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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바른미래, 한국당과의 연대 여부 확실히 밝혀야

등록 2018.04.03 0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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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근홍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바른미래당이 출범 50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정체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유승민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당 내부는 물론 지지자들의 혼란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유 공동대표는 지난달 29일 대구 MH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대구시당 개편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반발이나 국민의 오해나 이런 부분만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한국당과의 선거연대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자 유 공동대표는 "제가 선거연대 발언을 했던 배경은 바른미래당 현역 도지사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그동안 일관되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대일 구도를 희망했기 때문"이라며 "저도 그걸 위해 (당 대표로서) 노력을 해보겠다 이런 약속을 여러 번 했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은 중도진보와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이다. '제1야당 교체'를 목표로 창당의 깃발을 들었고 최근 연찬회에서는 '한국당·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어떤 정당과도 선거연대는 없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바른미래당 대주주격인 유 공동대표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도 창당 전후로 '지방선거 후 한국당은 소멸될 것', '한국당을 빨리 문 닫도록 할 것', '한국당과의 선거 연대는 없다', '곰팡내 나는 한국당'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보수 진영에서의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기대를 한참 밑도는 한 자릿수 지지율과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지방선거 인재 영입 때문인지 바른미래당은 유 대표 말대로 한국당과의 선거연대를 은근히 원하는 분위기다. 일정 부분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유의미한 선거 결과를 만들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당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당의 정체성마저 오락가락한다면 그건 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적어도 현 시점이면 당 지도부가 앞장서 한국당과의 연대 여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유 공동대표는 지난달 30일 "당 내에 반대가 상당히 있지만 그런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고 저희 스스로 어느 길로 가든 저는 (앞으로도) 갖고 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뭔가 불분명하다.

 반면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2일 "한국당은 정치구악 중에서도 막말·극우·철새·친박이 총 집결해 있는 '4대 구악 집단'이다. 이런 집단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고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 와중에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위원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측은 이들과 온도차가 있다. 앞장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외곽에서 그와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의 이념적 위치는 아직도 모호하다. 때문에 정치공학적으로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면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고 이에 동의하는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면 된다. 연대 불가가 당의 뜻이라면 앞으로는 철저하게 각자도생해야 한다. 그것만이 바른미래당을 지지하고 있는, 나아가 바른미래당을 대안으로 꼽고 있는 숨은 지지자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는 길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모호한 길을 걷지 말고 떳떳이 중도보수로서의 길을 천명한 뒤 경우에 따라 단일화를 추진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표면적으로는 한국당을 거부하고, 내면적으로는 은근히 손을 잡고 보수 표를 껴안으려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이래갖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모를 리 없는데도 그렇게 가고있는 게 오늘의 바른미래당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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