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취업·결혼은 OK 투표는 NO"…또 불거진 청소년 참정권 논란

등록 2018.05.27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지방선거 앞두고 청소년 정치참여 확대 목소리

"육체적·정신적 미성숙…정치적 선택권 줘선 안돼"

"학업 집중할 시기…정치현안 관심 적절하지 않아"

선진국들,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에 선거권

"청소년 입장·견해 반영할 정치적 통로 마련해야"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6·13 청소년모의투표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18세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8.04.05.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6·13 청소년모의투표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18세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8.04.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6월13일 진행되는 가운데 정치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소년단체들은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18세 청소년들은 취업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권은 없다.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여전히 어린 존재일 뿐이다. 어른들의 일에 아직은 낄 수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정치적 선택권을 주는 것과 학업에 집중해야 할 청소년기에 정치현안에 관심을 갖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도 그렇다.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국민투표법 등은 19세 미만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정당 가입도 금지되고 교육감선거와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청소년들 "정치문제 관심 갖고 참여해야"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투표권은 없지만 정치의식은 높은 편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최근 발표한 '201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생의 87.6%는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남학생(83.9%)보다는 여학생(91.6%)이 사회참여 필요성을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19세 투표율(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선거)은 사회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9세의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직전보다 3.7%p 증가한 77.7%였다. 연령별로는 19~24세의 투표율이 20대 후반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2008년 총선에서 19세 투표율은 33.2%였다. 2012년과 2016년에는 각각 47.2%, 53.6%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퉁계청과 여가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주체적인 결정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청소년들에게 일반적인 삶의 태도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9일 전북 전주시 고사동 객사 앞에서 만 19세 미만 청소년을 위한 대선 모의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소년 자원봉사자가 피켓을 들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2017.05.09. kir1231@newsis.com

【전주=뉴시스】강인 기자 = 9일 전북 전주시 고사동 객사 앞에서 만 19세 미만 청소년을 위한 대선 모의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소년 자원봉사자가 피켓을 들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2017.05.09.  [email protected]

◇"OECD 국가중 선거연령 19세 한국이 유일"

 선거권은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로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선거권 연령을 점차 낮추는 추세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18세 혹은 그보다 낮은 연령의 국민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2016년 일본이 선거권 연령을 기존 19세에서 18세로 낮추면서 OECD 국가들 가운데 선거연령이 19세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선거연령이 16세다.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미국,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체코, 칠레, 캐나다, 터키,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호주 등은 18세다.

 선거운동과 정당 활동도 큰 제약이 없다. 우리나라는 선거운동의 기간이나 주체,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다수의 선진국은 선거운동을 규제하기보다 선거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국가다. 청소년의 경우에도 선거운동과 관련된 규제가 없다. 별도의 선거운동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한정돼 있지 않아 누구나 언제든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홍보하고 투표를 독려할 수 있다.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도 연방선거법이나 정당법 등에서 선거운동 방법이나 기간, 운동원 등과 관련된 별도의 규제 조항이 없다. 청소년도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연장선상에서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정당법에서 정당 가입 연령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주국가들은 우리와 같은 정당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당법이 있는 경우에도 정당 가입 자격이나 연령을 법으로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원의 자격이나 가입 연령 등은 정당 자율에 맡기고 있다. 정당의 당헌·당규를 통해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등 많은 국가들은 당원 가입 연령이 선거 연령보다 낮고 정당 내에 별도의 청소년 조직을 두고 있다. 청소년들은 일반 당원에 비해 당비를 적게 내고 다양한 정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정당이 청소년에 대한 정치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정당 경험을 통해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광주 동구 황금동 청소년삶디자인센터(구 학생회관) 1층 로비에서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나만 안 되는 선거, 투표권을 줄게!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모의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실제 대선 투표와 비슷한 청소년 모의투표 투표용지 모습. 2017.05.09. guggy@newsis.com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광주 동구 황금동 청소년삶디자인센터(구 학생회관) 1층 로비에서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나만 안 되는 선거, 투표권을 줄게!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모의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실제 대선 투표와 비슷한 청소년 모의투표 투표용지 모습. 2017.05.09. [email protected]

◇"선거연령 낮추고 정치교육 확대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선 선거권 연령을 기존 19세에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이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을 제한할 정도로 미성숙한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타 법률과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선거권과 정당가입 연령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와 관련해 제20대 국회에는 선거권 연령 인하, 피선거권 연령 인하, 정당가입 연령 인하, 청소년의 선거운동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법률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교육 확대도 중요하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치참여는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사회과 교과를 통해 학교교육에서 정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학교교육 외에 시민단체나 정당, 정치재단 등을 통해 다양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정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청소년의 입장과 견해를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통로 마련도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당의 청소년 조직을 확대하거나 청소년 단체 혹은 시민단체를 통해 청소년들의 요구와 필요를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들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의 정계진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정당 차원에서의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