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LG '사인 훔치기' 논란, 쟁점과 처벌 여부는?

등록 2018.04.19 11:32:3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8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LG 더그아웃 복도 벽에 KIA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이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2018.04.18.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8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LG 더그아웃 복도 벽에 KIA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이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2018.04.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더그아웃에 상대 팀의 구종별 사인을 적은 종이가 붙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종이에는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 하에 "몸쪽은 검지 왼쪽 터치, 바깥쪽은 검지 오른쪽 터치, 커브는 검지·중지, 슬라이더는 검지·중지·새끼, 체인지업·포크볼은 검지·중지·약지·새끼"라고 적혀있었다. 해당 사진이 공개된 후 야구 팬들로부터 '사인 훔치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 중 더그아웃에 상대 팀 투수나 타자의 전력분석 내용이 더그아웃에 붙어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상대의 구종별 사인을 공유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초유의 일인 셈이다.

 이에 LG 구단은 "전력분석에서 정보 전달을 하는 내용 속에 주자의 도루시 도움되기 위해 관련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고,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사인 훔치기는 그간 수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구는 여러 작전을 통해 경기를 치르는 종목이다. 상대 사인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를 읽어내 활용하려 하고, 상대에 사인을 읽히지 않기 위해 수시로 사인을 바꾼다.

 각 팀의 전력분석은 해를 거듭할수록 세밀해지고 있는 가운데 각 팀이 상대 사인에 대해 연구한다. 모든 경기가 중계되니 다시보기를 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상대 사인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은 페어플레이 정신에는 어긋나는 일이다.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용납되기 힘들다. 각 구단들이 같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도 LG처럼 적나라하게 하지는 않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력분석 차원에서 선수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저런 데이터는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저렇게 선수단이 드나드는 입구에 적어놓은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LG가 주자의 도루시 도움되기 위해 관련 내용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보가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문제다.

【서울=뉴시스】 LG 트윈스 선수단.

【서울=뉴시스】 LG 트윈스 선수단.

2루 주자보다 1루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수들이 허벅지 안쪽에 손을 바짝 붙여 내는 사인을 1루 주자가 보기는 쉽지 않다. 해당 사인이 가장 잘 보이는 것은 2루 주자다. 2루 주자가 사인을 보고 타석의 타자에 사인을 전달하려 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BO 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에서 사인 훔치기를 금지하고 있다.

 1항은 "벤치 내부, 베이스 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 코치, 선수, 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 또한, 경기 중에 구단 직원 및 관계자는 위 장비를 사용해 감독, 코치, 선수에게 그 경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라고 덧붙였다.

 현 상태에서는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규정 위반이라고 단언짓기는 힘든 상황이다. 만약 타자에 사인을 알려준 정황이 포착되면 LG는 징계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KBO는 "사인 훔치기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구단 측의 명확한 답변과 경위서를 살펴본 후 제재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징계를 피하더라도 명백히 증거까지 남은 상황에서 LG가 도덕적인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까지 이룬 성과가 '사인 훔치기' 덕분이었다는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의심을 산 만큼 앞으로 LG 선수단의 작은 행동에까지 시선이 쏠릴 가능성도 높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