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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대한민국 언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등록 2018.04.28 09:26:35수정 2018.05.08 09: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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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를 찾는 절실함과 용기의 크기만큼 신장

【서울=뉴시스】 =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안민정책포럼에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가 '대한민국 언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안민정책포럼에서 열린 조찬세미나에서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가 '대한민국 언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우리나라 언론은 민주화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사의 지배구조가 바뀌고, 신문사들은 갈수록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직 기자출신인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한국의 언론이 아직 권력과 돈과 기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7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개최한 세미나에 ‘대한민국 언론 얼마나 자유로운가’란 주제 강연을 통해 여론을 형성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이 자유로부터 나오는데 한국 언론의 자유는 ‘부분 자유국 수준’으로 썩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던 박 교수는 특히 방송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임원을 추천하는 이사회가 초토화되고 높은 곳에서 사장이 임명되며 임원진이 물갈이 되는 등 몸살을 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방송의 현실을 개탄했다.

 박 교수는 또 뉴스를 생산하는 신문사는 생존마저 위협 받고 있지만 포털은 뉴스로 생긴 트래픽 결과로 막대한 수익과 영향력을 쌓아 가면서 댓글로 왜곡된 정보와 여론형성을 부추기는 심각성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요인으로 정치화된 미디어 정책, 언론사의 열악한 수익구조, 포털의 독점, 자유구현을 위한 법적 장치미흡 등 꼽았다.

 뉴시스는 이날 박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 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다.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매일 공기처럼 물처럼 인터넷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클릭’하고 들어간 뉴스를 스스로 ‘선택’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재빨리 댓글 쪽에 눈길을 돌린 사람들은 표현의 수위와 클릭수가 전하는 선정성을 감상하며 요즘 여론의 온도를 짐작한다. ‘대통령은 여전히 인기가 좋군...’ ‘사람들이 분노가 생각보다 심하네..’ 혹은 ‘이 사람 별루인데 왜 이렇게 팬들이 많지...’ 등등.

 자신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핸드폰을 쥐고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즐기다가 카톡에 들어가서 대화를 하고 페이스북이나 각종 인터넷 카페로 옮겨가 의견을 다는 것도 식은 죽 먹기다. 몇 자 툭툭 쳐서 ‘보내기’ 하면 끝. 인터넷이 가져온 놀라운 세상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이렇게 놀랍게 바꿔놓았다.

◇인터넷, 정보소비 방식 바꿔… 상상 웃도는 강도의 댓글 등장

  그렇다면 정보를 생산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언론은 과연 자유로운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다양하고 공정하며, 사람들은 모든 것이 골고루 갖춰진 정보의 뷔페식당에서 자신들의 식성에 맞춰 선택하고 있는가. 또 상상을 웃도는 숫자와 강도의 댓글들은 과연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여론을 대변하는가. 불행하게도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언론의 자유라면 누구나 아무데서나 표현하는 자유를 떠올린다. 그러나 원래 자유란 폭압이나 불의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의 기본권으로 출발했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아무 말이나 하는 자유가 아니라, 절대 권력의 횡포나 경제적 제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유로운 개인들이 규정하고 지켜온 개념상의 공간인 공론장에서 의견을 말하고 여론을 형성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이 자유였다.

  자유는 누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투쟁을 통해 얻어내는 것이다. 역사상 모든 자유가 그랬다.

  근대 언론의 탄생을 목도한 계몽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서구 각국에서 언론의 자유를 평가하는 기준도 그렇다. 미국 프리덤 하우스는 법, 정치, 경제 3개 영역에서 얼마나 덜 제약을 받는가를 기준으로 각국의 언론자유점수를 매긴다. 영국 로이터 연구소도 정치, 경제적 제약으로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기준으로 자유도를 평가한다. 이들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는 ‘부분 자유국’ 수준으로, 썩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 언론 자유도, 높지 않아…'부분 자유국' 수준

  다시 우리 현실로 돌아와 보자. 뉴스의 일차 생산자인 신문사는 대부분 경영상의 어려움에 허덕인다. 종이신문의 경우 발행부수가 감소하고 광고가 줄어들고 있다. 유료 독자가 줄면서 배달망도 위축되고 있다. 닷컴회사를 만들어 자기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으나 트래픽은 신통치 않다. 오히려 포털을 통해 유입되는 클릭의 수가 수십 수백 배다. 그나마 포털과 제휴가 된 신문사의 경우에 그렇다.

 포털에 제공된 뉴스는 수많은 댓글을 끌어 모은다. 닷컴 사이트에 달리는 미미한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된다. 포털은 뉴스로 생긴 트래픽의 결과로 막대한 수익과 영향력을 쌓아 가는데, 원 제공자인 신문사들은 사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다.

  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임원을 추천하는 이사회가 초토화되고, 높은 곳에서 사장이 임명되며, 임원진이 물갈이되고, 연쇄적인 인사로 분위기가 쇄신된다. 아니면 파업이다. 누구에게는 정의의 실현, 그러나 또 누구에게는 좌천이다. 출연진이 교체되고, 방송의 얼굴이 바뀐다. 그 와중에 좋은 자리를 꿰찬 사람도 있고 한직으로 물러난 사람도 있지만,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1노조원도, 2노조원도, 비노조원도, 모두 비자유인들이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법안들은 정치적 이해가 맞물려 타협될 기미조차 안 보인다. 정부 입김 아래 인허가를 염려하는 방송들은 과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자유를 구현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용기…언론 갈길 멀어

  인터넷 공간은 알 수 없는 알고리듬으로 뭐가 진실이고 뭐가 여론인지 모르는 불량 식품 같은 정보를 대량 유통시킨다. 각종 물품과 서비스의 광고로 뒤덮인 가운데 정통 저널리즘의 문법을 흉내 낸 기사들이 간간이 섞여 최신 뉴스로 손님을 부른다.

 여론을 조작하려는 자, 상품을 홍보하려는 자,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어지럽다. 이윤과 오락을 축으로 움직이는 인터넷 공간의 공공성과 건강성은 누가 돌보는가. 그리고 그 공간을 오가는 선량한 사용자들은 그 혼탁함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자유의 크기와 위험은 자유로워지려는 의지에 비례 한다. 자유는 또 자유를 찾는 절실함과 용기의 크기만큼 신장한다.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의 하나로서 법으로 보호되고 있으나, 결국 자유를 구현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용기(civil courage)다.

 21세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자유로워 질 용기를 갖고 있는가. 또 대한민국 언론은 얼마나 자유로울 의지가 있는가. 이 질문은 대한민국은 얼마나 자유로운가라는 질문과 동의어다. 불행히도 우리 언론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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