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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드루킹' 커넥션…경찰, 숨겼나? 몰랐나?

등록 2018.04.20 02:18:49수정 2018.04.20 02: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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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경수, '드루킹'에 기사링크 10개 보내"

김 의원, 댓글 여론조작 개입한 의혹 짙어져

경찰, URL 발송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 공개

경찰 수사 신뢰성 떨어져…특검 요구 거세질 듯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경남도지사 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4.1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경남도지사 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4.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민주당원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가장 핵심 피의자인 김모(48·필명 드루킹)씨에게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텔레그램으로 인터넷 기사링크(URL)를 보낸 사실을 숨겨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수사의 중요한 단서를 확보하고도 뒤늦게 공개해 수사 축소 혹은 은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12년 18대 대선 며칠 전 국정원 요원의 댓글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섣불리 발표해 홍역을 치른 경찰이 잡음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론하고 있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20일 경찰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현재까지의 압수물 분석 결과 김 의원이 지난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씨에게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14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내부적으로 파악했다.

 김 의원이 '드루킹' 김씨에게 보낸 14건의 메시지 중 10건은 기사링크(URL)라고 경찰은 전했다. 기간은 대선을 앞둔 2016년 11월25일부터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고 5개월이 지난 2017년 10월2일까지다.
 
 주요 기사내용으로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썰전')의 문재인 전 대표 인터뷰 내용을 다룬 기사를 비롯해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봉하마을 방문 관련 친노 진영측 비판, 19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교한 기사 등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한 언론사의 보도를 계기로 지난 19일 밤 공개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 의원은 김씨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115개(기사 URL 3190개)를 모두 읽지 않았으며,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한 경찰의 설명과는 배치된다.

 이를 놓고 경찰이 김 의원의 댓글공작 개입 정황을 알고도 정권을 의식해 고의로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실세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여권 유력인사로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경찰이 김 의원이 개입한 정황을 알고도 덮거나 은폐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사의 신뢰도와 공정성에 '금'이 가게 됐다.

 댓글공작 사건 관련 경찰의 수사 의지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 불거져온 게 사실이다.

 올해 1월 네이버와 민주당의 수사의뢰나 고발을 통해 수사를 개시하고도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에 돌입한 건 두 달이 지난 3월21일이었다.
【파주=뉴시스】권현구 기자 = 1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댓글 조작 사건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 '댓글조작'을 규탄하는 피켓이 걸려 있다. 2018.04.17.  stoweon@newsis.com

【파주=뉴시스】권현구 기자 = 1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댓글 조작 사건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 '댓글조작'을 규탄하는 피켓이 걸려 있다. 2018.04.17. [email protected]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쓴 김씨를 비롯해 양모(35)씨, 우모(32)씨가 붙잡힌 것도 압수수색 현장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자 영장 없이 긴급체포로 이뤄진 것이다. 경찰은 중한 사안에서 신병확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휴대전화 170여대를 압수하고도 133대를 분석하지 않고 검찰로 송치한 것도 의문이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씨 등 3명을 송치하면서 검찰의 보강수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분석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가 논란이 일자 휴대전화를 되돌려받아 '뒷북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통신수사를 수사 초반에 안 한 것은 아니라고 경찰은 해명했지만 휴대전화가 결정적 증거물이 될 수 있는데도 분석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통신 압수수색 영장은 4월 중순께 신청, 집행했다.

 경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의 공감(추천) 수를 조작한 김씨 등 피의자들이 민주당원이란 사실을 알고도 공개하지 않으려다 언론의 거듭된 요청 끝에 인정했다.

 김씨 등은 614개의 아이디(ID)를 동원해 각 댓글마다 한 아이디당 한 번씩 총 600여차례 '공감'을 클릭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공모했지만, 경찰의 판단은 당원 개인의 일탈이라는 여권과 청와대쪽에 더 기울었다. 

 서울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지난 13일 언론브리핑에서 댓글공작 관련 조직적 흔적을 묻는 질문에 "지금 말씀드릴 게 아니다"라고 답변을 회피한 뒤 세 명이 가담했는데 조직적 범죄가 아니냐는 거듭된 물음에야 "자발적인 것이라고 했다"며 피의자를 두둔하거나 대변했다. 한 개인의 일탈과 배후가 의심되는 조직적인 범죄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드루킹 댓글공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이주민 청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18.04.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드루킹 댓글공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이주민 청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18.04.19.  [email protected]

지난 16일 언론 간담회에서는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댓글공작 관련 매뉴얼 제작자를 추가 입건된 피의자 두 명 중 한 명이라고 밝혔지만, 다음 날 수사팀 관계자가 이를 뒤집고 다른 피의자를 지목하는 엇박자를 냈다.

 경찰이 분석중인 금융계좌도 지난 17일 "15개 계좌"에서 18일에는 "15개 금융기관의 30여개 계좌"로 하루 만에 두배나 차이나는 수치를 번복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줬다.
 
 경찰 안팎에서는 정권 초반 여권의 유력 인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요 사건에서 경찰의 매끄럽지 못한 수사로 수사의 신뢰도와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적인 관심이 큰 대형 사건임에도 소극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여러차례 보냈는데도 이를 제때 확인해주지 않은 것은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킬만 하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수사에 치명타를 입은 만큼 검찰이 신속한 수사로 의혹을 규명하거나,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때문에 정권의 눈치를 보는 만큼 특검을 도입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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