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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2주기…경찰청장 "對여성범죄 강력단속"

등록 2018.05.17 14: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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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사건, 이례적 대응"…경찰 비난 봇물

경찰, 여성범죄 근절…100일간 집중단속

구속수사 확대, 긴급임시조치도 적극 활용

【서울=뉴시스】이철성 경찰청장.

【서울=뉴시스】이철성 경찰청장.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이 2년 전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강남역 일대를 직접 방문해 직접 현장점검했다. 불법촬영이나 데이트폭력 등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높은 범죄와 관련해 경찰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라는 여론의 싸늘한 시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찰은 이날부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100일동안 집중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악성범죄에 대해 구속수사를 확대하고 가해자와의 격리 등 긴급임시조치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가 들어오는 경우엔 검찰 송치까지 수사를 중지해 피해자들의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女心, 잇따른 경찰 비난…경찰청장 사건 현장 방문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이 청장은 사건 현장 주변을 찾아 비상벨, 폐쇄회로(CC)TV, 안심화장실, 안심전화부스 등 여성안전 치안인프라 구축 상황을 점검했다.

 최근 서울 홍익대학교 회화수업 도중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된 사건을 계기로 불법촬영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다.

 경찰이 가해자를 구속수사하고 2차 가해 증거를 직접 수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과 관련해 여성 피해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경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여성이 가해자면 구속수사하고 남성이 가해자면 미온적으로 수사를 하느냐"며 "모든 사이버 성폭력 사건에서 홍대 사건과 같은 대응이 이뤄지길 요구한다"고 경찰 규탄 집회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라"며 "불법촬영 피해자의 대다수인 여성들은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빠른 대응에 박탈감을 느끼고 절망한다. 가해자가 '여성'인 이 사건에서 수사과정 중 경찰의 적극성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장의 현장 방문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은 "최근 홍대누드 불법촬영, 여고 기숙사 불법촬영물 유포사건 등으로 여성 대상 악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고 수사과정상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촬영,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대(對)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불법카메라 설치 일제점검…여성불안요소 제거

 먼저 한 달 동안 경찰과 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실태조사단이 사건처리 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다. 남은 70일 동안은 가용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범죄를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을 추진본부장으로 하는, 성폭력대책·사이버수사·형사·여성청소년·범죄예방정책 등 관련 기능이 모두 참여하는 추진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각 지방청과 경찰서에서도 추진본부를 꾸려 일선의 공감대를 형성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차역·지하철역·물놀이 시설 등 다중이용장소의 불법카메라 설치여부를 일제 점검한다. 특히 화장실 벽에 구멍을 내 불법촬영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손괴죄를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취약시간인 출퇴근 시간대와 환승역 중심의 범죄 다발 장소에도 인원을 최대한 동원해 단속을 강화하고 피의자 검거시에는 컴퓨터·핸드폰 등 저장매체 압수수색 및 디지털포렌식으로 여죄 및 유포 여부를 철저히 규명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출구에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을 애도하는 글이 남겨져 있다. 피해자 20대 여성은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본인이 평소에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 김모씨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2016.05.1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출구에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을 애도하는 글이 남겨져 있다. 피해자 20대 여성은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본인이 평소에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 김모씨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2016.05.18. [email protected]

이달 말까지는 골목길·공중화장실 등 여성들이 불안을 느끼는 장소에 CCTV와 보안등이 설치됐는지 여부 등을 점검한 뒤 불안요소를 개선할 예정이다.

 ◇구속수사 확대, 경찰에 의한 2차피해 방지

 여성악성범죄에 대해 신속, 적극적인 수사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범죄가 진행중이거나 범인이 도주중인 경우 신고접수단계부터 사건종결까지 코드0나 코드1 등 긴급중요신고로 관리하도록 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구속수사를 확대한다.

 가정폭력의 경우 기존에는 사건처리(입건)를 전제로 가해자와 격리했지만 앞으로는 입건과 관계없이 재범위험성조사표를 활용해 '재발우려 및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 긴급임시조치를 적극 활용한다.

 또 이달 안으로 스토킹 112 신고코드를 신설해 출동 경찰관이 관련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도록 한 뒤 이에 적합한 현장조치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수사과정상의 2차피해 발생도 사전에 방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신고접수·현장출동 단계에서 112요원과 지역경찰에 피해자보호업무를 부여하고 조사단계 이후부터는 피해자보호관 등 전담경찰관이 보호 이력 추적관리, 신변보호 지원연계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조사 후 불만사항이 있는 경우 독립된 공간에서 팀장을 면담할 수 있음을 사전 안내하는 한편 수사관의 부적절한 인식·태도로 인한 2차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피해조사 표준 매뉴얼'을 개발 중이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명예훼손 등 역고소 사건에 대해서는 성범죄 검찰송치까지 수사를 중지해 피해진술 위축을 방지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촬영 구속기준을 완화하고 음란물 유통 관련 처벌규정을 강화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며 "가정폭력처벌특례법 개정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항구적 인프라 구축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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