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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일구 한화證 리서치센터장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없다"

등록 2018.04.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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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리스크 몇십 년간 있었다면 외국인 국내 시장 투자했겠나"

"삼전·하이닉스 빼면 코스피 PER 14~15배…저평가라 볼 수 없어"

"국내 증권가 냉정함 결여돼…습관적 분석 지양하고 근거 제시해야"

【서울=뉴시스】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한화투자증권 제공)

【서울=뉴시스】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한화투자증권 제공)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떨어졌던 국내 증시는 일주일 이내에 다 올랐다"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20~30%까지 올라갈 여력이 있다고 하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4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다면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투자했겠나. 북한 문제는 몇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데 그 동안 계속 디스카운트 돼 있었다고 보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이익 기준 연말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 정도여서 15배 정도로 평가되는 아시아, 유럽 시장이나 21배 정도로 평가되는 미국 시장에 비해 20~30% 저평가돼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 유가증권시장 종목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해보면 14~15배"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것이 아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그 가격이라는 것"이라며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마이크론과 같은 기업과 비교해야 맞다"고 짚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증시가 기업 이익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면서도 "지배구조나 북한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특성상 저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마다 산업 구조와 기업 특성이 다른데 타국 소비재 기업들과 우리나라 제조업체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업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나는데 산업구조 차이로 국가별 격차가 나는 것을 두고 디스카운트라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그러면서 "국내 증권가는 냉정함이 많이 결여돼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증시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현 증권업계 분위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근거에 기반 둔 것이 아니라 반복적·습관적인 분석에 그친 리포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이번주 초부터 증권가에선 남북 해빙 무드 본격화에 따른 증시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다수 나왔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의제인 만큼 외국인 매수세도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가 10년물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하자 실적 악화 두려움이 드리워진 국내 증시는 올해 초 조정 장세를 재현하듯 주저앉았다.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코스피는 25.3포인트(1.02%) 하락했고 이 기간 외국인은 1조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팔아치웠다.

김 센터장은 주가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함수로 이뤄져 있기에 매일의 시황을 설명하는 것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큰 흐름으로서의 경향성은 반드시 있으며 이를 '혼돈 속 질서'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주가 등락이 심한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 그 질서의 주기가 다소 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대감에 의해 한 번 급등했다가 강보합권에서 2~3년 유지된 후 이익이 얼마나 나는지에 따라 '버블(bubble)'의 붕괴 여부가 결정될 거란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화장품 주식은 이러한 과정을 몇 번 경험해 온 성공 사례"라며 "경험적으로 보면 비트코인도 그렇고 밸류에이션이 확 올라가는 경우 한꺼번에 다운될 가능성은 작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격 연속성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투자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버블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이 버블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주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꼽는다. 시장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는 '미스터 마켓(Mr. Market)'이 미래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은 주식시장의 변덕스러움을 미스터 마켓으로 의인화한 바 있다.

그는 "시장은 결국 집단지성을 따라가게 돼 있다"며 "대주주 이슈가 그 기업의 본질적인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 오너 일가와 같은 문제들과 관련해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적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장기신용은행연구소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김 센터장은 자칭 '채권·환율 전문가'다. 주식시장에 비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채권 시장부터 연구를 시작한 터라 증권가에선 '비관론자'라는 평을 듣는다.

김 센터장은 "주식시장은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곳이라 원금·이자의 회수 여부를 중히 여기는 채권 시장과는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다르다"며 "워낙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보니 평균 정도의 시각을 얘기하면 비관론이라는 평을 받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자본시장 혁신을 위해 관리 차원에서의 할 일은 끝났으며 그 이후의 문제는 각 상장사의 비전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산적 자본이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되게 하는 측면에선 상당히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며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고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각 기업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장은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소를 거쳐 20년간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ING자산운용, 씨티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며 국내 경제를 연구해왔다. 지난 2016년 4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자리에 오른 후 매주 화요일 해외 매크로 환경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리포트를 직접 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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