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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 BOOK소리]신범순 교수 "시인 이상의 천재성 수준 판독 못했었다"

등록 2018.04.27 14: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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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 전집- 꽃속에꽃을피우다' 출간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상 시 전집-꽃속에 꽃을 피우다’ 저자인 신범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26.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상 시 전집-꽃속에 꽃을 피우다’ 저자인 신범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의 'BOOK 소리'

 이상(김해경·1910∼1937)이라는 이름 앞에는 '요절한 천재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대표작 '오감도'(1934), '날개'(1936) 등은 파격적 형식과 내용의 난해함으로 발표 당시 화제를 모았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상의 작품들은 시와 소설·수필 등 여러 장르에 걸쳐있고, 이미 여러 번 전체 작품을 담은 전집들이 출간됐다.

신범순(62)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이상의 시 작품은 난해하기로 유명하고, 여러 전집들이 약간의 주석과 해석들을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의 시 작품 대부분은 미지의 수수께끼처럼 풀리지 않았고, 저마다 자기방식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해석들을 해가며 그의 시를 읽고 대중들에게 그렇게 소개해왔다"고 짚었다.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상의 문학적 경향은 그의 병력(폐병)이나 기괴한 천재의 기벽, 성적인 도착증 같은 것들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해석들은 모두 이상의 진정한 천재성을 오해하거나 그 천재성의 수준을 판독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상의 기괴한 습관들이 이러한 오해들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진지하게 추구하며 파고들어간 사유의 높은 수준들에 대해서는 외부적인 자료들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20년 이상 이상을 연구해오면서 그의 시작품들 속에 숨겨진 사유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 보석들은 자기 홀로 지니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결국 우리 모두에게 그것을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신효령 BOOK소리]신범순 교수 "시인 이상의 천재성 수준 판독 못했었다"

신 교수는 '이상 시 전집- 꽃속에꽃을피우다'(1·2권)를 냈다. 일찍이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 나비'(2007), '이상문학 연구-불과 홍수의 달'(2015) 등 연구서를 펴내며 이상 문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바 있다.

기존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다시금 전반적으로 세세히 이상 문학을 주해하고자 한 시도의 결과다. 꼼꼼한 원문 대조 작업을 통해 이상 전집들에서 발견된 오류를 수정하고, 새롭게 원본을 확정했다.

 "그의 시 작품 중 지금까지 전혀 손대지 못한 난해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거의 모두 주석과 해석을 달아서 그 보석을 난해함의 장막 속에서 꺼내주려 했다"는 신 교수는이 '보석'을 이번 시전집 제목에서 '꽃'으로 표현했다.

 "'꽃'은 우리의 뇌수에서 피어나는 '생각의 꽃'이며,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해줄 '음악적 육체(organe)의 꽃'이다. 이번 시전집에 '꽃속에꽃을피우다'라고 제목을 단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집필을 시작했다. "책을 쓰겠다는 결심은 이미 오래전에 했다. 이상의 여러 작품들에 대해 수없이 메모하고 해석한 노트들이 쌓여갔지만, 막바로 집필할 수 없었던 것은 난해한 작품들의 궁극적인 비밀을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상 시 전집-꽃속에 꽃을 피우다’ 저자인 신범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26.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상 시 전집-꽃속에 꽃을 피우다’ 저자인 신범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26. [email protected]

이상 시 전집은 원본주해판(1권)과 수정확정판(2권)으로 구성됐다.

1권은 이상이 발표해 인쇄된 시와 원고 상태의 시(유고 노트)를 되도록 원문 그대로 실었다. 당시의 어법과 맞춤법 등이 요즘 독자들에게 낯설어서 그에 대한 주석을 단 것이다.

신 교수는 "이상의 모든 시들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어법이 있다"며 "심지어는 그가 새롭게 만들어낸 단어들과 한자 표기도 자신만의 의미를 가미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에 대한 주석과 해석이 없이는 감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권의 이러한 주석과 해석은 단지 시 자체의 단어나 구절, 문장들을 풀어낸 것 뿐이 아니다"고 말했다.

"1권에서는 이상의 생애와 그가 문학적 예술적으로 탐색해갔던 사상적 주제들이 각 시편에 어떻게 담겨있는지 알려 주려 노력했다"며 "한 시편의 어떤 구절들이 그의 여러 시편이나 다른 작품들 중에서 어떤 부분들과 관련되는지 연관성들을 드러냄으로써 이상 시 전체의 유기적인 지형도를 그려보려 했다. 1권의 주석과 해석을 읽어보면 이상의 시 전체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며, 어떠한 이야기들이 전개되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2권은 이상의 시 전체를 한글 표기로 바꿔서 현대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떤 단어들은 한자를 병기했는데, 한글 만으로는 뜻이 전달되기 어려운 경우에 한했다. 맞춤법은 이상이 표기했던 당대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살리면서도 지나치게 현대의 맞춤법 관습과 동떨어지는 경우 당대와 현대의 중간 정도에 위치할 만한 표기를 택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2권의 시를 앞에 놓고 1권의 주석과 해석을 그 옆에 펼쳐놓으며 동시적으로 독서를 했다. 아무리 시를 한글 표기로 바꿔 본문을 쉽게 읽는다 해도 그 의미가 난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독법을 택하면 어느 정도는 그 난해함을 극복하여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상 시 전집-꽃속에 꽃을 피우다’ 저자인 신범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26.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이상 시 전집-꽃속에 꽃을 피우다’ 저자인 신범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26. [email protected]

신 교수는 "이 책을 만든 이후 이상의 '꽃'들이 세상에 퍼져나가기를 바란다"며 "이상의 시·사상을 좀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진행 중이다. 이상의 시와 사상을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이상 학교'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상의 생가와 주변의 이상 관련 유적들을 돌아보는 '이상 문학 산책' 팀을 꾸려 이상의 문학과 사상의 '몽유도원도'에 대한 산책적 탐방을 하기도 했다.

함께 '이상의 문학 산책 지도'라는 팜플렛을 만들었다. 인왕산과 북악산(백악)을 병풍처럼 두른 이상의 '몽유도원도'는 두 개의 물길이 합수되는 이상 생가를 중심으로 그가 살았던 청계천·삼각동 주변 세 개의 33번지 집까지 펼쳐진 이상의 꿈의 지형도다.

신 교수는 "이상 문학 작품에 깃들어있는 4개의 서로 다른 '산책'에 각기 다른 이름을 부여하고, 그 각각의 산책이 실제 식민지 경성의 지리와 이상이 꿈꾸던 독특한 환상의 지리가 겹쳐진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그 탐방팀과 함께 첫 번째 산책인 '몽유적 소프라노 산책'을 따라가보는 답사를 해보았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옥계의 물길과 사직단과 지금은 수많은 집들로 뒤덮인 옥인동 47번지 아방궁 자리와 청풍계 위 성터를 답사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약간의 비에 젖어가면서 이상의 슬픔과 꿈을 느껴보았다. 앞으로 탐방을 확장할 생각이다."

문화스포츠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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