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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윙' 없다면 의미 없네···흥과 위로의 2인무

등록 2018.04.22 08: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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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2018.04.22. (사진 = 황승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2018.04.22. (사진 = 황승택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음표의 군무, 몸짓의 멜로디화.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의 신작 '스윙'은 음악과 춤의 벼락같은 합일이었다.

스웨덴 6인조 밴드 '젠틀맨 앤 갱스터즈(Gentlemen&Gangsters)'의 하모니는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한다. 더블 베이스, 드럼, 트럼본, 클라리넷 그리고 폴 월프리드슨의 보컬은 제각각 춤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스윙댄스의 기본스텝인 지터버그 등을 모티브로 상체는 한국무용, 하체는 발레를 응용한 다양한 안 감독의 안무가 음표와 겹치거나 엇갈리며 들끓는다. 빠른 벌새의 날갯짓 같다가도 섬세한 나비의 날갯짓 같은 무용수들의 동작이 연이어 이어졌다.

동작은 발랄하고 가벼워 보지이만 65분 내내 스텝 하나 허투루 밟지 않는 김민진, 성창용, 안남근, 최수진 등 국립현대무용단 시즌단원 17명의 흩날리는 땀방울과 가빠 오는 호흡은 객석에 달리기 선수의 터질 듯한 심장 박동을 전달한다.

월프리드슨의 사회와 재간까지 곁들린 이날 무대는 현대무용 공연이라기보다 스윙 콘서트에 가까웠다. 듀크 엘링턴, 베니 굿맨, 글렌 밀러, 카운트 베이시 등 스윙 재즈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이 거대한 재즈 밴드를 이끌고 무용수들을 호위한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진군하는 듯했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2018.04.22. (사진 = 황승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2018.04.22. (사진 = 황승택 제공) [email protected]

팝그룹 '아바'의 나라 스웨덴에는 기존 재즈 스타일을 넘어선 '에스뵈욘 스벤숀 트리오' 같은 팀도 있지만, 유럽의 재즈라면 전체적으로 로맨틱하고 담백한 '유러피언 재즈'를 떠올린다. 젠틀맨 앤 갱스터즈는 여기에 8기통 엔진을 단듯 시종일관 쾌속질주했다.
 
지난 9일 젠틀맨 앤 갱스터즈와 본격적인 호흡을 맞추기 전에 이들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8개월 전부터 리듬감을 익혀온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들은 빠른 리듬, 각자 파트너와 동작·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동작들을 맞춤복인 마냥 제대로 소화했다.

'스윙'은 재즈음악 특유의 몸이 흔들리는 듯한, 독특한 리듬감을 형용한 말인데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본능에 가깝다. 그러니 '스윙'이라는 작품도 형식적 용어 등을 써가며 분석하기보다 그 자체로 들끓는 아름다움으로 호소 당하는 것이 낫다.

20~30년대 클럽을 재현한 듯한 어슴푸레한 조명에 찬란하게 부서지는 동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열정적이고 싱그러워 이것이 '청춘'이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침잠하는 사회 분위기에 억눌려 만개조차 하지 못하는 젊음에 대한 위로가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2018.04.22. (사진 = 황승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무용단 '스윙'. 2018.04.22. (사진 = 황승택 제공) [email protected]

20일 개막 전에 모든 티켓을 동 낸 객석의 관객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진지함이 우선됐던 현대무용 공연에 이 같은 뜨거움은 이례적이었다. 

듀크 엘링턴은 '스윙이 없다면 의미는 없다‘(It Don’t Mean a Thing(If It Ain't Got That Swing))라는 곡을 만들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 에세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를 썼다. 삶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그것이 청춘이고 인생이고 스윙이다.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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