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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싫지만 시리아 개입은 더 싫다?...美, 모순이 화 키워

등록 2018.04.13 12: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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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그늘 겪은 美, 또 다른 중동 개입 꺼려

아사드, 서방 역할 부재 틈타 러시아 비호 아래 권력 재확보

美, 시리아 주둔 지속·파트너 재정비·평화회담 역할 강화 필요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과 회동 중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2018.4.1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과 회동 중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2018.4.12.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제거를 원하면서도 시리아 내전 개입은 꺼리는 미국의 모순적인 입장이 결국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3년 8월 시리아에서 처음으로 화학무기 공격이 일어났을 때 군사 개입을 검토했지만 시리아 내전에 걷잡을 수 없이 빨려들어갈 것을 우려해 러시아, 시리아 정부와의 합의로 상황을 일단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의 악화가 오바마의 실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면서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엔 군사적 응징을 가하겠다는 앞뒤가 안맞는 주장을 펴고 있다.

 2000년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거액의 비용을 치르고 중동 불안을 가중시킨 미국으로선 시리아 내전 개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의 역할 부재를 틈타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이 갈수록 담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화학무기 참사가 끊임없이 재발하는 이유에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로울라 칼라프 부편집장은 12일(현지시간) '시리아 대응에선 폭격이 정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서방이 행동은 취하지도 않으면서 아사드 정권의 종말만 바라고 있다고 꼬집었다.

 칼라프 부편집장은 아사드 정권이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비호 덕분에 살육을 일삼으면서도 권력 재확보를 이뤘지만, 서방은 시리아 문제를 중동의 파트너 국가들에 맞겨두고 방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의 직접적 시리아 군사 개입이 있었다면 내전 초기 반군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라크 전쟁의 그늘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중동 문제 개입은 너무나 위험하게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소치=AP/뉴시스】 20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흑해 휴양지를 전격 방문한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2011년 내전 발발 후 반군에 밀리던 아사드는 반군 일부인 이슬람국가(IS) 퇴치를 구실로 2015년 9월 러시아가 공습을 지원하면서 전세를 역전시켜 권좌를 굳게 유지하고 있다. 2017. 11. 21.

【소치=AP/뉴시스】 20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흑해 휴양지를 전격 방문한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2011년 내전 발발 후 반군에 밀리던 아사드는 반군 일부인 이슬람국가(IS) 퇴치를 구실로 2015년 9월 러시아가 공습을 지원하면서 전세를 역전시켜 권좌를 굳게 유지하고 있다. 2017. 11. 21.

결국 미국은 러시아에 시리아 사태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서방이 지원하는 유엔 제네바 평화회담은 수년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러시아, 이란, 터키가 주도하는 회담이 소정의 효과를 내면서 미국의 역할은 더욱 축소됐다.

 미국은 현재 시리아 문제를 시리아 자체의 안정보다는 화학무기 사용 금지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라는 광범위한 국제 안보 관점에서 취급하고 있다. 군사 개입도 이 같은 목표에 부합할 때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칼라프 부편집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리아 내전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갈등으로 확대됐다며, 미국이 시리아에 취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줄어든 반면 개입 시 감당해야 할 비용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시리아 칸셰이쿤 화학무기 사태가 터지자, 시리아 내전에 대해 행동하지 못했던 오바마를 비난하며 시리아 군기지에 공습을 단행했다. 하지만 미군 공격의 여파는 사실상 크지 않았고, 며칠 안 가 시리아군의 작전과 공습은 재개됐다.

 칼라프 부편집장은 트럼프가 군사 공격을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그의 본심은 시리아 갈등에 더욱 깊숙이 끌려들어가는 것보다는 발을 빼는 것이라며, 보복 공습은 서방의 양심의 가책을 달랠 순 있겠지만 진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두마=AP/뉴시스】8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다. 사진은 시리아민방위대(SCD) 제공. 2018.4.9.

【두마=AP/뉴시스】8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다. 사진은 시리아민방위대(SCD) 제공. 2018.4.9.

따라서 미국이 이제라도 시리아 사태를 바로잡고 싶다면 시리아에 관해 혼선된 정책을 끝내고 집중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의 보호 아래 있는 시리아 정권은 갈피를 못잡는 미국을 바라보며 더욱 대담해질 뿐이라는 지적이다.

 USA투데이는 12일 사설을 통해 시리아 문제는 미국의 명확성을 필요로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다시 시리아에서 서구 동맹들의 단합을 주도하고 러시아의 부정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매체는 시리아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완전 격퇴를 위한 시리아 동부 주둔을 지속하며, 미국의 동맹인 터키와 IS 격퇴 파트너인 쿠르드 민병대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와 쿠르드는 안보 문제를 이유로 시리아 북부에서 무장 충돌 중이다.

 미국이 러시아의 아사드 정권 지원을 제한하기 위해 파트너 국가들 간 협력을 증진하고, 유엔이 진행하고 있는 제네바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다시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USA투데이는 두마 화학무기 사태 응징 공격의 경우 동맹국들의 참여가 긴요하며, 시리아 역내외 러시아군의 피해나 미국과 러시아 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신중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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