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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발레, 내면을 표출하는 것"…슈투트가르트 입단

등록 2018.04.16 10: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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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발레, 내면을 표출하는 것"…슈투트가르트 입단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푸른빛과 검은빛. 수면 위를 우아하게 가로지르면서 물 밑에서 쉼 없이 발장구를 치는 고니의 양면....

9월 시작하는 2018~2019 시즌부터 독일의 명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단원으로 활약하는 발레리나 박지수(20)의 지난 2년은 혹독했다. 2015년 2월 세계 3대 발레 콩쿠르 중 하나인 '제43회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뒤 같은 해 9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다.

발레 역량을 갖춘 영재를 육성하는 한국메세나협회 'SSCL 드라이브 유어 드림'에 장학생으로 선발될 정도로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독일 생활이 온통 분홍빛인 것 만은 아니었다.

큰 기대를 품었지만 두달동안 '워킹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 나이 제한 탓에 발레단 해외 투어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발레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춤을 추지 못한 기간이다. 울음도 나왔다. 자신에게 기대를 건 주변사람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래서 결단을 했다. 발레단에게 말했다. "저 학교에 보내주세요."

발레단 부설 존 크랑코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프로발레단 입단을 앞둔 연수단원으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부산에 살던 박지수는 다니던 중학교가 인문계여서 발레할 시간이 부족하자 자퇴하고 서울로 홀로 올라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발레를 배웠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에 다녔다.

박지수 "발레, 내면을 표출하는 것"…슈투트가르트 입단

"항상 배움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못 배운 한'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배움이 없음으로써 무너질까봐 걱정해왔거든요. 천천히 단단하게 짓고 싶었는데 겉만 번지르르한 건물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이론을 배워 너무 좋았어요. 몸을 알기 위해 해부학도 배웠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영어공부에도 매달렸다. "언어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안무가가 영어로 말하는데 못 알아 듣겠는 거예요. 그래서 잘 하지도 못하면서 막 말을 걸고 영어를 공부했어요"라며 웃었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매진하다가 지난해 말 기회가 왔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발레 '백조의 호수' 중 일사불란함으로 주목 받는 '네 마리 백조' 중 첫 번째 백조로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정식 단원이 되기 전에 발레단 데뷔 무대였다. 첫 번째 백조 중에서도 네 번째 후보였던 그녀가 발레 공연에서 가장 주목 받는 크리스마스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 공연날인 31일에도 올랐다.
 
"오디션을 봤을 때 마음을 비웠어요. 학교에서 하고 싶은 거 열심히 했으니까, '내 것에만 집중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첫 공연 전날 잠을 못 잤어요. 공연을 끝나고 오랜만에 웃었죠. 숨을 크게 토해내고 '해냈다'고 생각했죠. 그 때서야 짜릿하더라고요."

박지수 "발레, 내면을 표출하는 것"…슈투트가르트 입단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1961년부터 1973년까지 예술감독을 지낸 안무가 존 크랑코와 함께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한 독일을 대표하는 발레단이다. 이 발레단의 간판으로 활약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을 통해 한국에도 익숙하다. 현재 강효정이 수석무용수로 있다. 박지수는 오는 9월 남민지(19)와 함께 새로운 한국인 단원이 돼 활약하게 됐다.

박지수는 힘든 시기에도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부모에게 발레단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크게 걱정을 안 한다고 하셨어요. '믿지만 너무 힘들면 돌아오라'고 응원을 해주셨죠. 저에 대한 믿음으로 강해졌죠. 엄마가 학교 졸업 공연 때 보러 오시는데 아빠는 못 와요. 부산에 계셔서 제가 서울에 있을 때도 아빠는 공연을 못 보셨어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한국에서 공연할 때 무대에 올라 아빠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지수는 한국에서 발레 영재로 유명할 때부터 실력은 물론 마음가짐, 인성, 신실한 태도를 인정 받았다. 이후 더 외향과 내면이 더 무럭무럭 자라난 그녀는 "겉과 속 모두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내면이 춤을 출 때 보였으면 해요. 내면이 잘 다듬어졌을 때 외향적으로도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발레를 주관하는 이름 모를 마법사의 혹독한 주술은 끝났다. 스스로 안개를 걷어낸 발레리나는 발레를 더 사랑하게 됐다. "제가 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번에 더 알게 됐어요. 나타해지면 그해를 계속 떠올릴 거예요."

박지수는 토슈즈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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