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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다닌다더니 유령 인물?…뒤통수 맞는 '결혼의 달'

등록 2018.05.20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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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상대 스펙 전부 거짓…결혼정보회사는 모르쇠

회사 "등록 당시와 회원 정보 달라지면 알 수 없어"

경찰 "실질적 사기 입증해서 고발하기도 쉽지 않아"

피해자들 "남부끄러워 어디다 얘기도 못한다" 참담

대기업 다닌다더니 유령 인물?…뒤통수 맞는 '결혼의 달'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상대 남자의 프로필이 전부 거짓이라는 걸 알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억울하고 정신적인 피해가 컸죠."

 직장인 여성 이모(38)씨는 올해 3월 유명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대기업 A사에 다닌다는 남성을 소개받았다. 만남은 화기애애했고, 이야기가 잘 통해 이씨는 앞으로 교제가 이뤄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벌어졌다. 만남 이후 결혼정보회사 측에서는 "남자가 고객님을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상대 남자는 이씨에게 계속 연락을 해왔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씨가 "거절했다면서 왜 자꾸 연락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남자는 횡설수설하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질이 좋지 않은 남자를 만난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이씨의 말에 친구는 A사에 다니는 남편을 통해 사내 평판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원 검색을 이용해 알아 본 결과는 더욱 충격이었다.

 그 남자는 A사에 다니고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씨가 이에 대해 따지자 결혼정보회사 측은 "등록 당시와 정보가 달라진 점은 알 수가 없다"며 발뺌했으나,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이씨의 입장에 결국 귀책을 인정하고 환불을 했다.

 곳곳에서 청첩장이 오가는 5월은 '결혼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해야한다'는 압박감과 여러 조건에 대한 고민 끝에 결혼정보회사에 손을 내밀었다가 뒤통수를 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개인 '스펙'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일부러 고용된 사람을 내보내는 '알바 사기'는 꾸준히 피해자들을 울리는 문제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박모(35)씨 또한 의심스러운 일을 겪었다. 박씨는 "상대방이 공무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 나갔는데, 몇 차례 만남을 가져보니 직업이 없는 것 같더라"며 "나중에 물어보니 중간에 그만뒀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항의했지만 결혼정보회사 측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정해진 만남의 횟수도 삭감했다. 한 번 만남을 가질 때 몇십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을 생각하자 박씨는 속이 상했고, 그 이후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만남을 그만뒀다.
대기업 다닌다더니 유령 인물?…뒤통수 맞는 '결혼의 달'

결혼정보회사 사기의 경우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다른 업체와 달리 '상품'이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보니 변동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회사 측에서 책임을 잘 안 지려 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인 사기를 증명하고 편취 금액을 밝히면 고발이 되겠지만, 그 과정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어쨌든 결혼을 하려고 사람을 만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게 남부끄러운 일이라 어디다 얘기도 못한다"라면서 "그러다 결혼이라도 하면 '인생 사기'를 당하는 게 아니냐"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결혼정보업계에서 이 같은 문제 제기와 항의는 빈번한 일이지만 해결점은 쉬이 보이지 않는다.

 업계 종사자였던 A씨는 "남녀 비율 혹은 스펙 등급에서 일부에만 수요가 몰릴 경우에 반대쪽 공급을 아르바이트로 채우는 경우가 간혹 있는 걸로 안다"며 "아무래도 '사람 소개'라는 게 몰랐다고 하고 넘어가기가 쉽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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