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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김정은…"정권 생존력·美억지력 자신감" FT

등록 2018.03.30 16: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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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을 9일 보도했다. 2018.02.09.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을 9일 보도했다. 2018.02.09.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엘리트 숙청·경제 개혁으로 내부 권력 공고화"
"핵무기 개발로 대외 억지력도 충분히 확보"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정권의 생존력과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이번 주 중국 방문을 통해 그동안의 '생존자 모드'를 넘어 북한 내 권력을 공고히 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FT는 '젊은 독재자' 김 위원장이 쿠데타와 외세의 정권 전복 시도를 우려해 해외 방문을 꺼린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그의 이번 방중은 북한 내부 권력 장악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에러다이트 리스크의 행크 모리스 고문은 "중국 방문은 그의 통치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그가 며칠 동안 본부를 비워놔도 될 만큼 권력 장악을 확실히 했다고 느낀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FT는 김 위원장이 권력 공고화를 위해 △ 고위급 정치 숙청 △주민 경제 자유화 △핵 무기 개발 등 세 가지 전략을 취해 왔다며, 이들 정책이 효력을 내 광범위한 주민 지지와 군대 장악을 이룬 것 같다고 분석했다.

 FT는 이 같은 상황이 역내 외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자신감을 얻은 김 위원장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처럼 야심찬 대외 정책을 추구할 준비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많은 이들이 김정은 정권의 동기는 '생존' 그 자체라고 평가해 왔다며, 핵무기 확보와 경제 개발도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더불어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이복형 김정남 암살 등 엘리트 숙청을 진행하며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대체해 나갔다. 이 작업은 엘리트와 군대에 집중됐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FT에 "주민들 관점에선 잘못한 엘리트를 숙청하는 일이 바람직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그는 총을 든 자들만 죽인다"며 "경제 담당자는 한 명도 건드리지 않았다. 당신이 은행 관리자라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선 체포, 노동 수용소, 사형 등 인권 탄압이 횡횡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자신을 숭배 대상화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점진적인 경제 개혁을 통해 시장 확대와 사실상 민간 기업을 허용한 게 효과를 냈다고 FT는 분석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모순적이게도 유엔 제재 강화 때문에 북한 경제가 더욱 탈중앙화되고 생산적이게 변했다"며 국가 통제 약화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시장 경제 활동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김 위원장이 강조해 온 핵과 경제 '병진 노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이 게 바로 김정은의 생존 코드다. 경제 개혁은 권력 유지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산 전 북한 총리의 사위이자 탈북민인 강명도 경기대 교수는 "김정은의 평판은 부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괜찮다"며 "일반 주민들은 시장 활동과 생계를 건드리지 않는 한 그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FT는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적으로는 경제 개혁과 엘리트 숙청으로 권력을 굳혔고 핵무기 개발을 통해서는 미국, 한국, 중국과 만날 때 활용할 지렛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FT는 이런 이유에서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때 대북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핵무기 동결을 제안할지는 몰라도 아예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북 공격을 예방할 억지력을 충분히 확보했고 자신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내부 권력도 다졌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진 리 연구원은 "그는 이제 자신의 핵프로그램에 관해서나 국내외적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데 만족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남북 문제와 대외 이슈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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