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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트와이스로 철학·인문하기

등록 2018.04.22 16: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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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BTS 예술혁명'·'아이돌을 인문하다'. 2018.04.22. (사진 = 각 출판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BTS 예술혁명'·'아이돌을 인문하다'. 2018.04.22. (사진 = 각 출판사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아이돌은 이제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를 들썩거리게 하는 현상이고, 이 현상을 분석하게 만드는 철학적 대상물이다.

'BTS 예술혁명 :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는 지난해 미국 빌보드를 비롯해 세계를 휩쓴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일으킨 현상을 질 들뢰즈와 발터 벤야민의 철학 개념과 예술이론으로 풀어낸다.  

서울대에서 '들뢰즈의 운동-이미지 개념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에서 강의하는 이지영씨는 방탄소년단이 초래한 변화와 그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깊다"고 짚는다.

"방탄소년단팬덤인 '아미(ARMY)'와 더불어 야기한 변화야말로 오늘날 사회 구조와 미디어, 예술 형식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 변화는 기존 위계질서와 권력 관계를 침식하며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혁명의 의미까지 포함한다"면서 "2016~2017년 촛불혁명이 한국에 국한된 정치 변화를 가져왔다면 방탄소년단과 그 팬덤 아미들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변화는 전 지구적인 규모의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변혁을 징후적으로 표현한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책은 방탄소년단이 아미와 소통하는 온라인상 활동에 주목한다. 방탄소년단의 소셜네트워크(SNS) 소통이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다른 것은 수평적인 소통과 연대다. 완벽한 스타의 이미지를 멀리한다. 친구처럼 친밀하게 소통한다. 인간적인 모습에 매료된 팬들은 방탄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을 벌인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아미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이들의 친구이자 방탄을 세계에 알리고 진출시키는 군대가 된다"면서 "중요한 점은 방탄이 생산하는 수평적 판타지가 팬과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예상치 못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여기서 들뢰즈의 리좀 개념을 가져온다. 리좀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질서를 가로지르며 끝없이 다른 것들과 연결 접속해 생성하는 네트워크 구조다. 수목적 구조가 주변과 중심이 명확히 구분되는 위계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리좀적 체계에는 단일한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씨는 "방탄소년단 역시 그 팬덤 아미와의 관계에서 위계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중심이 아니다"면서 "SNS라는 탈중심적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하는 이들은 서로 친구이자 조력자로 수평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아미 역시 방탄 팬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아무 이해관계나 유사성도 없는, 무수히 다른 뿌리줄기들의 연결접속"이라는 얘기다.

244쪽, 1만3000원, 파레시아.

음악 관련 자유기고가 박지원씨가 쓴 '아이돌을 인문하다'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워너원' '트와이스' 등 K팝 대표 아이돌의 곡들에서 문학과 철학의 키워드를 길어 올린다.

방탄소년단 12곡, 트와이스 11곡, 워너원 10곡의 노랫말들을 각각 성장과 책임, 아름다움과 구원, 생명과 약속과 자존감… 등등의 인문적인 개념으로 분석한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부터 자신들만의 뚜렷한 철학과 자의식을 지니고 스토리텔링을 해 온 그룹, 트와이스는 '소녀들의 성장 서사'라는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그룹으로 본다. 반면 워너원은 '소년들의 성장 서사'를 반영하는 동시에 엠넷 '프로듀스 101'을 통한 탄생 과정에서부터 대중들과 긴밀하게 얽힌 특색이 있다고 짚는다.

지난해 2월 발표 당시 노랫말과 함께 뮤직비디오가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켜 위로곡이 아니냐는 판단도 불러일으켰던 방탄소년단의 '봄날'의 노랫말을 보자.

'보고 싶다 이렇게 /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 너희 사진을 /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 너무 야속한 시간 / 나는 우리가 밉다 / 이제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 힘들어진 우리가 / 여긴 온통 겨울 뿐이야 / 8월에도 겨울이 와." 방탄소년단은 보고 듣는 분들의 해석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봄날'은 어쩌면 그들에게 중요한 도약이 아닐까 기대해 봅니다. (책에서) 맨 처음 인용한 어슐러 K. 르 귄의 말처럼, 우리 세계에 필요한 것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니까요"라면서 "함께 아파할 줄 알고, 때로는 실수하면서도, 누군가의 슬픔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존재야말로 가장 강한 영웅입니다. 방탄소년단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봤다.

624쪽, 1만8000원, 사이드웨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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