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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하늘 아래 남과 북, 생태사진가 김연수 ‘저어새는 국경이 없다’

등록 2018.05.24 09: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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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해안 경기만에 주로 서식하는 저어새가 연평도 부속섬 구지도(하단)와 멀리 보이는 북녘의 무도, 개머리 해안, 장재도의 갯벌을 오가고 있다. ⓒ김연수

【서울=뉴시스】 서해안 경기만에 주로 서식하는 저어새가 연평도 부속섬 구지도(하단)와 멀리 보이는 북녘의 무도, 개머리 해안, 장재도의 갯벌을 오가고 있다. ⓒ김연수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생태사진가 김연수(58) 개인전 ‘저어새는 국경이 없다!’가 6월5일 인천 중구 신포로 문화살롱 화(花)요일의 한뼘갤러리에서 개막한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머리 위로 100여마리에 달하는 저어새 사진이 펼쳐진다.

작품을 벽면에 진열하는 전시가 아니다. 대나무 평상에 누운 채 하늘의 저어새를 바라보듯 관람할 수 있도록 천장에 사진을 설치한다.

김씨는 1985년 일간지 사진기자가 됐고, 30여년 간 생태사진을 촬영했다. 저어새와 함께 산 시간도 비등하다. 지난해에는 저어새 주요 서식지인 영종도로 이주했다. 

저어새는 갯벌과 인접한 습지에서 서식한다. 습지가 줄면서 1990년대 후반 세계 700여마리 미만까지 개체가 격감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저어새를 멸종위기종 중 가장 취약한 등급인 적색목록으로 분류하고 주요 서식지의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적극적인 종 보존운동을 펼쳤다. 20여년이 흐른 현재, 3000여마리로 개체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작가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영종도 습지 등 주요 서식지가 사라지며 다시 개체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28일 먹이 사냥을 마치고 부리와 머리깃을 터는 저어새 ⓒ김연수

【서울=뉴시스】 지난달 28일 먹이 사냥을 마치고 부리와 머리깃을 터는 저어새 ⓒ김연수

작가는 “공항과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이미 대부분의 습지가 사라진 데다 국가·지자체 발주 토목·건조화 공사로 얼마 남지 않은 서식지마저도 파괴되고 있다”면서 “저어새가 후대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전시 개막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기도 하다.

세계에 생존하는 저어새의 99%는 한반도 서해안 경기만, 나머지 1%는 중국 발해만과 러시아 극동 섬 태생이다. 경기만에 집중 분포하며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에서 주로 번식한다. 일부는 강화도, 영종도, 송도의 갯바위에서, 북한의 황해도, 평안도 해안 섬에서 산식 활동을 한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종주국인 셈이다.

문화살롱 화요일 출입문 위에 전시된 사진에서는 멀리 북쪽의 무도, 개머리 해안, 장재도를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다. 사진 아래에는 남쪽 연평도 무인 부속섬인 구지섬이 초록빛으로 펼쳐지고, 저어새는 북방한계선 상공을 날고 있다.

“날개 달린 저어새는 국경이 없다.”

【서울=뉴시스】 북방한계선(NLL), 노란 부표가 있는 이 구역으로는 남과 북 모두 진입할 수 없다. 단, 날개달린 저어새만큼은 예외다. ⓒ김연수

【서울=뉴시스】 북방한계선(NLL), 노란 부표가 있는 이 구역으로는 남과 북 모두 진입할 수 없다. 단, 날개달린 저어새만큼은 예외다. ⓒ김연수

남과 북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저어새를 두고 작가는 “저어새가 인천의 상징을 넘어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통일의 새로 지정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한다.

작가는 2014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두 분단국의 어제와 오늘’ 등 국내외 기획(그룹)전에 초대됐고, 여섯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저어새의 둥지활동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맞춰 6월29일까지 계속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볼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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