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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이 '노무현과 바다이야기' 풍문 조사 재촉" 증언

등록 2018.05.21 1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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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전 3차장, 최종흡·김승연 재판 출석

"필리핀 도주범 소환 오래 걸린다고 노발대발"

"해외사범 신속 송환, 정당한 국정원 업무 아냐"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우편향 안보교육' 혐의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1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우편향 안보교육' 혐의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5.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에 대한 금품 제공 소문이 떠돌았던 '바다이야기' 사건의 해외 도피 사범 국내 송환을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이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바다이야기는 사행성 도박 게임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실세가 이 게임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바다이야기와 노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폭로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도주한 바다이야기 사범 국내 송환 작전을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국정원은 '연어'라는 사업명을 붙인 사실도 드러났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최종흡(69)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59) 전 대북공작국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 재판에는 이종명 전 3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차장은 "원장이 주관해서 바다이야기 관련자 중 필리핀에 있는 사람을 데려올 방법을 강구하라고 했다"며 "김 전 국장과 함께 해외담당관을 필리핀으로 보내 그를 소환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검찰이 보고 후 원 전 원장 반응이 어땠느냐고 묻자 "화를 냈다"며 "필리핀에 현지 정보관(IO)이 있는데 굳이 국내에서 사람이 가느냐는 취지의 말로 강하게 질책받았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차장은 검찰이 "연어 사업을 수행한 실무자는 소환절차에 2년 이상 걸린다고 보고했고, 김 전 국장으로부터 원장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노발대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TF가 꾸려졌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 부분은 기억 환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범죄인 소환절차 거치면 2년 이상 걸린다고 하니까 왜 이렇게 늦느냐, 빨리 하라는 지시가 김 전 국장에게 내려왔다는 건 알지 않나"라고 재차 물었고, 이 전 차장은 "이게(TF) 그래서 시작됐다는 추측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해외도피 범죄자를 국내에 신속히 데려오는 게 대북공작국 담당 업무가 맞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상식적으로 정당한 업무라 생각하긴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차장은 "원 전 원장이 신속한 국내 송환을 지시한 궁극적 이유는 노 전 대통령 흠집을 찾아내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이었는가"라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지만 경찰이나 인터폴에 협조 요청할 수 있음에도 굳이 그런 일을 하려한 원 전 원장의 처사에는 지금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은 2011년 11~12월 바다이야기 해외도피사범 국내송환 비용으로 대북공작금 9000만원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1년 5월~2012년 4월 고(故)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명목으로 대북공작금 약 5억3000만원을 쓴 혐의도 받았다. 

 함께 재판받고 있는 최 전 3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2010년 5~8월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에 대북공작금 약 1억6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억2000만원은 2011년 9월에 이현동(61·구속기소) 당시 국세청장의 김 전 대통령 주변 인물 자금 추적 등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들이 추적했던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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