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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오브제로 이야기하는 고통·슬픔···'손 없는 색시'

등록 2018.04.22 16: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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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인형극 '손 없는 색시'. 2018.04.22.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인형극 '손 없는 색시'. 2018.04.22.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처음으로 인형극을 선보인다. 26일부터 5월7일까지 공연하는 '손 없는 색시'다.

창작 초연 중심 제작극장을 표방하는 남산예술센터는 장르적 경계가 사라지는 현대예술의 동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낯선 작품들을 소개한다.

'손 없는 색시'는 인형과 오브제가 주인공이다. 내용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 세계 전역에 퍼져있는 '손 없는 색시' 설화와 민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기존 설화는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려 쫓겨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 후 갓난아이와 다시 내쫓긴 색시가 우물에 떨어지는 아이를 잡으려는 순간 양손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다.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 단막극 '조신미인별전' 등 전통연희 극작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극작가 경민선이 극을 썼다. 그는 손이 없어졌다가 재생되는 기존 서사 구조를, 손이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상상으로 비틀어 현대 사회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경 작가는 "욕망을 상징하는 손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죽음과도 같다"라며 "구조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연히 겪게 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고 삶을 이어가는지에 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이 희곡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늘 자신의 아픈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색시.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 버린다.

극심한 고통에 색시가 목을 매는 순간 태중의 아이가 태어난다. 하지만 어미의 슬픔을 품고 태어난 갓난아이는 노인의 모습이다. 색시, 색시의 손, 색시의 늙은 아들의 여정은 파란만장하다. 이를 톺아보게 되면 상처와 불행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보인다.

시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를 예술무대산이 인형극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달래이야기', 국제 입양을 소재로 한 '꺼내지 못한 이야기-상자' 등 완성도 높은 인형극을 선보여온 극단이다.

조현산 연출은 "인형의 표정은 단 하나뿐이라 인형극을 보는 것은 마치 은유가 장착된 시를 읽는 것과 같다"라면서 "스스로와 타인의 슬픔을 쉽게 외면하곤 하는 이 시대에 '손 없는 색시' 속 숨은 표정을 상상하는 여정을 통해 지금을 살아내는데 필요한 덕목인 '공감하기'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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