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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강은경, 서울시향 정비 "내외부 소통강화···21세기 오케스트라 만들 것"

등록 2018.05.23 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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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기자간담회

올해 안에 음악감독 선임 목표··후보군 6명 압축

스위스·프랑스 첫 진출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5.2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대내적으로 예술과 경영의 조화, 대외적으로 예술적 요청과 공공적 요청의 조화이지요."

강은경(47) 서울시향 대표는 23일 오전 세종대로 서울시향 4층 연습실에서 "21세기 서울이라는 통시성·공시성을 중심으로 살아 숨 쉬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3년 임기 동안 '예술적 요청과 공공적 요청을 조화롭게 구현하는 21세기 지속가능한 오케스트라'를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조직 건전성 확보, 예술 부문 안정화 및 역량 강화, 생애주기별 예술교육 시스템 구축,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 등을 부문별 추진 과제로 삼는다"고 밝혔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 가까이 된 시점에서 새삼 '21세기' 화두를 꺼내 든 이유는 무엇일까.

강 대표는 클래식 음악 단체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예술 단체지만 19~20세기 생각들이 남아 있다는 판단이다.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예전에 운영해온 회원제, 생각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보수적일 수 있는 거죠. 21세기에는 정말 다양한 문화적 채널과 신선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넘쳐요. 기존 경영기법으로 생존하거나 지속하기에는 어려워요. 많은 단체가 파산했고, 예외는 있을 수 없죠. 새로운 21세기 모형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이에요.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기일 수 있죠."

강 대표는 지난 3월1일 제5대 대표이사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시향 대표 자리는 최홍식(66)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되면서 6개월가량 비어 있었다. 2015년 말 정명훈(65) 전 예술감독 사퇴 이후 음악적 수장 자리 역시 비어 있다.

조직 정비가 우선과제로 꼽힌다. 2014년 정 전 예술감독과 박현정(56) 전 대표이사가 갈등을 겪은 후 흐트러진 체계를 정리하고 있다. 2014년 12월 박 전 대표가 막말과 인사전횡 등을 했다는 호소문을 언론에 배포한 서울시향 전현직 직원 10명도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면서 조직 정비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 대표는 조직 건전성 확보를 위한 내외부 소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참여와 소통을 중심으로 단원, 직원 간 내부 소통은 물론 관객, 공공과 민간 후원자 등과의 외부 소통도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 대표는 다방면에서 활약한 이력이 오케스트라의 특성인 다양한 구성원과의 의견 조율에 유리하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5.2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거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정책학을 공부했다. 미국 벤저민 N 카도조 로스쿨에서 지식재산법 석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전문사를 받았다. 예원학교에서는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금호문화재단, 대원문화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공연기획과 문화사업, 음악영재 육성 등을 해왔다. 대표로 오기 전 한예종 강의전담교수로 있었다.

"오케스트라 매니지먼트, 즉 비영리 경영을 하는데 행정이 중요한 부분이에요. 공연계약에 대해 제가 연구한 것이 도움이 되지요. 연주자에 대한 꿈도 가졌기 때문에 단원들의 생각을 잘 이해한다고 믿고 있어요. 선택적 복지 제도 강화를 통해 연주자로서 불편함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취임 직후 교향악단 단원, 사무국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계속 만나는 '마라톤 데이트'를 해온 강 대표는 서울시향에서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 왔다. 어릴 때부터 서울시향 공연을 봤고, 서울시향 이사회에서 일한 강 대표는 'SPO(서울시향) 키드'를 자처한다. 서울시향을 아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서울시향을 오랫동안 봐 왔는데 내부에 와서 바라보는 시향은 훨씬 더 역동적이었어요.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있죠. 국적, 성별, 연령대가 다른데다가 다른 악기를 하는 연주자들이 모여 있는 거죠. 이 분들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생각과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음을 느꼈어요. 다름과 개성이 공존하는 가운데, 구성원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경이로웠죠. 포용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입니다."

강 대표는 공석인 음악감독 선임에도 박차를 가한다. 서울시향은 최근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발족했다. 2016년 3월 대표이사의 자문기구로 설치한 '지휘자 추천 자문위원회'가 2명의 내외부 위원을 추가 선임해 구성됐다.

음악감독 선임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시급성보다 적합성을 우선적 가치로 동고동락할 단원들의 의견부터 여러 외부 전문가와 관객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절차는 국내 여타 예술단체와는 차별화된 것"이라고 답했다. "연내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현재 최종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하고 이달 초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수석객원 지휘자 티에리 피셔(61)와 함께 하는 11월 유럽 투어도 관심이다.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 3개국 6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30)이 함께 한다.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등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5.2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취임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서울시향은 2010년부터 유럽 순회공연을 했다. 그동안 에든버러 페스티벌, BBC 프롬스 등 세계적인 축전에 국내 오케스트라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특히 이번 스위스와 프랑스 진출은 2005년 법인화 이후 최초다.

강 대표는 "오랜 정비기간을 마치고 오케스트라의 재도약을 위해 유럽 시장을 재공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자평했다. "해외 공연도 적극성을 가지고 추진 중이에요. 유럽 지역에 전문성이 있는 에이전트를 통해 어떤 지역에서 공연이 가능한 지 섭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향은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명문 오케스트라들의 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하고 예술적 협력방안을 찾는 상호교류도 추진한다. "오케스트라 대표, 제너럴 매니저 등과 예술 경영 교류를 통해 단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끔 노력해야죠."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 중인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역시 화두다. 취임 직후 단원,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본부의 숙원 사업 중에 하나에요. 단지 서울시향의 집이 아닌,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서울시민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북 지역에 좋은 콘서트 전용홀이 만들어짐으로써, 문화적인 랜드마크로 성장하고 그 안에서 좋은 공공 서비스를 염원해야죠."

공공성을 지닌 악단으로서 향후 남북 문화 교류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가 높다. "우리뿐만 아닌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니,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죠. 다만 서울시향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죠. 서울시, 국가적 의지랑 맞물려 있죠.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으로 의제에 동참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시향은 음악감독 부임 후 적응기까지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역량 제고를 위해 지난해 도입된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향은 피셔와 함께 마르쿠스 슈텐츠(53)를 수석객원지휘자로 선임했다.

또 지난해 9월 최수열 지휘자 사임 후 공석인 부지휘자도 이른 시일 내에 선발할 예정이다. 역시 공석인 상임작곡가, 공연기획자문역 등의 자리를 놓고도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강 대표는 이와 함께 초·중학교를 찾아가는 '음악수업 2교시' 등 미래 관객 개발, '우리동네 음악회' 등 지역사회 소통과 협력 강화 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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