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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실험장 폐기…단순폭발 아닌 '내폭' 후 봉인할 듯

등록 2018.05.14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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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피로 증후군'으로 지반약화…폭발방식 위험

지하철 공사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충격 최소화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실험장 폐기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5.12.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실험장 폐기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5.12.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북한이 오는 23~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방법에 관심이 집중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1차 핵실험을 진행한 '1번 갱도', 2~6차 핵실험을 진행한 '2번 갱도', 아직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3~4번 갱도로 구분된다.

 북한이 모든 갱도를 '폭발의 방법'으로 붕괴시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단 폭약을 사용해 갱도를 봉쇄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폭발 충격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만큼 폭약을 암반에 삽입해 폭발시키는 '내폭'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폭 방식은 도심에 지하철 공사를 할 때도 사용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부분만 붕괴시키면서도 외부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폭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이곳 핵 실험장 주변이 여섯 차례의 지하 핵실험으로 발생한 고열과 충격 등으로 지반이 약화된 이른바 '산 피로 증후군'(tired mountain syndrome)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바로 위에 위치한 만탑산(해발2205m)의 기준점이 수평으로 최대3.5m 이동하고 높이는 0.5m 내려갔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 단순히 갱도 안에 다량의 폭약을 설치하고 폭발시킬 경우(외폭), 핵실험으로 생긴 지름 50m 이상의 지하 동공들이 추가적으로 무너져 내려 여진이나 산사태, 그로 인한 방사능 물질 유출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일단 3~4번 갱도의 경우, 핵실험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폐기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 구조에 대해 외부세계에 알려진 바는 없지만, 핵폭풍과 잔해를 막을 차단벽이 설치된 곳으로 추정되는 100여m 이상 지점으로 들어가서 암반에 구멍을 뚫고 폭약을 설치해 갱도 입구까지 10~50여m만 남겨두고 폭발시키는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할 경우, 인위적으로 100m 이상의 콘크리트를 타설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자갈, 모래 등으로 갱도의 상당 부분이 채워지는 셈이 된다. 여기에 남은 구간인 10~50m를 콘크리트로 채워 1차로 봉인하고, 입구를 다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최종 봉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깊은 곳에서부터 붕괴시키고 100m 이상을 콘크리트로 봉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더 완전한 방식으로 폐기가 되지만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모되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앞서 다섯 차례 핵실험을 한 2번 갱도다. 이곳은 만들어진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일부가 허물어져 있어 봉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서측 갱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나타났다고 미 38 노스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38 노스는 정확한 목적은 규정할 수 없지만 추가 핵실험 준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38 노스> 2017.11.07

【서울=뉴시스】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서측 갱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나타났다고 미 38 노스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38 노스는 정확한 목적은 규정할 수 없지만 추가 핵실험 준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38 노스> 2017.11.07

이곳을 단순히 폭발시킬 경우 추가 붕괴나 방사능 유출 등의 위험이 제기된다. 폭발을 하더라도 방사능 물질이 지하수 등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바닥이나 천장 등의 균열을 막는 작업이나 차단벽 등을 보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2번 갱도 내부에 핵실험을 하고 주변에 흩어진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경우도 사용된 65㎏의 고농축 우라늄 중 실제 분열한 것은 약 1~2%정도 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나머지 98~99%는 순수한 우라늄 형태로 흩어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도 이와 비슷한 효율이었을 거라고 가정할 경우, 갱도 안에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상당히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수거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번 갱도는 3~4번 갱도처럼 폭발을 시키면 안될 것"이라며 "플루토늄, 우라늄 등을 다 끄집어낸 다음에 작업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번 갱도의 경우, 사람이 납으로 만들어진 차폐복을 입고도 10분 이상 작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균열을 막고 남은 방사능 물질까지 제거하려면 로봇과 특수 촬영장비 등을 이용해 상당한 시간을 거쳐 내부작업을 해야한다. 서 교수는 "(완전히) 매립하지 않고 일단 단순히 봉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미국 CBS 뉴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전선을 철거하는 동향을 포착해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전선을 철거한 곳은 3번 갱도로 추정된다.

 CBS 보도에서는 '전선'을 철거하고 있다고 포괄적으로 표현했지만, 북한이 방사능 계측, 지진파 탐지 등 각종 계측 장비와 도화선 등 기폭장치를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과 관련해 "북한의 인원, 차량 등이 평소 수준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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