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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본래 같은 춤을 추지 않았을까···그래서 '북.한.춤'

등록 2018.05.17 18: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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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18.05.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18.05.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현대무용계의 한류스타 안은미(56)가 북한춤을 톺아본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2018 트레디셔널 & 컨템포러리-문 밖의 사람들: 문외한(門外漢) 이스(is)'의 하나다.

 6월 1~3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안은미의 북.한.춤'을 선보인다. '우리는 본래 같은 춤을 추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안은미는 17일 오후 정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남북이 분단된 이후에도 춤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흡족해했다. "춤추는 용어나 안무하는 방식에서 서로 소통할 부분이 남아 있더라고요. 이번에 한민족의 맥락이 살아 쉼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북한을 향한 마음을 닫고, 무서워했던 시간을 되돌려야 하는 때가 됐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분단돼 있어서 서로 정확히 알 수 없는 남북이지만 공통된 춤의 언어로 함께 태평양 시대를 열어가는 대국이 될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었죠.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말이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웃었다.

일부에서는 지난달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맞춰 급하게 이뤄진 프로젝트로 오해한다. 그러나 안은미는 "몇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솟구쳤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갈 수도 없고, 실행에 옮길 수 없어 늦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안은미는 북한춤을 어떻게 연구했을까. 답은 '유튜브'에 있었다. "어마어마한 춤이 저장이 돼 있어요. '노스 코리아'로 검색을 하면 북한 무용, 조선무용 춤의 레퍼토리가 나옵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18.05.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18.05.17. [email protected]

안은미가 북한 춤을 영상으로 알아가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는 참 특이해서 춤을 만드는 기본도 특이하다. 일본, 동남아 춤이 복잡한데 우리는 5분 안에 다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팔 길이나 각도를 정할 수 없어요. 이야기가 없고 너무 미니멀하기 때문이죠. 이번에 새삼 깨달았죠. '우리 조상은 특별한 조상'이라는 걸요. 간단하기 때문에 뭘 갖다 붙여도 우리 거가 되고, 누구나 출 수 있어요. 춤을 총해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어요."

관습의 틀을 깨는 도발적인 춤꾼이라는 평을 받는 안은미는 '안은미의 북.한.춤'을 통해 '전통적 움직임의 미래상'을 그려내겠다는 각오다. 저작권을 해결할 수 있는 북한 노래인 '반갑습니다'와 '휘파람' 외에 밴드 '씽씽'의 장영규가 작곡한 곡들을 사용한다.
 
'조선춤'의 정전이 되는 원조 무용 한류스타 최승희(1911∼1969)의 '조선민족무용기본'(1958)에 기록된 탈춤, 부채춤, 칼춤 등 다양한 춤사위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 전통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남과 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18.05.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18.05.17. [email protected]

안은미는 북한 춤의 기초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재일동포 출신 무용가 성애순(43)에게 기본동작을 배웠다. 성애순은 일본 총련계 민족학교 계열의 강휘선조선무용연구소에서 춤을 배웠다.

안은미는 "우리는 호흡을 땅으로 내려야 하는데, 북한무용은 척추가 서서 날아간다"고 구별했다. 하지만 최승희의 쟁강춤, 물동이춤 등에서 남쪽과 비슷한 동작을 봤다. "분단이 돼 있으면서도 하나의 소스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안은미는 최근 한국 무용사에 한 획을 그었다.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극장으로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테아트르 드 라 빌' 극장의 상주 예술가로 선정된 것이다. '안은미의 북.한춤'은 서울 공연에 이어 내년 2월 이 극장 공연도 예정됐다.

안은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자신이 안무를 잘해서가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릴 때부터 한국무용을 배워 와서 우리의 오리지낼리티가 갖고 있는 생명성, 무한의 창조성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인과 대화할 수 있는 축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안은미는 꿈 많은 20대 당시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공연한 독일의 현대 무용가 겸 안무가 피나 바우슈(1940~2009) 작품의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던 때를 떠올렸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당당히 이곳의 상주 안무가가 돼 3년 동안 1년에 한 작품씩을 선보이게 됐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왼쪽)와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무용가 안은미(왼쪽)와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문 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 1 북한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7. [email protected]

"저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의미가 있는 거죠. 유럽 전반에 진출할 수 있는 마켓의 시작점입니다. 이곳에서 공연하면 많은 곳에서 작품을 보지도 않고 초청하거든요. 55년 춤을 췄는데, 어릴 적 꿈이 제 발로 걸어서 세계 정복이었어요. 이제 시작이죠. 내년 2월 중순에 5일 동안 북한춤을 공연하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커요."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작년부터 준비한 공연으로 춤을 통해 우리의 원류가 무엇인지 되짚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남북교류의 문화적인 의미를 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한민족이고 앞으로 더 한민족으로 나갈 것이라는 공감의 시작"이리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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