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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백종원 개인 프로그램 돼버린 TV ‘먹방’

등록 2018.05.02 15: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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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백종원 개인 프로그램 돼버린 TV ‘먹방’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공공재인 TV가 특정개인의 사유재처럼 변질되고 있다.

케이블 방송 tvN은 지난달 23일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신규 편성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백종원(52) 더본코리아 대표다. 백 대표는 이 프로그램에서 각 나라의 미각지대를 돌며 음식과 식문화를 전한다.

이 프로그램뿐 아니다. 백씨는 외식사업가인지, 방송인인지 정체가 모호할 정도로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여러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2014년 올리브 ‘한식대첩’, 2015년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2017년 SBS TV ‘백종원의 푸드트럭’, 2018년 SBS TV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숱한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방송 출연을 통해 얻은 인기와 인지도, 신뢰도는 그의 사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본가, 빽다방, 홍콩반점, 역전우동, 백철판, 돌배기집,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등 외식 브랜드를 다수 운영한다. 올 1월 현재 브랜드만 21개로 국내 최다 프랜차이즈를 자랑한다. 매장은 2011년 374개에서 지난해 1267개까지 급증했다. 4월에도 대보그룹 계열사 대보유통과 휴게소에 자사의 우동 브랜드를 입점하는 MOU를 체결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백씨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4월20일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제작발표회에서 요식업 발전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할 뜻을 밝혔다. “나름대로 음식을 먹어보고 해석하며 노하우를 쌓아 내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 소비자가 새로운 음식을 찾고,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만의 노하우를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국내 방송사 먹방 프로그램은 ‘Mukbang’이란 영어 신조어까지 낳을 정도로 대표적 한류 콘텐츠가 됐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거의 모든 TV가 매년 1편 이상의 음식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도 아닌, 사업자의 겹치기 출연은 TV 채널이 사인의 영리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문제는 방송사와 제작진에게도 있다.SBS TV ‘백종원의 푸드트럭’과 ‘백종원의 골목식당’ 연출자는 김준수, 이관원, 정우진 PD로 같다.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박희연 PD는 2015년 ‘집밥 백 선생’도 했다.
 
새로운 음식 고수 발굴은 기대난망이다. 포장해 말하면 ‘검증된’, 그냥 말하면 ‘자신들이 익숙한’ 특정인과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셈이다. 같은 먹방이어도 새롭고 다양한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에 대한 제작진의 직무 유기나 다름 없다.  

 문화스포츠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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