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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文대통령·김정은 치열한 '경호전' 관심

등록 2018.04.16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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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의전은 '소리없는 전쟁'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진검승부'

南 대통령 경호처, 北 호위사령부···남북 판문점 경호 전쟁 '불꽃'

경호 車도 비교···文 '제네시스 EQ-900' VS 金 '벤츠 S600 풀만가드'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2018 남북 정상회담이지만 남북 정상의 안전을 위해서는 '경호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정상이 회담장 안에서 평화 협상을 벌이는 동안 회담장 밖에서는 이들을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남북은 지난 5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보도분야 실무회담을 열고 회담일 당일 두 정상의 동선과 경호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했다. 남측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을 수석대표로 모두 5명의 대표단이, 북측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6명이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남북은 최소한 한 차례 실무회담을 더 갖기로 합의했다. 정상에 대한 안전은 한치의 오차도 용납이 안된다는 점에서 회담 막판까지 치열하게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전 역시 경호분야 못지 않게 치열하게 준비한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불리곤 한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의전과 경호분야의 실무회담에서는 각 정상들이 어느 문을 통해 입장할 것이며, 몇 번째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인지까지 협의한다고 한다. 짜여진 각본에 따라서만 움직이게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게 마련이다.
 
 앞선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만 열린 것도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보호를 위한 차원이었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했지만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평양을 찾은 것도 북한의 반대 때문이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성사 주역인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 방문을 내키지 않아 했던 대목이 등장한다.

 김 위원장은 "남쪽의 한나라당과 우익세력이 6·25전쟁에 대해 사죄하라, KAL기 폭파사건을 사죄하라면서 방문 반대와 반북 분위기를 조성하며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판에 내가 서울에 가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고 주변에서 만류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솔직히 서울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다"고 말했다고 임 원장은 회고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어렵사리 성사된 것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다. 회담 장소가 유엔군사령부 관할인 판문점으로 낙점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위협에 대한 요소를 최소화 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정상에 대한 경호 업무가 다소 느슨하게 벌어질 것이라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북중 정상회담 사례를 보면 얼마나 경호와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이용한 특별열차에는 모든 객실창이 방탄처리 돼 있고, 특히 김 위원장의 전용칸에는 바닥에도 방탄용 철판이 깔려 있어 열차 아래에서 폭탄이 터져도 안전하게 설계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약 200㎞ 떨어진 판문점에서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은 전용차량을 통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김 위원장이 지난 2015년 새로 구입한 방탄벤츠를 이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5년 10월 독일에서 전용 신형 방탄 벤츠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정확한 모델명까지는 확인되진 않지만 김 위원장의 방탄 벤츠는 리무진형인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로 추정된다. 지난달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 때 베이징 시내에서 중국 공안의 호위를 받는 벤츠 리무진이 포착된 바 있다.
【평창=뉴시스】임태훈 기자 = '백두혈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9일 오후 강원 평창군 진부역에 도착,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검은 안경을 쓴 경호원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김여정은 2박3일간 한국에 체류하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참관하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다. 2018.02.10. taehoonlim@newsis.com

【평창=뉴시스】임태훈 기자 = '백두혈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9일 오후 강원 평창군 진부역에 도착,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검은 안경을 쓴 경호원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김여정은 2박3일간 한국에 체류하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참관하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다. 2018.02.10. [email protected]


 '풀만 가드'는 방탄차인 'S600 가드'의 리무진 버전이다. 자동 소총과 수류탄으로도 뚫을 수 없다. 화염방사기나 화염병에도 타지 않도록 외관 전 부분을 특수 방화 처리됐다. 화학가스 공격에 대비해 공기 흡입구에 산소 공급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라디에이터와 기름 탱크도 총격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정은 위원장을 근접 경호할 인력도 관심사다. 국방백서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경호는 기본적으로 국무위원회 직속 호위사령부에서 담당한다.

 1선 근접 경호는 호위사령부에서, 2선 경호는 국가안전보위성과 인민군 보위국(우리의 기무사령부 격), 3선 외곽 경호는 인민보안성(경찰청 격)이 맡는 구조의 3선(線) 체제로 겹겹이 김 위원장을 경호한다.

 이 외에도 조선노동당 중앙당조직부 소속인 974부대가 김 위원장의 핵심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74부대는 지난 2월 김정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 때와 2014년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차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가 방남할 때 경호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호 업무는 대통령 경호처가 담당한다. 경호처 산하엔 대통령을 최근접에서 호위하는 경호본부를 비롯해 경비안전본부와 경호지원단으로 구성돼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호실장-경호차장-경호본부-경비본부-안전본부-경호지원단 등으로 이어지는 1실장·1차장·3본부·1단·1원 체제였지만, 문 대통령 취임 후 1처장·2본부·1단·1관·1원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인원은 기존 532명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중 대통령의 모든 행사를 수행하는 경호본부는 방한하는 외국 정상, 행정수반 등 요인에 대한 경호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경호부서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본적인 대통령 행사의 경호는 1선 경호를 경호처에서 책임지고, 2선은 군·경의 특수부대가 맡으며, 3선은 일반 경찰이 맡는 3선(線) 체제로 이뤄진다. 판문점 정상회담에서의 근접 경호는 경호처가 담당하고, 파주 인근은 군·경 특수부대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는 유엔군사령부 관할이다. JSA 내부는 남측과 북측 모두 오직 1개 소대 병력만이 유지할 수 있다. 권총을 넘어서는 중화기는 휴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경호 인력도 권총 정도만 소지한 채 경호업무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경호처가 과거에 펴낸 책 '바람소리도 놓치지 않는다'에 따르면 경호관들은 평소에는 총을 휴대하지 않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경호 행사에 총기 등 장비를 항상 휴대한다. 일반인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기 위해 항상 몸 속에 숨기도록 돼 있다.

【성주=뉴시스】김진호 기자 =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배치 관련 주민설명회에서 성난 주민들이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계란과 물병 등을 던지자 경호원들이 막고 있다. 2016.07.15 kjh9326@newsis.com

【성주=뉴시스】김진호 기자 =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사드배치 관련 주민설명회에서 성난 주민들이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계란과 물병 등을 던지자 경호원들이 막고 있다. 2016.07.15  [email protected]

특히 중요한 정상회담의 경우 항상 007 가방을 휴대하고 있는 경호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007 가방 속에 총기가 담겨 있어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대응하는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로지 대통령을 지켜야 할 방어 목적의 특수한 상황이 예상될 때는 딱딱한 007 가방 보다는 특수 소재로 된 부드러운 서류가방을 지참하는 경호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적으로부터 날아드는 총알과 위협 물질을 막아내기 위한 용도로 고안된 용도다.

 지난 2016년 7월15일 박근혜정부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러 갔을 때 계란 투척이 이뤄졌고, 이 때 경호원들이 일제히 이 경호 가방을 펼쳐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까지 헬기를 이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JSA 시찰을 위해 파주 인근 군부대까지 헬기로 이동한 뒤, 차량으로 갈아타고 이동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경호차량은 국산 최고급 세단인 '제네시스 EQ-900'이다. 지난해 5월 취임식 때는 '벤츠-마이바흐 S600 가드'를 경호차로 사용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차량으로 추정되는 것과 같은 급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한동안 '에쿠스 리무진 시큐리티', '벤츠 S600 가드' 등을 경호차로 번갈아 사용해 오다가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EQ-900을 개조한 차량을 새 경호차로 낙점했다.
 
 기본적으로 1억54000만원 상당의 '제네시스 EQ-900L(리무진) 프레스티지'에 방탄 등 첨단 경호장비가 추가됐다. 경호장비가 포함된 실제 구매가격은 6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방탄·방호 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것 외에 세부 기능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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