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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파 佛교수 "4·19-촛불, 韓 비폭력민주화운동의 큰흐름"

등록 2018.04.1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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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한국 민주주의 특징 만든 시작점

佛 민주주의 작동안할때 있어…韓 수준 높아

朴 재판회부 韓 민주주의 건강함 보여준 것

미투운동 韓사회 지진같은 일…발전 계기돼야

지한파 佛교수 "4·19-촛불, 韓 비폭력민주화운동의 큰흐름"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마리오란주 리베라산(Marie-Orange Rivé-Lasan) 교수는 현재 파리 디드로 대학(파리 7대학, 소르본 파리 시테 그룹) 동아시아 언어·문화학부에서 한국 현대사 강의를 맡고 있는 지한파 석학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현대사속 남한 엘리트계층 네트워크와 권력 이양 역사다. 그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국내에 머물며 서울대 사회학 박사과정 학생이자 불어불문학과 프랑스어 강사로 활동했다. 이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파리에서 강의하던 리베라산 교수는 지난 13일 정든 한국을 다시 찾았다. 서울 강북구가 주최하는 4·19혁명 국제학술회의에 발제자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뉴시스는 학술회의가 열린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리베라산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내내 리베라산 교수는 4·19혁명은 물론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에 관한 통찰력을 발휘했다.

 리베라산 교수는 4·19혁명을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을 만든 시작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1960년 혁명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채 1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군사 쿠데타 때문에 4·19혁명이 실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 파급력은 매우 컸다"고 평했다.

 리베라산 교수는 "4·19혁명은 비폭력 민주화운동이라는 남한 현대사의 특징적인 요소를 보여준다"며 "물론 중간에 암울한 시기도 있긴 했지만 비폭력 민주화운동은 1919년 독립운동부터 지난해 촛불집회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

 리베라산 교수는 강북구가 추진중인 4·19혁명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 추진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흥미롭다. 4·19혁명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베라산 교수는 한국과 프랑스 민주주의 수준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을 보여줬다.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함을 보여줬다"며 "프랑스도 어떤 측면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높다"고 평했다.

지한파 佛교수 "4·19-촛불, 韓 비폭력민주화운동의 큰흐름"

군중심리와 극단적 대립, 비타협 등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점에 관해서도 리베라산 교수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지 여부, 그리고 다른 의견을 어떻게 포용하는지 여부, 국가폭력에 제한 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지 등으로 민주주의의 질적인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며 "한국은 현 시점에서는 이것이 지켜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어리(young)지만 강하다. 반면 프랑스는 민주주의가 지나치게 익숙해져서 이를 활용하고 이행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서 늘 민주주의가 발현되는 상태라 할 수도 없다"며 "한국에게는 지금이 민주주의를 공고하게 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낮지도 않고 후퇴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리베라산 교수는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의 구속과 공판 진행,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말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재판에 회부되는 것은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함을 보여준다"며 "국민의 대표라고 하더라도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처벌을 해야 한다. 이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공판이 통상적인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 있을 수 있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이 처벌을 받는 것을) 정당간의 보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박근혜·이명박 대통령 구속)은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하느냐다. 역사가 청산되지 않으면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한파 佛교수 "4·19-촛불, 韓 비폭력민주화운동의 큰흐름"

리베라산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미투 운동에 관해서는 한국사회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실로 미투 운동은 한국사회에 지진에 가까운 격변을 일으키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남녀간의 관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베라산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언론을 통해 폭로하지 않고도 성폭력 문제가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에서 어떤 문제를 항의하려면 언론을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성폭력이 화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는 언론을 통하지 않고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며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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