 요청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논란은 7일 저녁 두번째 폭로자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가 성폭행 의혹을 추가 폭로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안 전 지사가 8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돌연 취소한 것도 A씨의 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지사는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며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안 전 지사는 다음날인 9일 검찰에 기습적으로 자진 출석해 9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당시는 김씨가 비공개로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김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은 안 전 지사의 자진출석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후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과 관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정황 증거를 확보한 한편 대선캠프·충남도청 관계자 등을 잇따라 소환조사했다. A씨의 고소장도 접수됐다.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진 검찰은 안 전 지사를 19일 정식으로 소환해 20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안 전 지사는 혐의에 대해 말을 아꼈던 1차 조사 때와 달리 검찰 출석 과정에서 "합의된 성관계라 생각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등 적극적인 자기방어에 나섰다.

 그리고 검찰은 2차 조사 5일 만인 23일 안 전 지사에 대해 형법상 피감독자간음·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인 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8.03.28.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인 남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통상적으로 영장청구 2~3일 뒤에 영장실질심사가 열린다. 법원도 26일로 심문기일을 잡았지만 안 전 지사가 예정된 시간 1시간20분 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취소됐다. 안 전 지사의 출석 없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법원은 이틀 뒤인 28일로 심문기일을 새로 잡았다.

 "국민에게 보여줬던 실망감과 좌절감에 대한 참회의 뜻"이라며 심문 출석을 포기했던 안 전 지사는 법원 방침에 따라 입장을 바꿔 28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남부구치소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안 전 지사는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곽 영장전담판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구속하는 것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귀가 조치됐다. 향후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방어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력한 차기 여권 대선 주자에서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의 정치인생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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