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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납시다" 평양 합동공연 눈물바다, 민족과 노래의 힘

등록 2018.04.03 2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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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18.04.03.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18.04.03. [email protected]

【평양=뉴시스】 평양공연공동취재단·이재훈 기자 = "안녕히 다시 만나요.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목 메여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다시 만납시다)
 
3일 오후 평양 보통강 구역의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북남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면서 남북의 가수 30여명은 목이 메였다.

지난 2월 삼지연 관현악단과 협업했고 이날 공연의 사회를 본 서현을 비롯해 공연에 참여한 남측 가수 11팀은 눈시울을 붉히거나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1만2000석을 가득 채운 북측 관객들은 손을 크게 흔들면서 우리나라 가수들을 환송했다. 기립해서 10분 동안 뜨거운 박수를 이어갔다.

북측 관계자들이 남측 가수에게 꽃다발을 전해주자 함성이 쏟아졌다. 남측 가수들과 북측 가수들이 서로 손을 잡고 단체 인사를 하자 더 큰 함성이 터졌다. 서현과 북측 가수 김주향은 마주보며 눈가가 촉촉해진 채 미소를 지었다.

이날 공연은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펼쳐진 남측 단독 공연 '봄이 온다'에 이어 음악으로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백지영이 "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북측 가수 송영이 "한나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라는 노랫말로 포문을 연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역시 뭉클했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남측 가수들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원들이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18.04.03.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남측 가수들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원들이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18.04.03.  [email protected]

2월 강릉아트센터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이 '제주도 한나산도 내 조국입니다'라는 원래 노래 가사를 '한나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라고 개사해 일본 측의 반발을 산 곡이기도 하다. 이날 노랫말에도 독도가 포함됐다.

백지영과 송영은 물론 남측 여자 가수, 북측 여자 가수들이 한명씩 나와 손을 맞잡고 노래하자 객석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다. 북측 사회자인 최효성 조선중앙TV 기자는 "백두에서 한라로 이어지는 갈라야 가를 수 없는 하나의 조국", 서현이 "언어와 문화도 하나인 우리민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민족 한 겨레", 두 사람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룩하십니다"라고 말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공연은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단독공연에 남측과 북측 가수 협업 무대가 더해졌다. 김광민의 연주와 정인의 보컬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가 무대를 열었다. 정인의 '오르막길', 알리의 '펑펑'이 이어졌다.

알리와 정인은 북측 가수 김옥주, 송영과 '얼굴'을 함께 불렀다. 블루스풍으로 편곡된 '얼굴'은 남측 R&B풍의 창법과 북측의 성악풍 창법이 화음으로 어우러졌다. 전날 리허설 때 한번 합을 맞췄을뿐인데도 네 여성 가수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다. 순간 공연장 스크린으로 남측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북측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마주보며 웃는 장면이 포착됐다.

서현이 동평양대극장에 이어 북측 가수 김광숙의 '푸른 버드나무'를 부르자 다소 긴장했던 객석의 분위기가 풀렸다. 군데 군데 미소도 번졌다. 동평양대극장 공연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관심을 보여 화제가 된 '레드벨벳'이 '빨간맛'을 부르기 시작하자 일부 객석이 술렁였으나 이내 평온을 찾았다. 일부 관객은 신중하게 고민을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강산에는 공연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라구요'를 부른 뒤 "방금 들려드린 곡이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면서 "첫 등장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남측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가슴 뭉클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레드벨벳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8.04.03.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레드벨벳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8.04.03. [email protected]

'…라구요'는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곡으로 유명하다. 충북 제천이 고향이지만 함경도로 시집을 갔다가 6·25 동란에 남편과 생이별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강산에의 아버지도 함경도 출신이다. 두 사람이 남쪽에서 만나 결혼, 강산에를 낳았다. 강산에는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면서 '넌 할 수 있어'를 이어갔다.

앞서 두 번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측에 익숙한 최진희에게도 큰 박수가 쏟아졌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사랑의 미로', 북측에 널리 알려진 곡으로 듀오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를 불렀다.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를 부르자 젊은 여성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들리기도 했다. 강렬한 제목과 달리 애절한 선율의 '총 맞은 것처럼'은 북측에서 큰 인기를 누린 곡으로 알려졌다.

남측 이선희와 북측 김옥주가 듀엣으로 노래한 'J에게'도 큰 박수를 받았다. 이선희의 맑은 목소리와 김옥주의 트로트 창법이 묘하게 어우러졌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화음을 만들며 서로 쳐다보자 객석에서는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선희는 "어제 옥주씨 목소리 듣고 너무 깜짝 놀랐다"면서 "아름다운 목소리, 저에 대한 따듯한 배려가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었다. 저의 그런 마음, 김옥주씨의 그런 마음이 객석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주를 맡은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이 베이스 소리가 도드라지는 좀 더 강한 록풍의 사운드로 편곡한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도 큰 호응을 얻었다.

'YB'는 웃음보를 터뜨렸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스코틀랜드 출신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풍의 그루브 있는 록 버전으로 편곡했다. 젊은 관객들이 웃으면서 박수로 호응했다. 이 곡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작고)의 애창곡으로 알려졌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북측 관람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18.04.03.  photo@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북측 관람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18.04.03. photo@

16년 만에 평양을 다시 방문한 YB의 보컬 윤도현은 "다음에 올 때까지 16년이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개인적인 바람은, 삼지연관현악단이 훌륭하다. 합동공연을 언제 했으면 좋겠다. 남쪽, 북쪽은 물론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고 싶다"고 말하자 객석이 웃기도 했다. "불가능해보이지만, 서로 마음을 다해 다가가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YB는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1178'을 불렀다.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를 뜻한다.
 
 삼지연관현악단의 메들리가 이어졌다. 남북이 함께 불렀던 계몽기 가요를 연주하거나 불렀다. '찔레꽃'으로 시작해 '눈물젖은 두만강' '아리랑 고개' '작별' '락화류수' '동무생각'을 들려줬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강릉과 서울에서 연주해 관심을 받은 삼지현관현악단은 클래식을 힘차면서도 행진곡 풍으로 연주하는 단체다. 드럼도 포함됐다. 블루스풍의 곡도 관악기 현악기를 세 개 켜고, 볼륨을 크게 키우고 호방하게 연주한다. 다섯 여성 가수가 화음 또는 합창을 하는 방식으로 노래한다.

이어 13년 전 이곳에서 단독공연을 연 조용필이 '친구여'를 부르면서 등장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동평양대극장에서 남측 가수들이 합창한 곡인데, 이날은 조용필이 홀로 불렀다. 이후 바로 북측에서도 인기가 많은 곡으로 알려진 강렬한 사운드의 '모나리자'를 들려줬다. 조용필이 박수를 유도하자 더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목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군분투, 가왕의 면모를 과시했다.
 
6·15 공동선언 제1항의 내용을 시작으로 한 영상도 상영됐다. 2002년 MBC 평양특별공연, 이산가족 만남,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등 떨어져 있는 남북이 함께 한 순간들을 담은 영상이 지나가고 '이순간 새로운 역사가 씌여집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하자 큰 박수가 나왔다.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북측 관람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18.04.03.  photo@

【평양=뉴시스】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북측 관람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18.04.03. photo@

이날 남측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김성심은 공연에 앞서 만난 자리에서 "남북이 함께 하게 돼 감격스럽고,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을에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 공연이 열리면 오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러면 좋죠"라며 웃었다.

현송월 단장은 이날 공연에 만족한듯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빠져나가면서 미소를 지었다. 현 단장은 "훈련이 많지 않았는데 거의 반나절했는데도 남북 가수들이 너무 잘했다"면서 "내가 긴장이 돼서"라며 웃었다.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도 실수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가을에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가 열리면 좋지 않겠냐는 물음에는 "예"라고 답하며 미소지었다. 앞서 김정은 노동위원장이 지난 '봄이 온다' 공연을 관람한 뒤 '가을이 왔다'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북측 관객은 "참 좋았다. 정말 좋았다. 조용필 잘하고. 조용필을 듣기는 했지만 보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직후 자신을 알제리 출신의 유엔 외교관이라고 소개한 외국인 남성은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위기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모든 순간이 다 감동적이었다. 두 나라가 어서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공연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이날 객석에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박춘남 문화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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